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사가 지난 6일 대타협을 이끌어 냈다. 노조 파업 77일만이다.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와 비해고자 비율을 52 대 48로 하고 무급 휴직 1년 뒤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를 하고 영업직을 신설해 1년 동안 월 55만원씩 지원한다고 합의했다. 또 노사는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자, 그리고 영업전직자는 새 인력을 채용할 때 포함시키기로 했으며,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자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및 협력업체가 취업을 알선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상하이차 지분을 감자해 대주주의 지위를 변경하고 회사의 회생을 위해 임금과 복지를 축소하고 형사책임에 대해서는 선처를 요청하고 민사책임은 회생 계획 인가 때 취하하기로 하는 등 8개항에 대해 합의했다. 이날 노사의 전격적 합의는 지난 6월 회사쪽이 974명의 정리인원을 통보한 뒤 한차례 양보없이 대립각을 세워 온 노사가 서로 한발씩 물러나면서 기능했다.

일단 쌍용차 사태가 제2의 용산참사를 피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상하이의 투기자본에 맞서 77일 동안 공장을 점거하며 싸웠던 쌍용차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생산차질 손실액이 무려 3160억이고, 부상자만 300여명이 넘는다. 손실액과 부상자를 떠나 애초 쌍용차 노조의 투쟁 목표였던 정리해고 철회,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고용과 생산 보장, 투기자본 상하이 단죄 등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번 노사 합의는 쌍용차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라고는 할 수 없는 미완성의 ‘상처’로 기록된다.

더욱이 이번 쌍용차의 장기파업은 한국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을 곱씹어봐야 한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지 42일만에 대화가 시작됐다는 것은 노사간 소통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중재 외면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하소연은 들은 척도 않고 마치 파산을 기다리는 듯 사태 악화를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도장 공장에 대한 강제진압을 강행했다. 경찰특공대가 보여준 비인도적 강제 진압모습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정부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적나하게 보여주었다. 쌍용차 사태로 이명박 정권이 누구를 위한 정권인지 다시한번 보여준 것이다. 민생을 입버릇처럼 외치며 서민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집권여당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를 정도다.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서민 행보를 보인 것은 뭐란 말인가. 정작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자 삶과 이들의 생존권문제는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기업 구조조정을 인력조정으로만 보고 해고가 전부라는 편협한 시각도 여기에 한 몫 했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현실이 노동자들을 극한 투쟁으로 몰고 간 근본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다 비인간적 쌍용자본과 국가, 한국사회 모든 노동자, 노조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노동자와 가족이 죽어나가고 가정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구체적이고 조직적인 지원과 연대가 없었음을 말이다. 이제 쌍용차는 타결 전 부득이하게 발생했던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반목을 치유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사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곧 공장이 가동되겠지만 정상화까진 산 넘어 산이다. 우선 쌍용차 집행부와 연행된 농성 조합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최소화함으로써 노사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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