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 24일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이 집시법 제10조 등에 대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5명 위헌, 2명 헌법불합치, 2명 합헌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집시법 10조는 헌법상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재는 “2010년 6월 30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위헌 의견을 낸 이강국·이공현·조대현·김종대·송두환 재판관은 “집회에 대한 허가 금지를 규정한 헌법 21조 2항은 집회의 내용뿐만 아니라 시간·장소를 기준으로 한 허가도 금지된다는 의미”라며 “야간 옥외집회를 허가제로 규정한 집시법 10조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밝혔다. 민형기·목영준 재판관은 “과도하게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일단 집시법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늦었지만 환영한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와 실정법상의 괴리를 없앴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집회법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인 1962년 박정희 정권 시절 처음 만들어졌다. 야간집회는 원천적으로 금지됐다. 이후 89년 야간집회는 금지에서 허가제로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제한이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에는 ‘허가제’ 폐지를 뼈대로 한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되던 1963년부터 시행돼 46년 동안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근거가 된 집시법의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과 마찬가지로 집회·결사에 대한 어떤 허가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헌법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 만큼 이제 국회가 나서 위헌 요소를 제거하는 내용의 입법을 할 차례다.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지금까지 검찰이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 위반 혐의로만 기소한 사람은 35명이다. 일반교통방해 등 다른 혐의까지 적용된 사람을 합하면 913명에 이른다고 한다. 법원도 위헌이 선언된 법조항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는 만큼 선고를 법 개정 뒤로 미뤄야 한다. 나아가 법원은 이번 결정의 취지를 존중해 위헌이 확인된 집시법상의 야간집회 금지조항을 적용한 검찰과 경찰의 무리한 기소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촛불시민들에 대한 무죄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와함께 헌재의 집시법 헌법불합치 판결은 지난해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안진걸 씨의 위헌법률신청을 당시 재판부였던 박재영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받아들여 제청한지 1년 만에 나온 값진 결정으로 시민운동 열매요 값진 성과다. 당시 박재영 판사는 우리 헌법이 금하고 있는 야간옥외집회 금지 규정은 사전허가제일 뿐 아니라 과잉 규제라며 위헌심판을 제청했고, 헌재는 현행 집시법 제10조 야간옥외집회금지 조항과 벌칙조항 23조에 대해 위헌임을 확인했다. 거듭 말하거니와 야간집회는 불법이 아니다. 위헌적이고 반민주적 행태를 보인 정부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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