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 보호 현실에 맞아야

[시민운동 2.0] 이지문l승인2009.11.09 13:4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1천300만명이라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 ‘괴물’의 첫 장면을 기억하는가. 용산 주둔 주한미군 영안실에서 시체 방부처리용 포르말린을 하수구를 통해 한강에 무단방류할 것을 지시하는 그 장면은 영화 속 상상이 아니라 지난 2000년 실제 발생하였던 사건에서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상관의 지시를 거부하다 욕설과 강압에 못이겨 포르말린을 직접 버려야 했던 군무원 김 모씨는 이러한 사실을 녹색연합에 제보함으로써 세상에 알렸다.

만일 당신이 속한 기업에서 이처럼 독극물을 무단방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인체에 유해한 식품을 제조하거나 생산한 자동차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목격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건강, 안전, 환경 등에 위해를 가하는 기업과 단체의 공익침해행위를 행정기관 등에 신고하여 해고 등 불이익을 받는 경우, 권익위로부터 복직 등 신분보장을 받게 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정안이 의결되어 곧 국회에 정부안으로 제출된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 1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부패방지법령에 따라 공직자의 부패행위나 공공기관에 재산상 손실을 주는 행위를 신고하는 경우에는 일정 부분 보호 및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공공성이 큰 분야의 공익침해행위는 삼풍백화점 붕괴나 성수대교 참사에서도 뼈아프게 확인하였던 것처럼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체계적인 법적 보호장치가 갖추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고에 나섰던 사람들이 오히려 기업으로부터 유무형의 보복을 받아 왔다는 점에서 때늦은 감은 있지만 보호법안이 마련된 것에 대해 그 필요성을 역설해왔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한다.

그러나 한두가지 미진한 부분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어 보다 현실성있는 보호법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다음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부패방지법령에서는 공공기관에 재산상 이익을 가져오거나 손실을 방지한 경우 또는 공익의 증진을 가져온 경우의 부패행위 신고자에게는 최고 5천만원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또한 직접적인 공공기관 수입의 회복이나 증대 또는 비용의 절감을 가져오거나 그에 관한 법률관계가 확정된 때에는 최고 20억원 범위 내에서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이번 보호법안에서는 ‘보호’만 규정하고 있을 뿐 포상 및 보상은 제외하고 있다.

미등록 학원이나 교습시간 위반 등을 일반 시민이 신고하는 경우에도 학원 신고 포상금 제도에 따라 시행 석달만에 포상금을 7억원 넘게 지급을 하면서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신분보장을 포함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줄테니까 신고에 적극 나서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둘째, 필자가 권익위 관련 공청회에서 의견을 제시했던 소속 기업 등에서 신고자를 색출하여 공공연하게 그 대상을 공개하는 행위를 비롯, 집단 따돌림 등까지 불이익 유형에 포함함으로써 부패방지법령보다 더 세세하게 규정한 것은 의미가 있으나, 비정규직 종사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다.

불이익은 일단 해당 조직에서 계속 일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발생할 수 있는데, 비정규직 노동자가 신고 후 기업에서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재계약하지 않으면 보호법안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실제 같은 조건의 다른 비정규직은 자동 계약 연장되는데 신고자만 다른 이유를 들어 재계약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보다 명확한 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계약연장을 요구하기 어려움이 있다면 보호방법의 한 형태로 적극적인 ‘취업 알선’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셋째, 신고는 공익침해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기관 등의 대표자 또는 사용자,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지도 감독 등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나 감독기관, 수사기관에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특정한 기관이 불분명하거나 여러 기관이 관련되는 경우 권익위에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령 이 제정안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국민은 이 법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처럼 언론에 제보하는 경우가 여전히 빈번할 것이라는 점에서 언론 제보라 하더라도 신고 경위를 판단하여 불가피할 경우 최소한 법적 보호가 준용될 필요가 있다.

이밖에 불이익조치가 있었던 날(불이익조치가 계속된 경우에는 그 종료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하게끔 하는 것 역시 홍보 등을 고려했을 때 너무 짧다는 점에서 최소 6개월 이내로 늘려야 할 것이다.


이지문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 부대표

이지문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지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