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확보위해 강제실시권 검토도”

지난 12일 보건의료단체에 참여하는 보건의료인들이 신종플루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대책을 촉구한 것은 정부의 현 대책이 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주기엔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보건의료인들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하면서 국가가 해주는 일이 너무 적다”며 “우리는 질병대책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장되는 대책이 되는 것이 한 사회의 발전 척도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현재 정부는 신종플루 사태를 개인들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최소한의 사회적 대책과 정부의 책임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편으로 정부가 의료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또한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예방접종 수준 적당한가=정부는 초중고 학생을 포함한 전 국민의 35%에게 신종플루 국가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보건의료인들은 “하지만 나머지 65%의 국민 약 3천여명은 권장대상자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80%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 2억5천만 도즈를 주문한 상태이고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등은 전체 인구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한 상태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보건의료인들은 정부의 국가예방접종 계획의 타당성 평가를 위해선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국민이 집단면역을 획득해야 유행을 차단할 것인지를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인들은 신종플루의 기초재상산수(Basic reproductive number, RO)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RO값은 한사람의 전염자가 몇 사람에게 전염을 시키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RO값이 클수록 전염력이 강해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킨다. 계절독감의 경우 RO값은 1.3 정도로 정체 국민의 23%에 예방접종을 시행하면 막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 1918년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독감 등을 비교하면 신종플루의 RO값은 1.4~4.0 사이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백신접종을 시행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면 전체 국민 중 최소 28%에서 최대 75%까지 감염시키고 난 후에야 유행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 그대로 예방적 접근의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전체 인구의 최소 54% 이상에게 시행할 것을 유럽 등지에서는 권고하고 있다. 35% 수준의 우리나라의 경우엔 이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다.

◇항바이러스 비축은 안심수준인가=지난 9일 발표한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소아용 타미플루는 재고가 없고, 성인용 타미플루도 83만명분 밖에 없다. 다음날 정부는 항바이러스제를 충분히 비축하고 있으며 추가로 11월부터 12월까지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보건의료인들은 “정부는 문제가 없다고 하나 비축량에 대해 불안해하고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정부가 자초했다”며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8월말에 충분한 비축량을 확보한 상태여야 신종플루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하루 평균 10만322명이 항바이러스 약을투약받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백신접종이 완료돼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항바이러스 약 수요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따라서 충분한 양을 빨리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하며 정부 의지만 있다면 빠른 시간 내 충분한 물량 확보가 가능한 강제실시 시행이 답이다”고 주장했다.

타미플루의 국내 생산을 말하는 강제실시는 현재의 특허법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조건이란 것이다. 보건의료인들은 “지난 8월 말 보건의료인들이 요구했던 강제실시를 정부가 수용했다면 비축량을 둘러싼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타미플루와 다른 항바이러스 약인 리렌자를 우선 배분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며 “만일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리렌자는 7세 이하에는 사용할 수 없고, 사용방법이 복잡해 복약순응도가 타미플루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으므로 강력히 비판을 받아야 하고, 지침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활인 전염 차단, 비상수단을=신종플루가 급속히 전파됨에 따라 학생과 공무원 등 공공시설 체류자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신종플루 확산을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무원들은 현재 신종플루 감염이 확진된 경우 완치까지 병가조치를 치하고 있지만 일정 규모 이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등은 뚜렷한 대처방안이 없다.

보건의료인들은 “직장 내 신종플루 확산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자나 의심자가 생겼을 경우 유급으로 1주일 이상 쉬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휴가시 임금을 사회적 재원에서 부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신종플루 예방대책을 빌미로 부당해고, 인사상 불이익 등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별적인 예방관리대책이 적용될 경우 그 파장은 사회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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