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짜증유발자’에 불과할까

[책권하는 사회] 최윤도l승인2009.08.10 14:4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나쁜정치’의 왜곡에 대안을 고민하다
다양한 민주주의의 광장 역할 모색을


민주화 이후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불신은 점점 더 커져만 왔다. 낮은 투표율과 정책 지지율이 그 방증이다. 국회 내 폭력사태는 연일 외신을 통해 보도되어 국가적 망신을 사고 있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마저 볼모로 잡아간다.

정치라 하면, 우선 거부감부터 나타내는 사람들도 한 두 마디 하다보면 으레 열변을 토하게 된다. 한 마디로 답답하다는 것이다. 국민은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바로 현실의 정치가 우리 국민들의 삶과 괴리된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의사를 대의하는 정당이 국민들에게서 지탄을 받는 밑바탕에는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로 노니 무관심 할 뿐

우리 정당법상 정당에 대한 정의 역시 민의를 대표하여 정부나 국회에 진출함으로써 국가의 주요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 즉 정당이라 함은 우리 국민 다수의 요구가 반영된 정책을 입안하고 실현해야 하나, 한국의 정당은 이 모든 요구에서 자유로운 듯 보이는 행태를 일삼고 ‘나쁜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조직적 주체’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정당에 주목하고 있고 정당을 중심으로 정치가 이루어질까?

<정당>(김윤철, 책세상, 2009)은 왜 정치가 현실과 괴리되었는지를 시작으로 정치작용의 중심에 있는 정당체제를 진단한다. 정당이란 무엇이고 역사 속에서 정당이 변화해온 모습, 그리고 정당을 둘러싼 논쟁과 그 미래에 대해서 정치이론과 사회이론을 곁들여 설명한 이 책은 개론서와 같은 형식으로 일목요연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그 내용과 집중도에 있어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저자는 오늘날 다수의 시민들이 정당에 대한 투표 행위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며 선거를 통해 대표성과 정당성을 획득하는데는 정당만한 정치 제도가 없다는 점에서 시민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집약하고 표출하는 장치로 정당보다 효율적인 제도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책은 정당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정당 쇠퇴라는 위기에도 현대 민주주의 제도에서 정당이 차지하는 핵심적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치 사회 세력의 노력과 정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신뢰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외의 다양한 정당 이론가들의 사유를 통해 정당의 기원과 특징, 정당을 둘러싼 논쟁과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균형 있는 시각으로 짚고 있는 저자는, 다른 사회 정치 제도들과의 차이점을 통해 정당의 개념을 정의하고 의회의 내외적 역사적 기원을 살펴보면서 현대 정당의 특징을 종합적이고 분석적으로 정리한다.

“그래도 정당만한 제도 없다”

또 19세기 후반에 처음 등장한 엘리트 정당에서부터 이탈리아의 포르자 이탈리아 같은 기업형 정당까지 정당의 발생 기원과 유권자와의 관계, 이데올로기, 정당 모형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그리고 정당의 출현, 정착, 쇠퇴의 각 국면과 관련된 중요한 논쟁들을 살펴봄으로써 ‘정당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문제를 성찰하고 민주주의 핵심 제도로서의 정당의 역할과 한계를 짚어본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세계화, 정보화, 경제 위기 등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정당이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 적응 능력과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정당 존립의 가장 큰 기반이 민주주의인 만큼 민주주의를 시대 변화에 조응하는 것으로 전환해낼 수 있어야 정당의 미래도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는 내내 지극히 개인적인 정치적 취향 때문에 유럽의 좌파 군소정당에 관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반(反)정당 사회운동들이 결국 가장효율적인 그리고 정당의 형태로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체제구조 속에서 부딪히는 함정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기성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들 새로운 정당들은 기성정당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다. 다만 생태, 환경, 반전, 반핵과 평화, 여성주의 같은 새로운 가치를 표방하고 이런 가치를 기존 정치과정에 투입하는데 성공했을 따름이다. 그들은 집권정당이 되지 못했고 앞으로도 집권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본문 20쪽)

때마침 노원구 북구고용지원센터에서 ‘진보정당의 필요성과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박노자 교수의 특강이 있었다. 이 강연에서 박 교수는 한국사회에서는 진보정당이 절실히 필요하며 한국의 진보정당은 외국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앞서 간 나라들이 저지른 실수와 함정들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형 참여정치 모델 가능성

“정당은 특정이념, 특정이론, 장기적 비전만을 내세워서는 안 됩니다. 한 가지 이론만 집착하면 호소력이 제한되고, 장기적인 성장이 불가능해집니다. 노동자들은 단기비전을 중시합니다. 당장 무언가 해결되는 걸 보고 싶어 하지요. 장기비전 중심이 되면 주변부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고 결국 지식인 위주의 정당이 됨으로서 현실의 삶과 괴리되고 결국 파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강연을 들으면서 민주주의 정치체제로서의 정당정치의 이론은 그대로 우리 진보정당의 연착륙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아가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형 정당정치가 활성화 된다면 우리의 새로운 정당정치 모델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지 않을까.

최윤도 두리미디어 기획팀장

최윤도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윤도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