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정치’ 일군다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10.2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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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恐懼之心(공구지심)이 日弛(일이)하고 邪僻之情(사벽지정)이 轉放(전방)이라 豈知事起乎所忽(기지사기호소홀)하고 禍生乎無妄(화생호무망)이리오.’(백성을 두려워 하는 마음이 날로 해이해지고 사악하고 편벽한 감정이 생겨 점차 방자해진다. 사건은 소홀히 하는데서 일어나고 화는 뜻하지 않은 데서 일어남을 어찌 알겠나)

‘故以聖人受命(고이성인수명)하여 拯溺亨?(중닉형준)일새 歸罪於己(귀죄어기)하고 因心於民(인심어민)이라 大明(대명)은 無私照(무사조)오 至公(지공)은 無私親(무사친)이라.’(성인은 천명을 받아 물에 빠진 이를 건지고 막힌 것을 통하게 하니 죄를 자신에게 돌리고 마음은 백성을 따라야 한다. 태양은 사사로이 비춤이 없고 지극히 공평함에는 사사로이 친애함이 없다)


중국 당나라 때 지식인 장온고가 막 권좌에 오른 당 태종에게 바친 ‘대보잠’이라는 글에 나오는 문구이다. 지난 19일 출범한 시민운동가들의 정치참여 모임인 ‘희망과 대안’의 박원순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도 장온고의 경구를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고 본다”며 “장온고가 1천300년 전에 말했고, 당 태종이 따랐듯이 이명박 정부도 국민과 소통하고 백성의 소리를 들어 공평하게 권력을 행사하기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래 국민을 두려워하고 역사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날로 해이해지고 있으며 권력자와 공직자들 사이에는 ‘사악하고 편벽한 감정’이 생겨나 ‘방자’한 권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흩어져 살던 시민운동가들이 다시 모였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 대안적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독주에 문제의식을 느낀 시민단체 인사들이 ‘희망과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좋은 인물을 발굴해 추천하는 정치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박 위원장의 연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경고이자 시민사회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시민사회는 2000년 총선시민연대를 구성해 부패정치인을 낙선시키는 정치 운동을 벌였다. 낙선 운동이 네거티브 방식이었다면, 희망과 대안은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정치개혁 운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를 위해 사회적 의제 및 메시지 형성,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도로서의 정치연합, 좋은 정치세력 형성을 위한 지원, 시민사회운동과의 협력 등을 펼쳐 여론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10년 동안 정책대안을 내고 정치권을 압박해왔다. 민주정부는 이들의 정책대안을 받아 들여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하루아침에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민주주의를 20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시민운동가들을 잡아 가고 고발했다. 돈줄을 막아 시민단체들을 옥죄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이 더 이상 관망할 수 없게 한 것이다.결국엔 이명박 정부가 시민운동가들을 정치무대로 불러낸 셈이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에서 정부 여당에게 “핍박과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포용의 정치, 소통의 정치로 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고, 야권에 대해서도 “분열과 대안부재의 정치에서 벗어나 희망의 정치를 일궈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순히 ‘반 한나라당’ 연대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중재자로 나서 진보세력과 야권의 화합 및 연대를 추진한다는 의도이다. 이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독선을 견제하고 한나라당 일색인 정치세력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민주세력의 통합을 추진하는 시민단체들은 이로써 3개에 달한다. 과거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재야 원로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통합 시민행동’과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시민주권’은 이미 결성돼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우려가 국민 사이에 널리 확산돼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28일 실시되는 재보선 선거를 시작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반드시 민주세력이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

이들은 10월 재보선에서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운동에 나섰다. 야당들과의 물밑접촉과 공식적인 라운드 테이블 등을 통해 민주세력의 연대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의 출범식에 야당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연대를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일화를 약속했던 안산 상록을 후보들은 합의를 깨뜨렸다. 그만큼 정치권의 이해관계는 쉽게 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들 단체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의지는 높다. 정치적 중립이란 강박과 모호한 기준을 넘어 민생파탄과 민주주의 위기, 남북관계 경색 등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선거에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구호에 그칠 수만은 없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이미 정당의 후보가 결정됐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개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야당 대표들과 원탁회의 등을 구성해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정파를 초월한 활동을 해왔다. 국민도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했다.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도 엄밀히 따지면 정파를 초월한 운동이었기 때문에 열화와 같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계적 중립에 머무르면서 우리 사회가 후퇴하는 걸 용납할 수는 없다. 이제 국민도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시민사회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에 국민은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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