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막은 참여정부 '줄탁동시'

[시민운동 2.0] 김동영l승인2007.08.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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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회 다니는 교인 한 분이 교회 게시판에 ‘줄탁동시(茁啄同時)의 교훈’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글을 통해 정서적 어려움을 심하게 겪고 있는 아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성하고, 천천히 변화되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때를 맞추는 기다림을 배우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가 겪었던,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과의 관계의 문제이다.
이제 9살인 아이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거부하고 외톨이가 되어 시간을 보낸다. 부모는 이런 아이를 걱정하여 나무라기도 하고, 설득하기도 하고, 인위적 교육을 시도해 보기도 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아들에게 바라는 부모의 목표도 경쟁사회에서 뒤떨어져 엘리트 사회로 편입하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이웃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사회의 성원으로 살아가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것으로 자연스레 옮겨가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모는 ‘줄탁동시’의 교훈을 배웠다. 알에서 아직 부화하지 않은 병아리는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부리가 약한 병아리에게 알의 껍질은 단단하기만 하다. 병아리는 껍질을 깨려하나 힘이 모자란다. 이때 귀를 기울이고 있던 어미 닭이 밖에서 같은 부위를 쪼아주어 병아리가 세상에 나오는 것을 돕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줄’과 어미 닭이 밖에서 이를 듣고 화답하는 ‘탁’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서로 때를 잘 맞추지 못하면 병아리는 세상도 못보고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를 기르며 이를 배웠다.

정책현장에 있으면서 접하는 참여정부의 가장 아쉬운 점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줄탁동시가 안 된다는 것이다. 반세기가 흘렀지만 우리사회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전쟁의 상처와 이어진 군부독재, 그리고 지금도 여전한 이념의 대립과 심화되는 양극화로 아프고 고통스럽다. 상처에 약을 바르거나, 아물 만큼의 시간도 갖지 못했다. 또 다른 고통이 찾아와도 이겨낼 만큼 내성을 갖지도 못했다.

그런데 어미가 된 참여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채, 미국식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줄’ 없는 ‘탁’을 계속하고 있다.

FTA가 그렇고, 많은 공공 영역의 사유화, 민영화, 산업화가 그렇다. 외부세계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를 가로막는 알을 깨고, 무한 경쟁하는 시스템에 들어가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례로 ‘의료부문’만 보더라도 이러한 정부의 주장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그 초기 공약으로 “돈 없어서 병원 못가는 사람은 없게 하겠다.”고 호언했으나 이젠 의료를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국가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FTA를 통해 경쟁력 없는 국내 제약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하겠다.” “영리병원 도입, 민영보험활성화, 공공의료기관의 민간위탁 등을 통해 경영을 효율화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변변한 신약하나 만들어내지 못한 채 카피약의 의존해 먹고 살고 있는 한국제약산업을 100배 덩치의 미국제약사들과 직접 경쟁하도록 만드는 것에 정말 ‘경쟁력’이란 단어를 갖다 붙일 수 있는 것인가? 또 의료기관과 보험사들이 돈벌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여 정말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국민들이 더 건강해 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국민들은 더 비싼 약을 사먹어야 하고, 의료기관과 보험사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돈 있는 사람이야 상관없겠지만 돈 없는 사람은 병원 못 가게 문을 닫고 못질을 하는 격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도, 산업도, 돈 없고, 경쟁력 없으면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어미의 마음은 아닌게다. ‘줄’이 없는 ‘탁’이고, 어미의 자세라 할 수 없다.

한 술 더 떠 앞으론 물도 국가경쟁력이고 사유화, 민영화 한다고 떠드는데, 큰일이다. 돈 없으면 물도 먹지 말고, 쓰지도 말란 말인가?

귀 막은 참여정부의 성급한 줄탁동시에 귀가 뚫릴 만한 큰소리가 나게 생겼다.



김동영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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