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새로운 정치실험

[시민광장] 채진원l승인2009.11.09 13:54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지난달 19일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와 종교, 학계 인사들이 현실정치 참여를 목표로 ‘희망과 대안’을 창립했다. 여러 관심 중에 하나는 당연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인 박원순 변호사의 현실정치 참여 여부다.

박원순 변호사는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 참여 가능성과 관련 “(생각이 있었다면) 선거캠프를 차렸지, 희망과 대안이라는 조직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강하게 부정했다. 또한 그는 “정치라는 것은 국민들의 꿈과 소망을 담아 그 시대에 맞는 화두와 과제를 풀어내고, 사회의 많은 자원을 동원해 현실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나는 계속 정치를 해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의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을 볼 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첫째는 박변호사를 중심으로 하는 희망과 대안이라는 단체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 정당정치권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진단이다. 둘째는 현실 제도정치권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서 ‘시민운동가의 제도정치수혈론’에 대한 평가이다. 셋째는 제도정치에 관계하는 시민운동(지도자)의 바람직한 위상과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한국정당정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접근하는 방식에서 워낙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그 핵심에는 제도정치권과 정당정치가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네트워크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즉 정치권의 의사결정과 정책결정 및 후보선출방식에서 그만큼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며 쌍방향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의 제도정치권은 정치권의 물갈이를 명문으로 선거 때마다 수혈을 해왔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DJ와 당시 집권당은 386운동권과 시민사회운동가를 수혈했고,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은 물갈이를 위해 그렇게 했다. 그리고 아마도 오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그리고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시민사회운동가의 수혈논의는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16대에서 17대 국회 8년간의 수혈효과는 많은 부분에서 양적으로 진전이 있었겠지만 질적으로 볼 때, 그 답은 부정적일 것이다. 정치권 자체가 스스로 ‘정치구조’와 ‘정체성’을 개방화, 다양화, 현대화하고 시민사회와의 반응성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하는 등 정치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행위(action) 공간의 창출 없이 외부 인사영입만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제도정치에 관계하는 시민운동(지도자)의 바람직한 위상과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점과 관련해선 지난 16대나 17대 총선 전후과정에서 시민운동의 대표자들과 활동가들이 제도정치권에 들어감으로써 보수정당의 수혈대상이 되었던 점, 그리고 낙천낙선운동 및 물갈이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시민운동과 시민운동가들이 새로운 정치(the political)를 포기하고 제도정치를 정당화해주거나 합리화해주는 보조단체로 전락하거나 그렇게 판단했던 오류를 적극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운동)는 권력적 정치가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권력적 정치(politics)를 넘어서려고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 또는 정치적인 영역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시민사회란 단순히 국가의 권력과 시장의 자본이 초래하는 폐해에 대해 감시하고 견제하는 소극적 태도를 넘어서서 구성원 간에 서로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고, 다양한 시민들 개개인을 상호 존중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갈등과 경쟁관계로 나아가지 않도록 서로 소통, 토론, 연대하는 새로운 정치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박원순 변호사가 밝힌 생각과 소신은 국가-시장-시민사회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이해하고, 제도정치권의 수혈론에 대응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원순 변호사가 행하고 있는 시민사회운동과 ‘희망과 대안’은 비록 ‘권력적 정치’는 아니지만 권력정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치(the political)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채진원 경희대 정치학 강사

채진원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채진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