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해석하는 의미

[강상헌의 한자 이야기]-사람 인(人) 강상헌l승인2009.08.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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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사람이란 무엇인가? 생긴 모양을 본뜬 상형(象形)문자의 대표 격(格)인 글자 사람 인(人)자를 들어 이 오래된 물음의 궁극(窮極)의 대답을 찾을 수 있을까? 가장 쉽고, 또한 가장 어려운 물음일 터다.

'설문해자'에 나타난 사람 인 자의 옛 글자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라는 자전(字典)의 설명에 좀 실망할 수 있겠다. 이 모양은 은(殷)나라 때 갑골문에서부터 등장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만큼 역사가 오랜 글자다.

‘(모양으로 미루어)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의지하며 사는 (사회적) 존재임을 표현한 글자’라는 철학적(?) 풀이로 자신의 글의 품격을 높이고자 했던 한 원로의 엉터리 ‘자원론’(字源論)에 심취(?)했던 이들이라면 더 그렇겠다. 가르치는데 편리한 점을 우선적으로 좇는 경향(傾向)이 강한 속된 일본식 자원풀이 책을 생각 없이 베낀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글자의 모습만을 그 글자의 본디로 생각한다면 그런 상상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자(漢字)는 역사성 속의 본디를 갖춘 글자다. 그 본디의 추구가 한자를 이해하는 관건(關鍵), 즉 키(key)다.

이런 ‘얄팍한 해석’이 해로울 것까지야 없지만 가장 본질적인 사실(事實) 또는 사실(史實)을 위배(違背)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줄로 안다. 글자에 견강부회(牽强附會) 또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의 억지 논리로 의미를 더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참 의미롭다.

‘만물(萬物)의 척도(尺度)’라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풀었다. 독설(毒舌) 뛰어난 영국 문필가 버나드 쇼는 ‘지구의 질환(疾患)’이라고 풀었다. 힌두족(族) 속담은 ‘인간은 자기 자신의 악마(惡魔)’라고 했다. 긍정(肯定)부터 부정(否定)까지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 그러나 어떤 포괄적 탁견(卓見)도 사람을 그리기에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일 수밖에 없다.

복잡다단한 존재인 사람을 가리키는 인(人)자의 모양과 뜻을 오히려 가장 단순하게 지어낸 것에 한자 만든 옛 사람들의 깊은 마음이 담긴 것은 아닐까? 이 글자는 부수자(部首字)로도 쓰여 참으로 다양하고 깊은 뜻들을 만들어 냈다. 부수자 인(人, , )이 모두 ‘사람’이라는 의미를 만드는 ‘철학적 구성요소’로 왕성한 조자(造字)의 역량을 발휘한 것이다.

물론 독체자(獨體字)로도 머리에 쥐 날 정도로 인(人)자의 쓰임은 많다. 또 부수자로서의 쓰임새를 푸는데도 아마 책 몇 권 분량이 될 것이다. 간단히 살펴보자.

부수자 人자는 모일 회(會) 꾀할 기(企) 곳집 창(倉)자 등에 쓰인다. 써 이(以) 올 래(來)자도 이 부수자에 속한다. 자에 속한 글자는 참 많다. 준걸 준(俊) 하여금 사(使) 부처 불(佛) 짝 반(伴) 값 가(價) 등에 들어 직간접으로, 또 상징적으로 ‘사람’을 표상(表象)한다. 자를 보면 아이 아(兒) 진실로 윤(允) 흉악할 흉(兇)자 등으로 쓰인다. 사람과는 관계가 멀어 보이지만 빛 광(光) 우뚝할 올(兀) 등에도 쓰인다.

자를 일러 ‘어진 사람 인’이라고 설명하는 자전 또는 책도 있다. 그러나 특별히 자에 어진 사람이라는 의미를 붙일 만한 이유도 없고, 부수자로서의 쓰임새로 봐서도 ‘어질다’는 뜻은 없다. 전문가들은人 자와 마찬가지로 ‘사람 인’으로 불러 충분하다고 말한다.

자전의 사람 인자 관련 글자들을 대충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동양풍의 철학적인 사고(思考)의 전개나 흥미로운 유희(遊戱)가 가능할 것이다. 불교에서 화두(話頭) 하나 들고 수련하는 간화선(看話禪)의 주제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글자가 아마 이 부류(部類)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가지는 뜻만큼 사람 인(人)이 가지는 뜻도 결코 간단할 수 없겠다.

*<시민사회신문> 한자교육원 홈페이지(www.yejiseowon.com)

토막해설-인(人)

본래 성인(成人) 남성이 손을 모으고 서 있는 옆 모습을 본뜬 글자다. 뒤에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사람’을 이르는 글자가 됐다. 중국 후한(後漢) 때 학자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천지(天地)의 태어난 것[性]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이며 팔 다리의 모양을 상형하였다고 풀었다. 공자(孔子)는 자를 人 부수자와 비교하여 다리와 발을 구부린 것을 상형하였다고 설명했다. 의미는 모두 같다.


강상헌 논설주간·한자교육원 원장

강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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