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 인권과 ‘불량’ 인권위

[시민운동 2.0] 명숙 (가칭)국가인권위제자l승인2009.07.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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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시대라고 통칭되는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시절에 운동사회 안에서 ‘인권’이란 참 말랑말랑한 단어로 인식되었고,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보다는 정부의 압박 통치로 희생자가 된 사람들에 대한 구제활동을 주로 하였다. 민가협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인권활동가들은 구속된 민주투사들을 석방운동과 고문이나 의문사를 당한 사건들에 대한 진상조사 활동을 하였다. 이렇게 정부의 강압통치를 비판하는 활동을 인권단체가 하더라도 정부는 이에 대해 ‘빨간 색깔’을 씌우며 불온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그것도 대통령 직선제라는 형식적 민주주의가 정착된다고 여겨지는 2009년에 말랑말랑한 단어로 여겨졌던 ‘인권’을 정부는 불온하게 여긴다. 인권단체가 정부의 반인권정책에 대해 비판할 때마다 ‘비판하는 이유가 뭘까’, ‘인권적인 정책이란 뭘까’ 를 생각하기보다 정부는 비판의 내용을 희석시키기 위해 ‘좌파 편향적 인권’이라며 무시하거나 반박하였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인권은 정부를 비판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온한 단어가 되어갔고, 인권활동가들은 그들의 표현대로 전문시위꾼인양 취급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인권보장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국제적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국가인권기구인 국가인권위가 정부의 공격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출범부터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역할을 주 임무로 하는 국가인권위에 대한 ‘길들이기’를 계속 시도하였다. 국가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구제하는 역할이 크기에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은 인권기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기준을 무시하는 정책을 정부는 지속적으로 해왔다. 대통령 직속기구화 시도, 인권위 조직 축소는 다 이러한 방향에서 정부가 추진한 일이다. 이에 더해 ‘인권위 구성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권위원을 임명하기도 했다. 시설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한 김양원 씨를 청와대가 비상임 인권위원으로 임명하였고,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인권위법 규정이 있음에도 한나라당의 윤리위원을 겸직하려했던 최윤희 씨를 비상임위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앞세워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결정과 정부의 입법안이 인권침해를 낳을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색깔’을 덧씌우며 공격하였다. 그런 와중에 국가인권위원장이었던 안경환 씨는 사퇴하였다.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는 퇴임사를 하고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명박 대통령은 새 위원장으로 현병철 씨를 내정하고 임명하였다. 이에 대해 인권활동가들과 인권위 독립성 수호를 위한 교수모임,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은 모두 성명을 내어 정부의 인권위 쥐고 흔들기와 정치적 압력에 대해 비판하였다.

사실 국가인권위원회법 5조2항에는 ‘(인권위원장은)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라고 명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준국제기구인 국가인권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에 따라도 인권위원은 인권관련 활동 속에서 인권에 대한지식,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인권위법에 맞지 않는, 전혀 인권 경험이 없고, 심지어 인권에 대한 관심도 없는 사람을 인권위원장으로 앉혔으니 반대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보수 일간지에서는 ‘현병철 씨의 논문 중복게재’는 비리 축에도 안 드는 약한 것이며 “법을 알면 인권을 알 수 있다”는 현병철 씨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퇴운동은 부적절하다며 인권활동가들이 편협한 잣대를 대고 있다고 오히려 재비판하였다. 현 교수와 보수 일간지에 묻고 싶다. 그러면 ‘왜 법리적 판단을 하는 법원이 있는데도 인권위가 따로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법이 오히려 합법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현실’은 어떻게 할 거냐고 말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인권위 길들이기는 이후에 인권위가 정부 정책과 집행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어떠한 반인권적 정책을 펼치더라도, 경찰이 인권침해를 하더라도 이에 대한 결정을 미루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불량’ 인권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인권활동가들은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하다가 인권위가 ‘불량’을 넘어선 ‘위해’식품이 된다면, 그때는 다른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를 막는 활동이 ‘(가칭)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 할 일임은 분명하다.


명숙 (가칭)국가인권위제자 리찾기집행위원·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명숙 (가칭)국가인권위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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