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살펴볼 대목은 ‘특정한 가치’다. 시민 진영과 노동 및 민중 진영이 어떤 특정한 가치를 두고 그 실현을 위해 행동을 같이 해야 하는가? 여기서는 ‘반MB’를 특정 가치로 상정하기로 한다. 특정 가치는 ‘현재 의제’와 ‘미래 의제’ 등 둘로 나눠볼 수 있겠다. 현 정권의 반민주적이고 반민중적인 독주에 대해 ‘MB 심판’이나 ‘MB 퇴진’ 등의 구호를 통해 현 정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맞서는 것은 ‘현재 의제’가 될 것이고, 이에 대한 정책 대안과 2010년 지자체 선거를 포함, 각종 선거 참여 등을 통한 정치 대안 등은 ‘미래 의제’가 될 것이다. 이 두 의제는 진정한 연대를 이룸에 있어 서로 때내 생각할 수 없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다.
우리는 지난 해 봄 서울 광장에서 막연하지만 필경 불가역적일 것이라 여겼던 ‘민주’가 삽시간에 뒤집히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했다. 이에 대한 분노를 담아 우리는 ‘현재 의제’를 중심으로 광장에서, 거리에서, 토론회에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부지런히 함께 모였고, 함께 토론하고 외쳐왔다. 명실상부 ‘반MB’라는 특정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를 다져왔다. 물론 그 와중에도 노동계와 민중진영은 현재 의제인 동전의 앞면에 보다 방점을 찍고, 시민사회는 비교적 미래 의제인 동전의 뒷면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든 개인이든 예측이 불가능 했던 재앙이 발생하면 그 현상과 그 현상을 초래한 본질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찾게 되는 법이다. 자연스럽게 현재 의제와 미래 의제로 나뉜다. 일단 아니다 싶으면 이건 아니라고 선언하고 앞으로 어떻게 바꿔야 하나를 고민해야 한다. MB 정권이 민중의 삶에 재앙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시민진영과 노동-민중 진영의 연대는 필수였다. 현재와 미래 양 의제가 서로 동전의 앞뒷면처럼 불가분이기에 각자의 선 자리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보다 깊이 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같은 대중조직은 ‘재앙’ 현상이 추상적인 논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즉각 구체적인 ‘실재 상황’이 되어 현장에서 나타난다. ‘해고는 죽음’이라는 구호가 바로 현장에서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부담없는 해고’의 포장 아니던가. 민중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서울 복판에서 경찰특공대에 의해 5명의 철거민이 창졸간에 목숨을 잃었다. 이리저리 잴 것 없이 MB 심판이나 MB 퇴진을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향후 어떤 정권을 대안으로 할 것인가는 동전의 뒷면이 될 것이다.
연대의 정의에 하나만 더 추가. 연대는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한다는 점, 바로 이 대목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서로 동의되는 특정 사안을 걸고 연대 사업을 한다 해도 각 선 자리에서 서로 신뢰가 확인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다름 아닐 것이다. 여기서 신뢰는 동전의 뒷면에 새겨진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적 대안의 전제가 될 것이며 이 부분을 서로 토론하고 조율하여 입장이 정리된다면 앞으로의 연대 사업은 세상을 바꿔내는 연대 사업이 될 것이다.
연대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그 이면에 정치가 흐르고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느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 흐르는 정치가 신뢰를 바탕으로 모두 동의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면? 그 순간이 저들에게는 바로 ‘재앙의 날’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출범한 ‘희망과 대안’도 좋고 이제 걸음을 떼려하는 ‘2010연대’도 좋다. 물론 ‘진보 정치’는 말할 나위 없다. 우리는 이 그림 저 그림 다 펼쳐 동전의 뒷면을 놓고 치열하고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노동-민중 등 세 진영이 동전의 뒷면에 합의하는 순간, ‘MB OUT’이 눈앞 현실로 펼쳐질 것이다.
박병우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
박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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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