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 22일 방송법, 신문법, IPTV법 등 3개 언론관계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강행 처리했다. 이날 처리한 언론관계법 수정안은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지분 한도를 ‘지상파 10%, 종합편성채널 30%, 보도전문채널 30%’로 하되, 지상파 방송에 대해선 2012년까지 신문과 대기업의 경영권 행사를 유보하는 내용이다. 또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 진입금지 대상 신문사의 기준을 구독률 20%로 규정했다.

문제는 이 수정안들이 결국 대기업과 조중동같은 시장지배적 신문사들이 방송보도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신문구독률에 따라, 그것도 20% 기준으로 진출을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이 큰 병폐다. 조선일보의 구독률이 10.1%라 하니 결국 모든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하는데 아무 제약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신문시장에서 여론 지배력이라는 것은 ‘시장 점유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 모든 나라가 이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조중동을 위해 ‘신문구독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쓰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에도 변화가 없음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이번 언론법 날치기는 희대의 코미디다. 어떤 정당성도 없다. 협상선언과 동시에 단상을 기습 점거하더니 경호권을 발동하고 제안설명도 없이 법안을 직권상정했다. 절차민주주의는 어디에도 없었다. 입법부 수장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중재는 커녕 협상싹만 잘라버렸고,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미숙한 대역에 효력 논란을 불렀다. 단독 처리를 지휘한 안상수 원내대표는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벗지 못했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폭거다. 입으로는 서민 위한 정치를 되뇌이면서 행동은 여전히 ‘강부자’다.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근간을 완전 부정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양성을 부정하는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개정안을 온갖 편법과 질서유지권이라는 힘을 동원해 통과시키고 말았다. 신문법은 단상을 지키는 의원들을 대신해 다른 의원들이 대리 투표했다. 방송법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는데도 재투표로 밀었다.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헌재나 대법원 의견은 애써 외면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부정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시도가 참으로 무지몽매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이상 한나라당은 과반의석을 가지고 국회를 이끌 자격이 없음을 증명했다. 의원직 사퇴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할 게 아니라 오히려 한나라당 국회의원 모두가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미 여론독점을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건전한 시장질서 형성이 어려워진다는 건 만인이 안다. 다양성을 그렇게 쉽게 파괴하는 행위는 국민들을 슬프게 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이 져야 한다.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통과된 언론악법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질서를 파괴하고 독재의 망령을 되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도 새로운 저항을 다짐한다. 당장 언론악법의 불법처리와 민주주의 위기를 걱정하는 모든 국민들이 가정과 직장, 그리고 거리에서 함께할 수 있는 시국선언 운동, 서명운동 등 범국민적 행동을 전개한다. 언론악법 원천무효 선언을 위한 범국민 문화제와 함께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민주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하는 것이다.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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