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세어라, 보노짓 후세인

인종주의 성찰을 불러일으킨 그가 델리에서 보낸 편지 김레베카l승인2009.10.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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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부 반낙살라이트 무장탄압과 선주민 인권 압살

[김레베카 기자의 글로벌 로컬]

지난 7월 10일 부천행 시내버스 안에서의 심각한 수준의 반인종주의적 폭력 이후 한국에서 경찰과 법원은 물론이거니와 언론, 시민사회, 심지어는 국회 ‘반인종차별법’ 입법 논란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인도 동북부 출신 보노짓 후세인(전 성공회대 연구교수, 사진) 씨.

성공회대라는 같은 공간을 오고가며 어느덧 좋은 친구가 되기도 했던 이 보노짓이 얼마 전 인도 델리로 떠났다. 한국에서의 그의 ‘고난’은 한국 언론 뿐만이 아니라 인도는 물론 영국의 가디언에서 아랍 알자지라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세계 매스컴을 통해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켰다.

당사자 보노짓은 그만큼 더 혹독한 스트레스, 공포, 우울증 복합증세를 거의 매일 안고 살아야 했다. ‘보노짓 사건’ 하나만 갖고도 웬만한 박사논문 하나는 너끈히 나올 것이라고 나는 종종 생각하곤 했다. 반인종주의에 대한 각성과 도덕적 판단 요청을 더 강화해야할 필요성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사회의 서글픈 초상화를 우리 스스로 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느꼈던 것이다.

사건 당자자는 물론이고 많은 사건 관계자들이 보노짓 사건이라는 이 유색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구태부터 가부장적 문화(같이 있다가 어이없게 같이 봉변당한 한국여성 얘기다), 백인 영어 선호증(영어만 잘하면 유색인도 어느 정도는 봐준다) 등을 짚어낸 바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특정한 방식으로 한정된 어떤 영어 선호증, 미국의 백인 중산층이 사용하는 ‘無 악센트 영어’라 해야 할 것이다. 군부독재로 이어진 탈식민화, 미국의 군사 정치 지배와 온갖 문화냉전의 산물인 이 뿌리 깊은 ‘미국 중산층 백인 영어 선호증’은 단순히 ‘인종주의’의 한 국면으로서 읽힐 수만은 없다.

남한사회에서 ‘미국’은 ‘근대’나 마찬가지로 지독히도 역설적인 과정이다. 국내적이며 그만큼 세계적이기도 한 미국과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자본들과의 사회정치적인 투쟁이 어느 한쪽으로 쉽게 귀결될 수 없을 것인 이상, 지독한 정신병이다.

일본에 의한 식민화는 미국을 ‘대안’처럼 바라보게 하는 측면이 있었다. 미군정이 닦아놓은 극심한 사상, 언론통제와 우익 지배 발판 위에서 해방직후 이승만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미국에 의한 지배에 기반해 있었다.

군사원조, 미군 주둔지로부터 흘러나오는 지하 경제 이외에도 미국은 연평균 31억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제공했는데, 이는 당시 연평균 국민총생산의 12%, 연평균 총수입의 73%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이후의 압축적 산업화와 개발독재는 ‘미국’으로부터 소비와 향락만 남기고 다른 자유주의적, 저항적 가치들은 전부 소거해버렸다.

좌파적 시민사회는 광주5.18민주화투쟁 이후 미국과 결정적으로 결별했다. 그러나 더 광의의 한국 시민사회는 여전히 광적인 미국 시민권, 미국식 영어 열광증을 앓는 정치인, 교육자, 재벌, 언론 등으로 한가득 차 있다.

보노짓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어떤 역사 정치적 통로, 어떤 구체적인 사회 문화적 메커니즘을 통해 이 지경으로 색둔감증, 다양성 둔감증, 사회연대성 혐오증에 빠지게 되었는지 다시금 깊이 반성해보도록 만든다. 그 반성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반인종차별법’의 법제화가 던지는 전망과 갖가지 걸림돌들을 위시해서 다음호부터 차차 따져 나가보기로 하자.

이번호는 델리로 돌아간 보노짓이 현재 인도 정부가 중부 오지 산림지대 챠티스가르 단테와다에서 진행 중인 낙살라이트 운동세력 진압 작전과 관련해 지난 20일 보내온 서신을 게재하기로 한다.

1960년대 후반 인도 벵갈 서부 낙살바리 마을 농민 반란으로 촉발된 무장 마오주의 운동인 낙살라이트 운동은 2004년부터 중부지대에서 활동하는 ‘민중의 전쟁 그룹’(PWG)과 비하르에서 활동하는 ‘인도 마오주의 공산 센터’(MCCI)가 모여 인도 마오주의 공산당을 만들면서 다시 본격화되었다.

이는 인도 내에서 중앙정부와 군부의 극심한 탄압을 받아왔다. ‘그린 헌트 작전’이라 불리는 이번 작전에 현재까지 800명 이상의 무장군인이 투입되었고, 50명 가까운 마오주의자들이 사살되었으며 200명이 넘는 마오주의자들이 아직 봉쇄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악명높은 코브라(CoBRA, Commando Battalion for Resolute Action)군과 주정부 경찰이 같이 진행하고 있는 이 군사작전은 싱가마다구 근처 오지 산림지대에 근거한 낙살라이트 거점지에서 불법 무기제조장이 적발되고 만모한 싱 총리가 낙살라이트 운동을 국가에 대한 주요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발언한지 며칠 후 개시되었다.

인도 군부조차 ‘성공 절대 불가’를 점치고 있는, 빈곤 농민계층이 중심인 인도 중부 선주민(indigeous people) 공동체에 대한 인도 정부의 무장탄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래는 보노짓의 편지 전문이다.

"아시아 민주·인권침해 감시 계속해주길”
무차별 반군 진압, 극심한 민중 폭력·탄압 직면


한국에서 떠나와 이제 살벌하도록 흥미로운 여기 인도에 돌아왔습니다. 중부 인도 오지 산림지대를 중심으로 현재 인도 정부는 마오주의 반란세력인 낙살라이트 운동 거점지에서 육군, 공군을 동원해 ‘그린 헌트’라는 군사작전을 진행 중입니다.

최근 동지들이 문제의 중부 지역에서 델리로 지역 선주민 운동가 몇 명을 몰래 빼돌려 데려 왔습니다. 무사히 살아 나온 그들 가운데는 ‘슈모’라는 이름의 한 여성이 있습니다. 지난 10월 1일, 코브라 군대의 무장군인들이 그녀가 살던 마을 주민들을 쏴죽이고 그녀 역시 다리에 심각한 총상을 입었습니다.

보노짓 후세인
무장군인의 총격을 받은 선주민 ‘슈모’ 씨가 구조되는 장면.
총알들은 아직도 그녀 다리에 박혀있습니다, 그날 이후 지금껏 그 어떤 치료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날 저녁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녀의 존재를 델리지역 미디어에 알린 다음 병원에도 데려갈 수 있었는데, 의사들이 아마 다리를 둘 다 잘라내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다른 중부 선주민들도 대부분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입니다. 슈모 역시 몸무게가 30kg밖에 안나갑니다.

슈모 같은 사람이 지난 몇주동안 인도에 아마 수백명도 더 생겨났을 겁니다. 이런 우울한 현실은 사실 지금의 이 그린 헌트 작전 훨씬 이전부터 지속되어 왔습니다. 인도 정부는 마오주의 세력들은 완전히 다 쓸어버리겠다는 결심을 아주 단단히 했고, 따라서 다음달에는 7만5천명에 달하는 코브라군, 공군을 중부지역 반낙살라이트 군사작전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들이 ‘적군’, ‘타격 사살 대상’으로 간주하는 무장세력들의 주요 주둔지이기도 한 인도 중부 오지 산림지대는 8천만명에 달하는 다양한 선주민들의 생활터전이며 광물과 기타 천연자원이 매우 풍부합니다.

이런 지역임에도 인도 정부는 지금껏 한번도 자유경제지역 같은 것을 선포할 수 없었는데, 이는 그만큼 지역 선주민들과 마오주의 세력들의 투쟁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5~6년 전 몇몇 다국적 기업과 MOU를 맺고 이 지역의 광산채굴권을 팔았습니다. 한국의 포스코는 이중에서도 손꼽히는 계약당사자입니다.

정부가 탄압 명목으로 내세우는 건 ‘마오주의를 소탕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런 미명하에 지금까지 수십년간 문제의 지대에 사는 수많은 선주민들은 주경찰, 군대 등에 의해 극심한 폭력과 탄압에 시달려왔습니다. 이번 그린 헌트 작전은 마치 마지막 총력전 같은 인상을 줍니다.

속내는 천연자원 풍부한 그 중부 산림지대에서 선주민들을 모두 몰아내겠다는 것이지요. 자기들의 개발과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서요. 인도 내무장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주민들은 바다이고, 마오주의 세력은 물고기이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우선 그 바닷물부터 몽땅 빼내야한다.”

전선이 이미 선명히 그러졌고, 인도 내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진보적인 시민들은 앞으로 곧 다가올 또한번의 힘든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 또한 한국보다 가난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설익은’ 민주주의를 수출할 생각만 하지 말고, 한국 자본이 한국 바깥 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약탈과 탄압, 집단살해에 본격 동조하고 있는지, 더 주의 깊게 살피고 스스로 경고를 게을리하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인도에서 보노짓 후세인


김레베카 기자

김레베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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