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물론, 중앙일보까지 가세하여 민족문제연구소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다. 이들은 민족문제연구소를 좌파 단체로 몰아붙이며 해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창업사주 김성수가 친일인사로 등재된 동아일보는 조선일보 보다 한층 격렬한 비난 논조를 보였다. 조선일보의 창업사주 방응모는 친일파로 알려졌던 인물이므로 충격이 적었겠지만, 동아일보는 김성수를 민족지도자 또는 독립운동가로 내세우던 인물이었으니 동아일보의 당혹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대한민국 정통성 훼손 노린 좌파사관 친일사전’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사였다고 주장하는 4천389명의 명단과 함께 일방적으로 짜깁기한 ‘친일 행적’이 실려 있다”며 “우리사회 내부에서 친일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피려는 저의와 이 조직의 정체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동아는 또 “명단발표를 강행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임헌영 소장은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됐던 전력이 있다”며 “남민전은 대법원에서 반국가단체로 확정판결을 받은 공산주의 지하조직이었다”며 개인에 대한 인식공격마저 퍼부었다.
조선일보도 사설 ‘대한민국 정통성 다시 갉아먹은 친일사전 발간 대회’에서 “광복직후 친일파 청산의지가 치열했던 반민특위가 가려낸 친일인사가 688명, 항일독립운동 원로들의 모임인 광복회가 2002년에 내놓은 친일인사 명단이 692명이었다”며 “조국 광복운동에 손가락 하나 담근 적이 없는 정체불명의 인사들이 그때보다 6배나 많은 사람을 친일인사로 사전에 실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또 다른 기사에서 “국민의례는 애국가 제창이나 태극기에 대한 경례 없이 ‘민중의례’에 따라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만으로 끝냈다. 한반도가 그려진 배지를 단 사람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도 김성수와 방응모를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는 일제 통치기구의 주요 외곽단체 간부로서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하고 징병, 징용 선전 등을 한 행위가 인정됐다. 방응모는 방송국 시국강연 등을 통해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하고, 전쟁 수행을 돕는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한 행위 등이 인정됐다. 이제 국가기관도 ‘좌파 단체’로 몰아붙일 지 두고 볼 일이다.
보수신문들이 내세운 논지는 1948년 ‘반민특위’가 결성됐을 때 친일청산에 반대했던 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빼어 닮았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친일파들은 ‘시기 상조론’과 ‘국민 화합론’ ‘국론 분열론’, ‘정치적 음해론’, ‘건국 공헌론’ 등을 내세워 친일청산을 반대했다. 특히대한독립 촉성회는 친일 청산론자들을 빨갱이로 몰아 붙였다. 반민특위는 친일파와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1년 만에 와해되는 비운을 맞았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작업에 착수하면서 친일청산 반대논리를 10가지로 요약했다. 색깔론과 공과론, 공범론, 망각론, 범부 피해론, 직분 충실론, 순교자론, 연좌제 부활, 국론 분열론, 정치적 음해론 등이 그것이다. 놀랍게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사설은 10가지 반대논리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이러한 반대논리는 ‘뉴라이트’를 자처하는 지식인들과 이명박 대통령에게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이 대통령은 2008년 4월 29일 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자 발표를 두고 다음과 같은 요지의 발언을 했다. “친일문제는 국민화합 차원에서 봐야 한다”, “우리가 일본을 용서하는데…”, “공과를 균형 있게 봐야 할 것 같다.” 이들에게서 민족의식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친일잔재 청산작업을 벌였다. 2005년 5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1904년 러일전쟁 때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사람과 행적을 조사해왔다. 친일진상규명위는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결정된 705명의 명단을 새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친일 반민족 행위자는 이완용과 민영휘 등을 포함해 모두 1천6명이 된다. 이와 함께 2006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친일파들의 재산을 파악하고 국고로 환수하는 작업을 벌였다. 친일재산조사위는 3년 동안 친일파 94명의 땅 774만4,111㎡(시가 1천571억 원, 공시지가 734억원 어치)를 국고로 귀속시켰다.
그러나 친일진상규명위는 활동을 종료하고 해체 절차를 밟고 있으며 친일재산조사위는 내년 7월이 활동시한이다. 친일재산조사위의 활동도 연장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과거사 청산위원회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신의 후원세력인 뉴라이트와 보수신문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거사위의 활동시한을 연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어떤 언론도 이들 위원회의 활동시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아무 관심도 없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친일청산을 반대하는 보수신문에게 방송을 선물로 안겨 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데 있다.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처리과정의 위법성을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밀어 붙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창업사주가 친일파로 등재되고 친일청산을 반대하는 보수신문들에 날개를 달아주려는 것이다. 이들이 여론을 장악하여 친일파를 옹호하고 나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이제 친일청산을 주장하는 국민은 모두 좌파로 몰리게 될 지도 모른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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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광복군17위 및 홍범도 장군 참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