마을대학을 준비하며

[시민운동 2.0] 임현수l승인2009.07.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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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비정규직법 시행을 두고 일자리와 실업문제가 부각되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체감 실업률이 13~14%에 달하고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다는 암울한 통계도 나옵니다. 거기다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 중에서도 정규직 취업자가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에 농촌에는 빈집과 노는 땅이 갈수록 늘고, 점차 거대한 양로원과 보육원이 되고 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넘칩니다. 부모님들이 뼈 빠지게 농사지어서 보낸 자식들이 농촌과 농업을 버리고 도시라는 거대한 욕망의 블랙홀을 만든 것이지요.

저는 대도시에 태어나서 40년을 살면서 대학도 나오고 정규직으로 13년을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먹을 것, 입을 것, 쉴 곳, 어느 것 하나 제 손으로 구하지 못합니다. 제가 내는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제가 쓰는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 진건지, 제가 마시는 물이 어디서 흘러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저의 이웃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도 모르고 동네에서 마주친 어른과 눈인사조차 어색합니다. 있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보험같은 금융회사에 인생을 담보 잡히면서 지금의 실상에는 무지하고 무력한 삶을 산 것이지요.

그런 제가 청소년 공부방과 법인단체를 1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쳐 왔습니다. 아이들과 삶의 가치와 방향을 반드시 이야기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늘 무언가가 저를 짓누르고 있었고, 아이들조차 깊은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소유와 상대적 박탈감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면서도 오히려 그것을 부추기기도 하고, 직장과 사회활동, 가족부양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다는 착한 남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살았습니다. 저의 가치와 방향에 저의 삶이 일치되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어느 날, 제가 가르치던 아이들에게 지금 여기에 깨어있지 못한 채 업만 쌓아 온 저 스스로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삶에서 일어나지 않는 배움은 너무나 허망한 것이었습니다.

마침 인드라망 생명 공동체에서 공동체 삶을 매개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첫 대안대학을 준비하자는 제안을 받고 저에게 주어진 운명을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저 스스로도 아는 것도, 가진 것도 없으니 어차피 빈손으로 시작하는 인연입니다. 다행히 귀정사와 남원시에서 성심껏 도움을 주시고, 인근 지리산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스승들이 가르침을 주고 계십니다.

이제 막 인드라망 마을대학의 교수를 양성하는 늘품과정을 9월부터 시작합니다. 보통 대학처럼 비싼 등록금을 받지도 않지만 물적 보상도 없습니다. 스스로 연기론적 세계관을 터득하고, 의식주를 자립하며 공동체를 일구어 사는 원리와 방법을 공부하게 됩니다. 앞으로 2012년 정식 개교 때까지 삶과 수행을 일치시키며 가르침과 배움을 한자리에 놓는, 말 그대로 큰 배움터를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자립적이고 생태순환적인 삶을 살면서 공부하는 것이 꿈많은 젊은이들에게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특히 거의 어르신들만 남아 있는 농촌사회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진리의 길을 따른다는 것은 어찌 보면 토굴에서 마늘을 먹고 지내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제가 먼저 경험하고 공부해서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살지 못하는 것을 어찌 남에게 꿈꾸라 하겠습니까. 저 또한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입니다. 다만 이 길이 신께서 나에게 부여한 길이라는 믿음과 세상의 모든 스승들이 서 있는 길이라는 확신이 저로 하여금 여기 서 있게 합니다. 앞으로 이 길을 함께 할 많은 도반들을 만나게 되겠지요. 그 도반들을 만날 생각에 절로 가슴이 뜁니다.

저에게도 가족과 친구, 수많은 인연들이 있습니다. 저의 고뇌와 믿음을 함께 해 온 인연들이 저의 삶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잠깐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스승이 말씀하셨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누구나 다 자기의 짐을 지고 가게 되어 있는데 너는 왜 남의 짐까지 지고 가려 하느냐. 그러다 결국 자기 짐마저 지고 가지 못하는 법이다.”

진리의 길에 선 도반이여. 당신은 무엇을 지고 여기 있습니까.


임현수 인드라망 마을대학 준비위원

임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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