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제3회 아시아 민주화 세계포럼 취재기 김레베카l승인2009.09.21 14:2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국내 진보학자 “시민사회 재활성화 촉구”

‘민주주의 위기, 민생 위기, 남북관계 위기’라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명료한 압축 그대로 한국 민주주의가 다시 과거 개발독재 망령들의 집중포화 속을 헤매고 있는 요즘, 한국과 아시아 각국의 말썽 많은 민주주의를 논의하는 굵직한 세계대회들이 잇따라 서울에서 열렸다.

지난 9일에서 16일에 걸쳐 직접민주주의 글로벌 포럼과 서울 민주주의 포럼 등 양대 포럼으로 구성된 ‘세계민주포럼’이 열린데 이어 16일부터 18일까지 ‘아시아 민주화의 지속가능성: 사회경제적 정의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제3회 아시아 민주화 세계포럼’(WFDA) 비엔날레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2005년 타이페이 대회, 2007년 마닐라 대회에 이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서울 WFDA 대회는 아시아 개혁과 민주주의 연대, 대만 민주주의 재단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WFDA 공동 집행위원회의 주최와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등 9개 국내 대학 유관 연구소 공동 주관, 대만 민주주의 재단과 프리드리히 노이만 재단, 한국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6개 유관 조직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제외한 아시아 전역에서 모인 총 150여명의 집행위 단체 관계자들과 유관 프로그램 진행 단체 대표, 유관 연구소 학자, 시민사회 대표와 정치 지도자들은 지난 마닐라 비엔날레가 내놓았던 ‘행동과제’(Framework of Action)인 ‘마닐라 선언’ 이후 주요 쟁점들의 각 회원국 이행여부를 평가하고, 향후 2년 동안의 새 행동과제인 ‘서울 선언’을 채택했다.

아시아 민주주의를 진단한다
제3회 민주화 세계포럼 개최
공동행동과제 ‘서울선언’ 채택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제3회 ‘아시아 민주화 세계포럼(World Forum for Democratization in Asia, WFDA) 비엔날레’가 열렸다. WFDA 집행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아시아 개혁과 민주주의 연대’(ARDA), ALSEAN, ‘포럼 아시아 민주주의’(FAD), ‘국제 대화 이니셔티브’(IIP), ‘대만 민주주의 재단’(TFD) 등이 공동 주최하고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중앙대학교 중앙사회학연구소,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한국예술종합학교 트렌스: 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등 9개 대학연구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회의에서는 총 150여명의 국내외 참가자들이 ‘아시아 민주화의 지속가능성: 사회경제적 정의의 도전’이라는 전체 주제 아래 빈곤, 교육불평등, 여성/아동문제, 인권, 언론, 투명성과 책임성, 삶의 질 등 아시아 각국의 실질 민주주의의 현황과 정도를 비판적으로 가늠하고 향후 2년 동안의 ‘행동과제(Framework of Action)’를 도출했다.

최근 들어 더욱 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민생사회복지에는 ‘시장경제적 경쟁’을 내세우면서 인색하게 굴면서 토건국가주의적 발상에 찌들어있는 4대강 사업, 국토 광역권 개발사업 등에는 앞으로 천문학적인 국고를 쏟아 부을 것이 확실시되는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그 극단적인 한 예를 이룬다.

그러나 지난 1997년의 IMF 사태와 최근 미국발 금융부실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을 통해 더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이지만, 정치적인 개발과 실질 민주주의적인 국가정책 이행,참여적 거버넌스(협치)가 선행되지 않고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생 안정, 인간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합의가 학계와 시민사회에 광범위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투명하고 책임소재가 명확한 참여민주주의적 실천만이 경제 권력망의 부패를 미연에 막을 수 있으며 이라크전을 비롯한 다수의 미국발 ‘테러와의 전쟁’이나 스리랑카 동북부, 태국 남부, 인도 동북부, 인도네시아 아체, 서파푸아 등 아시아 이곳저곳에서 지속되고 있는 국지전들이 잘 보여주고 있듯이, 경제사회적 정의와 민주주의가 먼저 문제의 지역에서 실질적인 정책과 공평한 참여를 통해 이행되지 않고는 민생경제, 평화, 환경안보 등을 한데 아우르는 ‘인간안보’는 멀고도 먼 길이 될 수밖에 없다.
 
‘WFDA’라는 프로세스

‘아시아 민주화 세계포럼’(WFDA)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 신생 인권 프로세스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갖고 있다. WFDA는 아시아 지역의 인권, 민주주의 현황을 모니터하고, 유관 인권단체들의 제안과 권고를 시민사회에 알리며 기존의 지역단위, 국제단위 인권 메커니즘에 전달하기 위해 2004년 처음 대만 타이페이에서 시작된 프로세스다.

아시아 각국을 돌면서 2년에 한 번씩 국제대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행동과제’로 함께 공유하여 다음 차례 WFDA 비엔날레가 열릴 때까지 2년 동안 각 참가단체들이 자국 내에서 관련 과제의 실질적인 이행을 독려, 감시하는 활동을 펼치는 것을 주요 행동방식으로 하고 있다.

그 모태가 된 것이 1999년 시작된, 미국 민주주의기금(NED)이 그 사무국을 맞고 있는 ‘민주주의를 위한 세계운동’(World Movement for Democracy, WMD)의 활동이었다. 2009년 3월 현재 세계 각국의 명망 높은 민주주의 관련 종사자와 인권활동가 30명을 집행위원으로 둔 WMD는 출발할 때부터 ‘전 세계 민주주의자들의 행동 위주적 네트워크’를 표방했다.

이후 WFDA로 확대 발전되면서 ‘아시아’와 ‘민주주의/인권’ 간 복잡다단한 관계와 관련, 좀 더 예리한 프레임 워크를 추구하게 되지만 각국 민주주의 현황을 그 이행과 공고화 정도에 따른 일정한 표준틀에 의거해 분류,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에 맞게 이후 각기 다르지만 필요에 따른 공동행동이 언제든 가동될 수 있는 지역 행동 프로그램화를 지향한 실천적 대안들을 제시해왔다.

대만 민주주의 재단(TFD)이 2004년 핵심 집행위가 되면서 새롭게 출발한 WFDA는 WMD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의 지역의 활동가들의 핵심 가치관과 활동 기제를 하나로 네트워크화하는 ‘아시아 전역을 아우른 인권과 민주주의 플랫폼’을 내세웠다. WFDA는 이에 따라 ASEAN 사회헌장, SAARC 등 아시아 지역 내에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인권 메커니즘과 민주주의 지표들을 상호 소통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하면서 그 행동 지향적 성격과 효력을 극대화하고자 노력해왔다.

현재 집행위를 맡고 있는 총 6개 단체들의 영문명은 다음과 같다. the Alliance for Reform and Democracy in Asia (ARDA: www.asiandemocracy.org), Alternative Asean Network on Burma (ALTSEAN: www.altsean.org), Asian Focal Point for the International Civil Society Forum on Democracy (AFP-ICSFD), Forum Asia Democracy (FAD), Initiatives for International Dialogue (IID: www.iidnet.org), the TFD (www.tfd.org.tw)

협의이행과 공고화의 문제

WFDA는 아시아 지역을 지리적 특성이 아닌 민주주의의 실질적 이행 정도에 따라 총 4개 범주로 구분한다. ‘폐쇄 사회’(closed societies)는 민주주의가 전혀 없고, 따라서 민주주의 활동가들은 숨어서 혹은 타국에서 정치 망명자로서 활동해야만 하는 극단적인 비민주 상태에 있는 국가들을 지칭한다.(버마, 북한, 티벳, 라오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부탄 등)

‘이행’(transition) 중인 사회는 시민사회와 정치적 반대파들의 활동공간이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긴 하지만 국가 지배자와 정치집단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여전히 비민주적인 방식들에 의존하는 국가들을 지칭한다.(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파키스탄, 인도, 캄보디아, 스리랑카, 동티모르, 홍콩 등)

‘공고화’(consolidation) 과정 중의 사회는 적어도 한번 이상의 권력 이동을 겪었으며 따라서 사회 내에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기능하고는 있는, 그러나 내부 갈등이 지나치게 고조되는 사태나 이로 인한 반동적 퇴행을 막기 위해 여전히 국제적 감시와 지원이 필요한 국가들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미 어느 정도 공고화된’ 극소수의 역내 민주주의 국가들은 자국 내 민주주의적 개혁을 지속시키기 위해 더 이상 외부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의 국가, 그 대신 민주주의가 아직 덜 공고화된 주변 국가들에서의 민주주의 활동을 오히려 지원해야 마땅한 국가들을 지칭한다.

이러한 구분에 의거하여 시민사회, 정당, 미디어, 학계, 기타 이해당사자들이 한데 모여 전략 워크숍을 수차례 가졌고, 그 끝에 탄생한 것이 2005년 대만 타이페이에서 개최된 제1회 WFDA 비엔날레이다.

첫 대회가 주로 WFDA라는 신생 인권 프로세스의 존재방식을 두고 집행위 단체들이 극도의 창의력을 발휘해내야만 했던 것에 반해 2007년 제2회 마닐라 대회에서부터는 말레이시아 민중정의당 당수 안와르 이브라임이 연사로 초청된 ‘지도자 포럼’을 포함, 다양한 섹터가 한데 동원되었다. 또 지역 테마 패널 토론을 통해 버마, 스리랑카, 베트남,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심각한 민주주의 위기에 처해있는 있는 아시아 각국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협력 방안이 토론과제에 올랐다.

또한 지역 단위 인권 메커니즘 기준 정하기, 시민사회 강화를 위한 지역단위, 국제단위 행동과제 선정하기, 아시아 여성들의 정치 참여 증진, 민주주의와 무장갈등의 평화적 해소 등을 놓고 구체적인 의견이 다수 개진되었다. 이는 ‘마닐라 행동과제 2007-2009’로 고스란히 문서화되었다. 총회의를 통해서는 특히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태국 남부 등 상이한 역사와 언어, 문화정체성을 지닌 민족들 간(ethnic) 갈등이 첨예화되어 있는 지역들의 문제와 간문화적 갈등해소 방안이 집중 토론되었다.

민생경제 보장 시급 공감

2009년 서울대회는 테마적으로나 방법적으로 ‘통섹터적’ 성격이 좀 더 두드러졌다.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와 이에 대한 전 지구적 시민사회의 비판적 대응을 반영이라도 하는 듯 ‘사회경제적 정의’를 전체 테마로 삼았다. 다양한 인자에 의해 민주주의의 실질성 정도가 끊임없이 위협당하고 있는 아시아의 지역적 맥락에서라면 더더욱 민주주의의 지속가능성은 민생경제의 보장, 보다 더 공평하고 민주주의적인 재분배와 사회복지의 확장 문제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토론의 결과물은 ‘시민사회 강화’를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의무조항으로서 크게 강조한 ‘서울선언, 2009-2011’으로 문서화됐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방법론적인 특징으로는 ‘민주주의의 이행과 공고화 문제’를 두고 지난 몇 년간 이론과 실천 양 측면을 거슬러 지난한 고투를 벌여온 몇몇 국내 진보대학 연구단체들의 협력적 조율을 들 수 있다.

사진=WFDA 집행위
아시아 민주화 세계포럼에서 토론을 벌이는 참석자들.

현재 3년간 한국과 몇몇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주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탈서구 일변도적인 지표를 개발 중인 성공회대학교의 민주주의연구소(소장 조희연)가 별도의 아카데믹 패널로 ‘과두제적 민주주의와 아시아 민주화’를 개최한 것을 비롯, 중앙대학교의 사회발전연구소가 ‘민주주의를 젠더화하기’라는 주제로,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한국 민주화를 위한 사회적, 문화적 자원들’이라는 주제로 각각 별도의 패널을 꾸렸다. 이들 진보학자들은 입을 모아 한국 민주 시민사회의 재활성화를 촉구했다. 다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아시아와 다함께 아시아 속에서 일어서야할 때이다.

김레베카 기자

김레베카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레베카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