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면

[책 권하는 사회] 최윤도l승인2009.09.2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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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 가보면 심리학 관련 서적의 인기가 심상찮다. 심리학 전용 서가가 자리한 서점 한켠에는 늘 서너 명의 독자들이 책을 들춰보는 풍경이 펼쳐지고, 실제로도 잘 팔려나간다. 왜 심리학일까?

아마도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그리고 사회를 향한 자신의 인식은 어떠한지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내면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은 세상을 등지고 앉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좀 더 가까이 호흡하고 살아가기 위함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심리학 책을 집어 드는 사람들 틈에서 나도 한 권을 들었다. <생각의 함정: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자카리 쇼어 지음, 임옥희 역, 에코의 서재)는 우리의 일상적인 선택과 판단 뒤에 숨겨진 7가지의 심리기제를 들어 ‘왜 우리는 잘못을 알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지’를 풀어내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7가지의 심리기제가 꽤나 설득력 있게 전해지는 한편 사회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는 한 인물이 오버랩 되기 시작했다. 그 때의 생각들을 날 것 그대로 7가지 기제에 대입해본다.

#노출불안-나약함이 노출될 것을 두려워하다=‘노출불안은 단호하고 강력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자신의 위치가 약화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가져오는 비극은 단호한 결단력을 보여주기 위해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이 노출불안의 희생자들은 약자로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국가 전체에 투사하기도 한다. 그들은 국가가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동맹국들의 이탈과 적대국들의 공격이 초래될 것이라 믿고 과잉진압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용산참사, 쌍용차 노조, 박원순 사건은? 정부의 역설적 나약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원인혼란-복잡한 사건의 원인을 혼동하다=‘한때 마가린이 버터 대용 건강식품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마가린이 심장질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마가린의 인기는 계속되었다. 식품영양학자들이 이러한 실수를 저지른 것은 식품이 인체에 미치는 작동원리를 전체시스템 속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고립된 한 가지 영양분이라는 특수한 패러다임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다층위적인 인과관계를 보지 못한 것이다.’

‘그랜드 바게닝.’ 제발 원인혼란이길 바란다. 계산에 의한 의도적 제안이라면 그냥 ‘안 하겠다’는 것 일 테니까.

#평면적 관점-1차원적으로 세상을 보다=‘평면적 관점은 우리의 상상력을 1차원적으로 속박해버리는 경직된 관점을 의미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종종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 원망, 증오라는 핵심적인 요인을 간과한다. 전략과 이론이라는, 현실세계와 유리된 세계가 쉽게 간과하는 사실은 적이든 아군이든 모든 인간이 권력과 이해타산만이 아니라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이다’

군사적으로 말하면 초강대국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일은 있어도 전쟁의 근원인 감정을 해소한 적은 거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사상적 토대로 작용하는 이 관점은 자신에게 돌아갈 가장 큰 화살이 될 것이다.

#만병통치주의-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한다=‘인간은 대표성이 강한 사례를 통해 특정 대상을 효율적으로 범주화하는 법을 학습한다. 즉 이상화된 최고의 원형을 통해 사고하는 것이다. 이 원형을 통해 인간은 범주를 형성한다. 우리가 인지함정에 취약한 원인 중 하나는 이상적인 전형을 떠올리는 사고경향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를 만병통치주의에 빠지게 한다. 만병통치주의는 성공한 이론을 무차별적으로 모든 곳에 적용하려는 교조적 믿음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 들어맞은 이론을 외관상 유사해 보이는 모든 상황에 적용하려 드는 것이다.’

고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절대로 포기될 수 없는 사업이다’라는 그 엄청난 사실.

#정보 회피증-광적인 정보독점 혹은 회피=‘정보 회피증은 자발적으로 정보를 축적하는 정보 독점자들과 달리 강박적으로 정보를 회피하는 것이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대면하기보다 자신을 실책에서 구해줄 데이터와의 접촉을 차단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임무를 고의적으로 방기할 뿐 아니라 동료, 조직, 국가의 목적을 종종 망각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원’의 2006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인 ‘소수력발전소’의 전력 생산량은 국내 총 전력 생산량의 1.1%밖에 안 되면서 가장 환경을 많이 파괴하는 사업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거울 이미지-상대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거울 이미지는 상대가 자신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가정하는 인지함정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무시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본능적으로 우리가 어떤 대상을 지각하는 방식과 다른 사람들이 지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깨닫기란 어려운 일이다.’

‘돈 없어서 공부 못하는 학생 없게 하겠다’라고 하지만 부자 감세로 세수가 줄자 무상 급식비를 삭감한다. ‘4대강 사업은 선택 아닌 필수’라는데, 빈곤 아동과 청소년들의 무상 급식은 선택인가.

#정태적 집착-변화하는 세계를 거부하다=‘정태적 집착은 변화하는 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하는 인지함정이다. 이는 대상이나 현상에 폭넓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상상력이 작동하지 않게 만든다. 정태적 집착에 빠진 사람은 세계가 근본적으로 유동적이라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물이 언제나 예전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갈망으로 인해 변영과 평화, 성공에서 멀어진다.’

잃어버린 10년만큼 정부기관들은 다시 국민 위에 군림하고, 암약하고, 회귀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커다란 실책을 저지르는 핵심 원인은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사고방식과 관련이 있다. 이는 지능지수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세계 최고의 정치가와 정책분석가, 첩보 전문가, 학자들을 휘하에 둔 미국이 이라크를 그처럼 잘못 파악할 수 있었는가?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엘리트들을 고용하여 문제 해결을 하는데도 왜 그토록 끔찍한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실책들이 우리의 잘못된 사고방식 때문이 아니라 경직된 사고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사회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 다양한 원인을 짚어낼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정치지도자란 더욱 그렇다. 뒷산에 올라 광화문을 바라보면서도 변하지 않는 그 인식구조를 위해 이 책을 청와대로 보낸다. 택배는 착불이다.

최윤도 두리미디어 기획과장

최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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