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영상’과 서민행보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8.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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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기 좋은 세상’-이명박 대통령이 첫 번째 ‘서민 행보’로 6월 25일 서울 이문동 재래시장을 방문했을 때 슈퍼마켓 상인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며 대형마트의 진입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헌법재판소에 헌소를 내면 정부가 패한다”며 인터넷 직거래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라고 지시했다.

#2. ‘대통령의 원대한 구상’-이명박 대통령은 7월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았다.이 대통령은 수해에 따른 이재민 대책을 물어 본 뒤 “산간 벽지 등 외진 곳에 사는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 아파트에 살게 하면 좋을 것”이라며 ‘영구적 재해 대책’을 제시했다.

#3. ‘궁금증’-이명박 대통령은 7월 31일 경남의 참다래 농장을 방문해 비싼 유기농 생산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농민이 미생물을 활용한 농사기법을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미생물이 어디 있어? 안 보이네”라고 물었다.

최근 잇따른 ‘서민 행보’를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행적을 보도한 YTN ‘돌발영상’들이다. 이른바 ‘MB 돌발영상’들은 누가 보아도 대통령의 ‘무식함’을 꼬집은 것들이다.

이 대통령의 서민 행보가 갖는 의미를 한낱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MB 돌발영상’에 대해 시청자와 네티즌은 수많은 ‘비아냥성 댓글’을 달며 찬사를 보냈다. 언론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구본홍 YTN사장이 급작스레 사표를 냈을 때 YTN 노조에서는 ‘MB 돌발영상’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구 사장의 뒤를 이은 YTN 배석규 사장대행이 ‘돌발영상’ 제작책임자인 임장혁 PD를 사실상 해고인 대기발령 조치했다. ‘돌발영상’은 잠시 중단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서민 행보’는 이렇듯 국민에게 많은 웃음을 안겨 주었다. 그래선지 한나라당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선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는 ‘생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강부자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떨쳐 버리기 위해 포장용으로 ‘서민’을 내세우고 실제로는 말뿐이다. 재래시장에서, 그리고 농촌에서 수많은 ‘서민’을 만났지만, 서민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동떨어진 말로 서민의 복장을 긁어대기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는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사례도 나왔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요구안에서 기초생활급여 대상자를 올해보다 7천여명 줄이고, 기초생활보장 예산도 157억원 줄일 계획이다. 사회양극화의 심화로 증가하는 빈곤층의 복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승합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수급대상에서 탈락한 ‘봉고차 모녀’ 사례를 들어 빈곤의 사각지대에 대한 실질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예산 짜는 시점이 되자 복지예산을 줄이는 이중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복지예산의 삭감은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감소와 4대강 사업 등 ‘삽질 예산’ 우선 배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에게 특혜를 베풀 때면 전광석화처럼 처리한다. 부자들을 위해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등 거의 모든 세목에서 세금을 감면토록 했다. 부자감세 부분은 앞으로 5년간 82조원을 넘어선다고 한다. 더구나 재벌과 조중동 주류언론에 방송사를 선물로 주기 위해 국회에서 ‘날치기’도 불사한다. 22조원에 이르는 ‘4대강 예산’은 토목업자들의 배만 불릴 것이 뻔하다. 그러나 앞에서 보듯이 서민에 대한 혜택은 ‘찔끔 대책’에 머물거나 아예 외면한다. 아니 오히려 예산을 삭감한다.

대통령의 서민행보가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려면 홍보나 이미지만으론 될 수 없다. 서민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난해 1월 인수위 시절 약속했던통신비 20% 인하는 즉각 시행해야 한다. 통신비 지출이 가계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위한 규제완화 보다도, 서민생활을 좀 먹는 각종 부조리를 없애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노년층 서민을 괴롭히는 사기행위를 근절시키는 것도 중요한 정책 중 하나이다.

최근 들어 노인들은 상대로 효도관광, 홍보관 지하방 등을 통한 부당한 판매행위와 보이스 피싱, 공공기관 사칭 등 사기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노인소비 피해현황’에 따르면, 피해상담 건수는 2006년 4천629건 2007년 4천10건에서 지난해는 5천708건으로 급증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지난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전화나 행사참여, 공무원 사칭방문 등을 통한 불법 부당 판매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뿐만 아니다. 각종 제도나 정책에 무지한 서민은 이러한 각종 사기에 넘어가기 십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한 ‘서민 행보’를 펼치려면 재래시장에서 뻥튀기나 떡볶이, 오뎅 등을 사먹으며 ‘만담’을 늘어놓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서민을 괴롭히는 사기행각 등 각종 부조리를 찾아내 없애는 것이 진정한 ‘서민 행보’일 수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평화적으로 합법적인 1인 시위를 하는 시민을 잡아들이는 데 쏟는 경찰력을, 서민을 괴롭히는 사기꾼을 발본색원하는 데 써야 한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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