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누 씨의 꿈

공감의 변[52] 장서연l승인2009.11.0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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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자다가 일어나 한참을 멍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18년 전 자다가 기나긴 꿈을 꾸고 일어난 것 같은 느낌처럼, 아니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얼음으로 얼었다가 몇 백 년 후 꺼내진 것 같은 느낌처럼…. 많은 것들이 변해버린 것을 보았습니다.”

지난달 23일 강제추방 당한 미누드 목탄. 한국식 이름 ‘미누’로 더 많이 불리는 그는 추방당한 다음날 아침, 한국에서 보낸 18년이 마치 기나긴 꿈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미누 씨는 18년 동안 한국의 봉제공장 등지에서 이주노동자로, 이주노동자밴드 ‘스탑크랙다운’(StopCrackdown, 단속을 멈춰라) 보컬로, 이주노동자방송국 MWTV 미디어활동가로 살아왔다.

그는 이주민이 출연하는 최초의 토크쇼를 만드는 등 미디어를 통하여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의 목소리들을 전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다문화 교육을 통하여 아이들에게 스스로 희망이 되어주고 싶어 했다. 이제는 모국어인 네팔어보다 한국어가 더 편하다는 그였다.

그는 한 인간으로서, 18년 동안 같은 하늘 아래에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한국사회로부터 자신의 존재와 삶에 대한 온전한 평가를 받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한국정부에게 그의 존재와 삶은 18년의 ‘불법체류’일 뿐이었다. 그는 기습적인 강제추방을 당하였다. 법무부는 그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도, 변호사에게 연락할 수 있는 기회도, 법원의 결정을 받을 기회조차도 주지 않았다.

그가 표적단속을 당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면회 갔을 때, 외국인보호소 수용복인 파란색 체육복을 입고 멋쩍어하던 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은 채 끌려온 것에 대한 모멸감,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것에 대한 배신감, 자신의 일로 동지들을 고생시키는 것에 대한 미안함, 자신의 존재와 삶이 무가치한 것으로 부정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 그리고 강제추방과 내일에 대한 두려움. 그는 승소할 확률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송을 통하여 싸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 실패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그의 마지막 선물도 용납하지 않았다.

강제추방은 미누 씨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그가 한국사회에서 맺어온 수많은 인연과 관계들, 삶의 기반들을 하루아침에 현실이 아닌 ‘꿈’으로 만들어 버렸고, 이주민으로서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불법’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한국사회 안에는 수많은 ‘미누’들이 살고 있다. 그들을 모두 단속하고 가두고 강제추방할 것인가.


장서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장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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