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은 지난 14일 “유가증권 인수에 관한 규정 및 시행세칙에 따라 가격을 평가하는 것이 합당하고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 방법에 의한 BW 가격 평가가 위법한 만큼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그러나 당시 비상장법인이 따라야할 공정가격의 기준이 될 법령이나 판례가 존재하지 않았던 점, 여러 가지 다른 평가 가능성이 존재했던 점을 볼 때 피고인들이 해당 평가 방식이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법령과 판례가 분명하게 존재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위법한 행위를 한 경우에 비해서는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현저하게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227억원 이상을 삼성SDS에 납부함으로써 피해액을 지불했고 피고인들은 감사, 이사, 경영진 등으로서 지속적으로 삼성SDS와 관계하면서 SDS의 당기 순이익과 매출액이 당시보다 증대됐고 삼성SDS의 피해가 상당한 정도 감소했기 때문에 피고들의 책임 감소 사유를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5월 29일 대법원 상고심이 재산정하라고 결정한 삼성SDS BW의 적정한 행사가격을 1만4230원으로 판단해 BW 헐값 발행으로 삼성SDS가 입은 손해액(배임액)을 227억원으로 산정했다고 한다. 배임으로 인한 손해액이 50억원을 넘어 이 전 회장에게는 업무상 배임이 아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고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남으로써 유죄 판결이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이런 결정에는 많은 의구심이 존재한다는 게 시민사회 시각이다. 우선SDS사건 배임액 227억원으로 유죄를 인정하고도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는 것과 회계처리도 하지 않은 ‘손해액 배상’을 명분으로 재판부가 ‘이건희 전 회장 구하기’에 나섰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시민사회는 재판부가 이번에 양형기준을 삼성에 편향되게 적용하는 방법으로 삼성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보고 있다.
1심에서는 SDS 사건에 대해 면소 판결하는 대신 조세포탈죄만으로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는데,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SDS사건에 대해 227억원의 특경가법상 배임 유죄를 선고하고도 1심과 똑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명백한 범죄행위가 추가로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재판부의 판결이 납득이 안간다. 큰 논란이었던 삼성SDS BW 헐값 발행에 대해 뒤늦게나마 사법부가 배임죄를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법의 형평을 저버린 채 납득할 수 없는 사유를 들어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은 ‘유전무죄’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삼성특검은 바로 재상고해 대법원이 중대 범죄를 단죄할 수 있도록 해야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진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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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