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스스로 움직여라

‘88만원 세대’의 딜레마, 당사자가 바꾸길 최윤도l승인2009.10.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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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상상력과 긍정의 시너지 발견해야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의 내용은 그간 지극히 ‘헌법적’인 말이었다. ‘헌법적’이라 함은 분명이 존재하는 국가의 최상위 규범이 있음에도 그것이 오로지 국가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인식해온 서민들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이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의도한 것이지만, 시대는 달라졌다. 공과는 유보하더라도 문민정부에서 서서히 변화할 가능성을 엿보았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우리가 주인이어야 하는 민주주의의 토대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제 우리는 필연적으로 우리가 관계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판단을 주도적으로 해야 할 때다. 하나마나한 말들은 여기까지 한다. 이 다음이 정말 문제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부모세대에 비하면 ‘이건 뭔가 아니다 싶어’라며 술렁술렁 움직이려 꿈틀대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 움직임조차 자신감과 자기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88만원세대>가 나온지 2년이 지났다. 눈만 뜨면 취업대란에 학생들은 토익점수를 10점 올리는데 한 달을 투자한다. 88만원 세대란 명칭이 주는 사회적 의미의 연장선상에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정책이 준비되었다.

그러나 정작 20대의 처절함은 덜하기는커녕 점점 늘어만 간다. 20대가 되묻는다. “누구에게 짱돌을 던지라굽쇼?”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우석훈, 레디앙)에서 저자 우석훈은 미안했단다.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맥락을 잡았지만 그 어떤 단위도 20대가 던지는 원망의 짱돌을 맞을 대상은 없었고, 20대는 갑갑하기만 했다.

‘먹고 살 준비’에 여념 없는 자신들이 난데없이 ‘88만원 세대’라는 딱지가 붙어 여기저기 눈치보게 만들고 루저(패배자) 분위기만 팽배하게 해놓고 뭘 어쩌라는거냐, 이런 이유들로 저자는 “미안하다, 이렇게 해보자”며 ‘88만원 세대 속편’이라는 그들의 구원서를 내놓았다.

이런 20대들을 해방시킬 ‘구원자’는? 20대 문제에 관심이 많고 20대들을 대변하기 시작한 앞 세대들인가? 그러나 그들은 일종의 ‘대리인’일 뿐, 20대 문제를 풀 열쇠는 결국 20대 손에 있다고 분석한 저자는 여느 당사자 운동과 다른 20대 운동의 특징을 찾아낸다.

20대 운동은 ‘당사자’들이 계속 바뀌며 이런 이유로 지금 20대들이 집단적으로 청원해 제도를 바꾸더라도 그들이 수혜자가 되기는 좀 어렵다. 10대가 오히려 20대 운동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10대와 20대의 연대 그리고 젊음의 무한한 상상력에 제안한다. 어차피 ‘니들 돌 던져봐야 확인하는 것은 중력 뿐이니 직접 나서자’고. 노조에도 참여하고, 정계에도 참여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보라고. 영등포 알바노조, 강남 편의점 노조. 현행 노동조합법에 2인 이상이면 된다니까.

이런 운동 방법에 이어 68혁명과 차티스트(참정권 확대) 운동을 참고할 만한 운동 방식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굳이 차티스트가 아니면 어떠냐, 너희의 바꾸려는 에너지는 지구를 뽀갤 정도로 그 어떤 세대보다도 무한하다, 아무튼 해보라고 권한다.

제목에서 보여지 듯 저자는 결국 20대들에게 미안함 섞인 제안으로 혁명을 주문하고, 그 혁명이란 것은 다름 아닌 ‘제발 쫄지말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해 전전긍긍 하는 방안에서 나와 옆 방 친구의 문을 두드리면 그것이 곧 혁명이요, 새로운 사회변화의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역시 88만원 세대를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과거의 사회참여와 운동의 모습이 아닌 변화된 시대에 맞서는 새로운 에너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안해서든, 기성세대가 무능력이든 저자가 제시한 방법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그 전제가 되는 20대의 에너지에 포커스를 맞춘 것은 분명 새로운 운동의 패러다임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처럼 학생 중심의 학생운동과는 달리 사회문제가 되어버린 자신들의 처지를 직접 소리내라는 의미에서 나아가 사회참여의 한 축을 공고히 다질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야 말로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또한 사회 운동가들은 기존의 방식에서 이들을 끌어안을 열린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애끓는 감성이란 끼어들 곳 없는 자본구조 안에서 자신들의 자본에 대해서는 인색한 모습들로 하여금 상상력의 부재를 낳게 되고, 결국에는 감각이 떨어지게 되는 사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88만원 세대는 여기저기 흩뿌려져 공허한 메아리만 남을 수밖에 없다.

저자가 말했던 88만원 세대는 에너지가 넘쳐흐른다. 이 에너지를 날 것 그대로 세상과 부딪히게 하자는 게 그의 제안이고, 또 다른 이름으로 작용하기 위해 내놓은 조언이 ‘혁명’이다. 그러나 이 날 것의 에너지는 자칫 상처받기 쉽다. 상처받은 혁명의 사회적 비용도 얼마가 들지 모른다.

그 무한한 상상력을 사회참여의 새로운 형태로 모아 긍정의 시너지로 바꾸는 일이 바로 사회 운동가들의 몫이다. 이들의 에너지를 확인했다면 그에 맞는 구심이 되려는 모색들이 있어야 하고, 그 구심이란 보수적이고 형식적인 틀거리로 편입시키는 작용이 아닌 상상력을 통한 어울림인 것이다. 이러한 고민 없이 88만원 세대의 에너지가 변질된다면 그것은 변화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고, 막장이다.

상상력은 과학기술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사회 디자인은 반드시 상상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상상력은 경차도 만들지만 사람을 만드는 최고의 원동력이다.

최윤도 두리미디어 기획과장

최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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