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자연이 되는 문자의 세계

한자이야기[7]-스스로 자(自) 강상헌l승인2009.10.1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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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가장 큰 화두(話頭) 중 하나인 자연(自然)은 ‘스스로[自] 그러하다[然]’는 뜻이다. 첫 글자 자(自)는 ‘스스로, 저절로, 처음, 말미암다’ 따위의 뜻을 가진다. 이런 의미가 확장(擴張)되어 시간이나 공간(空間)에 관한 명사 앞에 붙어 ‘~으로부터’의 뜻으로도 쓰인다. 이런 여러 활용 중에서도 이 글자의 가장 중심적인 뜻은 ‘나’다. 자기(自己)를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 사람들의 몸짓 중에서 유별난 것이 있다. ‘나 말이야?’ 하고 자신을 말할 때 검지(집게손가락)로 자기 얼굴의 코를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 같으면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는 제스처다. 말에 우선(于先)하는 신체언어의 민족 간 차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참 신기(神奇)하게도 코를 가리키나, 가슴을 두드리나 서로 다른 민족(民族)이라도 상대편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그냥 안다. 몸말은 만국공통인가.

그래서 코를 그린 그림글자가 점차 ‘나’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코’라는 뜻보다 ‘나’라는 뜻이 더 강해졌을까? 코 그림글자의 후신(後身)인 자(自) 아래에 ‘준다’는 뜻의 비(?)자가 붙어 따로 코 비(鼻)자가 만들어졌다.

코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냄새를 맡는 일이다. 냄새는 취(臭)다. 냄새를 맡는 감각은 후각(嗅覺)이다. 둘 다 자(自)자를 포함하고 있다. 코를 가리키는 글자가 따로 생겼지만 역시 이 自자에는 ‘코’의 뜻이 스며 있는 것이다. 自를 한자사전에서 찾아보면 예닐곱 번 째 뜻으로 ‘코’ 또는 ‘코 비(鼻)의 고자(古字)’라는 풀이가 나온다. 한자가 가지는 역사성이다.

‘저절로’ ‘스스로’의 뜻이 ‘나’를 가리키는 自에서 파생됐다. 자연(自然) 자생(自生) 자활(自活) 자립(自立) 등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많이 쓰이는 중요한 개념(槪念)들이다. 코가 ‘나’로, ‘나’가 자연이 되는 문자의 세계, 미묘하고 의미 깊다.

개개인에게 ‘나’는 처음이자 출발점이겠다. 自자의 활용 사례 중에 ‘~으로부터’의 뜻이 나온 연유(緣由)다. 요즘은 보기 드물지만 예전에 전시회 등의 기간의 표시에 ‘自10월25일 지(至)11월 10일’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았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날짜 기간 등의 표기법이었다. 또 ‘自종로1가 至종로4가’식으로 공간의 범위를 나타내는 방법으로도 활용됐다. 지금도 처음[初]부터 끝[終]까지 이르는 동안 또는 그 사실을 가리키는 자초지종(自初至終)이라는 말로 이 의미는 자연스럽게 쓰인다.

‘나’을 의미하는 글자는 自자 말고도 아(我) 신(身) 기(己) 따위가 있다. 자아(自我), 자신(自身), 자기(自己)처럼 自와 함께 쓰여 ‘나’의 뜻을 명확하게 한다. 물론 단어나 문장에서 自, 我, 身, 己는 독자적으로도 쓰여 ‘나’ 또는 ‘나와 관련된 의미’를 발산(發散)하기도 한다.

최근 패션디자이너 홍미화 씨가 중국시장을 겨냥하는 새로운 어린이 옷 브랜드를 구상하면서 의태어(擬態語) 성격이 진한 ‘코로코로’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 신문이 썼다. 한국말 코의 음(音)과 코가 ‘나’를 지칭(指稱)한다는 중국인의 습성이 가진 뜻을 함께 포괄하는 기발한 작명(作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자의 지식이 재치 있고 예쁜 이름으로 활용되는 사례라고나 할까.

*<시민사회신문> 한자교육원 홈페이지(www.yejiseowon.com)

토막해설-스스로 自(자)


그림문자인 상형자(象形字)의 대표적인 글자 중 하나로 갑골문(甲骨文)에서부터 등장하는 역사 깊은 글자다. 서기 100년 완성된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이 自를 ‘비야 상비형’(鼻也 象鼻形)이라고 새겼다. 즉 ‘코라는 뜻이다. 코의 모양을 그렸다’라고 했다. 또 그는 같은 책에서 ‘自는 鼻와 같다.’고 썼다. 鼻자가 이때 이미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 후한(後漢)의 대학자가 살았던 시기에 自는 코로부터 인신(引伸)된 ‘나’의 의미와 ‘코’를 함께 가리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상헌 본사 논설주간·한자교육원 예지서원 원장

강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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