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가난해서가 아닌 불공정 것에 분노한다”

집중진단_재정위기가 다가온다 1. 2010예산안의 초점 2. 중앙정부의 예산안 3. 지방정부의 예산안

지난번 글에서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 회복은 빛의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빚 때문이며, 착시효과가 생겨 지지율 회복에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을 했다. 감세와 4대강 등 급격한 재정지출로 인해 급격하게 심화되는 재정위기 그로인해 예산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제 2010년도 중앙정부예산안의 주요 이슈를 분석해 보자

숨어있는 4대강 예산

내년도 4대강 예산이 정부가 당초 제시한 3조5천억원보다 1조8천억원이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국토 해양부의 4대강 예산 외에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에 근거한 예산은 5조3천333억원이라고 한다.

환경부의 1조2천873억원 규모, 농림부의 4천566억원 등의 예산이 누락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체 예산안을 발표하는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에서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 결국 수자원공사에 떠넘긴 예산까지 포함하면 4대강 사업에 내년도에만 8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는 정부의 꼼수이거나 4대강사업의 당위성에만 집착하여 파악도 안 될 정도의 마구잡이 예산편성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예산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예산서 자체 뿐만 아니라 원래의 사업계획에 근거하여 역추적해보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를 파악할 필요도 있다. 공기업과 연기금에서 유사한 사업들이 발견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총액계상사업이 아님에도 예산을 포괄적으로 편성하여 예산심의를 어렵게 하는 것이다. 농림부의 ‘농업용저수지 둑높임사업’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사업은 4천66억원의 예산으로 전년대비 970%가 증액되었다.

농식품부는 가뭄과 홍수 때문에 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업대상 96개 저수지 중 홍수피해를 입은 곳은 지난 30년간 2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73개 저수지는 지난 30년간 어떤 홍수피해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추경예산에 갑자기 등장한 이 사업은 4대강 예산을 증가시키기 위한 임시편성사업으로 아무 문제없던 둑에 공사를 하는 ‘밑 빠진 독’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 인상 예상

정부재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공기업예산은 실제의 정부예산을 떠넘기기에 좋은 대상이다. 수자원공사에 4대강 예산 8조원를 넘기려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최근 2008년도 공기업 준정부기관 결산서가 국회에 보고되었다. 이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총부채는 213조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5.6%가 늘어났다. 이는 자산증가율 14%에 불과했다. 부채의 증가는 지난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5년간 부채는 연평균 18.9% 증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6%의 차이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크게 위협할 정도의 큰 변화라는 데 있다. 공기업의 영업이익대 이자보상율이 전년도 179.9%에서 47.1%로 악화되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영업이익이 재작년에는 이자의 179%였으나 2008년도에는 이자의 절반도 갚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환경연합 박종학

내년도 4대강 예산이 정부가 당초 제시한 3조5천억원보다 1조8천억원이 더 많은 것으로 밝혀져 시민사회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재정의 잘못된 지출이란 것이다. 지난달 30일 ‘4대강 죽이기 저지 및 생명의 강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와 ‘농지보전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공동대책위’가 서울 정동 서울지방국도관리청 앞에서 팔당 유기농지에 대한 불법적인 토지조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장면.

개별기업으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부채만 18조원이 증가했다. 석유공사는 최근 석유자원의 확보라는 정책목표를 위해 22억달러를 들여 캐나다의 하비스트에너지를 인수했다. 결국 정부의 정책목표를 위해 공기업들이 채산성이나 재정건전성을 생각하지 않고 막대한 재정을 정부대신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은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각종 공공사업을 추진하여 거기에서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결국 공공요금이 대표적인 수입원일 수밖에 없다. 공기업이 재정이 부족하면 정부예산으로 채우든가, 부채를 줄이든가, 아니면 공공요금 인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예산은 부족하고 부채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공공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이 크므로 부채로 부담을 미래에 전가시키는 것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특히 재정기율을 무시하는 현 상황에서는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밑 빠진 독’ 민자투자사업

인천국제공항은 여러모로 ‘밑 빠진 독’의 사례가 되고 있다. 민자투자사업으로 건설한 공항철도와 공항고속도로의 개통이후 누적지원금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우리는 막대한 입장료를 내고 공항을 이용한다. 그나마 현재까지는 인천공항이 이익을 많이 내서 그 법인세와 배당금으로 이 적자를 메꿔 나갔다. 하지만 또 하나의 거대한 밑 빠진 독인 인천대교가 개통되어 그마저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예산이 부족할 때 마지막으로 쓰는 방법이 공기업 및 자산매각이다. 아예 팔아버리는 것이다. 최근에는 알짜기업인 인천국제공항 부분매각이 진행되고 있고, 산업은행의 앞날도 알 수가 없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친인척특혜문제는 차치해 두고서라도 기업매각 후 지속적으로 요금의 형태나 적자보전 등을 통해 국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최악의 상황설정이다.

참고로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인천국제공항 마스터플랜 장기재무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10년부터 2035년까지 26년간 공항공사가 정부에 납부하는 법인세와 배당금은 약 37조원이다. 공항공사는 매년 4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정부는 3조원 가량에 매각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무튼 2010년 예산심의에서 민자투자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한 감시가 철저히 이루어 져야 한다. 참고로 민자투자사업의 도로부분 운영수입보장금액 지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2009년의 경우 인천공항고속도로 900억원, 천안논산간고속도로 472억원, 대구부산간고속도로 478억원, 서울외곽고속도로 66억원 등 4곳에만 1천916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민자사업을 차라리 국유화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국유화냐 민영화가 초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민영화도 비효율적일수 있고, 국유화도 관료 등 관련 이익집단의 이익추구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중통제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정치의 기능을 포함하여 대중이 공공성이 관점에서 투명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통제받지 못하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부패의 비용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다.

정의조세가 신뢰 형성을

‘사람은 가난한데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데 분노한다’라는 말이 있다. 조세를 제대로 거두어야 할 때 주로 쓰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의 조세징수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아예 탈세를 하는 지하경제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파악해 놓고도 못 거둬들인 체납세금 문제이다.

우선 지하경제문제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부분은 2005년 기준 GDP대비 27.6%로 OECD 28개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지하경제의 양성화와 조세파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규모도 예전에 비하면 큰폭으로 줄어든 결과이다. 20년 전에는 50%에 불과했다. 이렇게 크게 변화한 이유는 카드와 현금영수증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징세비용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적다. IT코리아의 힘인 것이다.

문제는 세무당국과 정부가 지하경제에 대한 파악노력을 적게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징수노력이 아직도 일반국민들의 정서에 의하면 부족하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세금체납의 문제다. 파악을 해놓고도 못받은 세금이 2007년에만 25조원에 이르고, 받는 것을 포기한 체납결손처리금이 7조원에 이른다. 95%이상이 5천만원 이상의 체납임을 볼 때, 대부분 고소득 체납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의 38기동대처럼 징수에 노력을 기울일 경우 지금의 절반으로 세금체납을 막을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따라서 감세와 증세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조세의 정의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유리알 지갑’과 전자화로 인한 세금증가로 쉽게 징수되는 현 상황에서는 세무당국이 노력을 할 유인이 적어질 수도 있다. 예산감시는 지출 뿐만 아니라 징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소중한 세금이 혈세로만 느껴지고 따라서 저항과 불만의 대상으로 머물지 않을 것이다. 예산은 우리의 자산이며 세금폭탄이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만드는 세금투자이기 때문이다.

대홍수라는 말이 있다. 사치와 방탕을 즐겼던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연이은 전쟁과 과도한 세금으로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다. 더구나 북아메리카와 인도 등의 광대한 식민지도 잃었다. 민심은 들끓고 혁명의 기운은 무르익어 갔지만 왕은 태평했다. “나 죽은 후에 대홍수가 나든 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는 무책임한 말을 했다. 결국 프랑스 왕조는 혁명으로 붕괴했다.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미래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다음 정권의 문제이며 후임자의 문제라면서 집권세력과 공무원들이 무책임하게 나라살림을 탕진한다면 미래의 대홍수를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아주 먼 훗날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몇 년후의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도 아니고, 막대한 경제적 고통만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방비용은 복구비용보다 항상 적다. 임박한 대홍수라는 고통을 예방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정창수 편집위원

정창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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