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와 삽질경제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12.0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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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후반 두바이에 갔을 때와는 세상이 다 바뀌어 지금은 한국이 두바이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두바이가 (연간) 1억명이 드나들 수 있는 국제공항 건설 계획을 세우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두바이는 21세기 지구에서 계속 놀라운 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두바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던 말이다. 이 대통령은 또 “새만금이 ‘동북아의 두바이’를 넘어 세계인이 감탄하는 메카”로 성장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에는 두바이를 방문해 두바이 지도자 세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 막툼을 만나 “세계적 CEO로 인정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후 한국에선 난 데 없이 두바이 붐이 일었다. 인천 송도신도시는 ‘한국의 두바이’, 부산의 신항만 개발도 ‘한국의 두바이’라고 둘러댔다. 기업인들의 두바이 탐방이 이어졌고 대학생들의 두바이 인턴 프로그램도 생겼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인과 사업가, 언론이 두바이를 배우자고 아우성쳤다. 두바이를 따라서 잠실에 초고층 건물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그토록 추켜세웠던 두바이가 마침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대통령과 추종자들이 두바이 찬양에 몰두하고 있을 때 두바이는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무리한 건설과 부동산 붐으로 거품만 잔뜩 끼어 있었다. 이제 두바이의 운명은 다해가고 있다. 두바이 최대의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를 선언한 이후 세계경제의 더블딥 우려마저 나온다. 두바이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는 바닷물에 씻겨가는 ‘모래섬’으로 남아 있다.

두바이의 삽질경제가 한국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서민을 위한 복지예산은 물론,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 예산마저 삭감한 채 4대강 사업에 30조원을 퍼붓겠다고 나섰다. ‘수질 개선과 수자원 확보’라는 미명하에 법을 어겨가며 착공한 4대강 사업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야당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국민여론도 반대에 기울어 있다.

그런데도 멀쩡한 강 바닥을 파헤치고 시멘트를 발라 버리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두바이처럼 국가 부도사태에 빠지더라도 지지세력인 토건족의 주머니만 채워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두바이 사태는 이 대통령이 공통점이 있다고 추켜세운 지도자의 잘못에 기인한다. 이 대통령이 두바이를 따라 4대강 사업을 몰아 부친다면 대한민국이 두바이처럼 파산지경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4대강 사업을 적극 홍보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로봇 물고기’ 등 각종 사례를 들어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국의 하천 전문가들이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수중보 건설로 한강과 시화호의 수질이 좋아졌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하천 관리의 기본 지식조차 없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예로 든 ‘노무현 정부 때의 10년간 87조원’은 국가 방재 종합 대책예산으로 함량 미달인 4대강 사업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특히 ‘로봇 물고기’로 수질오염을 감시할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로봇 물고기는 수족관 외에서 효용이 현장 검증되지 않았다”며 “로봇 물고기는 특정 오염원을 찾아 알려주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의 경우 사실상 효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소속 교수들은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물 확보와 홍수 예방을 위한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않고 오로지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이라는 구시대적 하천정비 방식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처럼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두바이처럼 삽질경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본격화한 새만금의‘두바이 마케팅’은 두바이 사태 이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전라북도 도청 강당 건물에 걸려 있던 ‘두바이 걸개그림’이 내려지고 시내버스의 두바이 광고도 사라졌다. 새만금 기획서에서도 ‘두바이’라는 단어가 아예 사라졌다. 지방자치단체의 발 빠른 대응이 돋보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두바이처럼 모래 위에 성을 세우려 한다. 4대강 사업을 임기 내에 마치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졸속으로 추진되는 4대강 사업은 환경재앙을 불러오고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 아마도 이 대통령이 퇴임한 뒤 콘크리트 수중보에 막혀 썩어가는 4대강을 자연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사업비의 몇 배나 되는 복구비용이 들어갈 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은 국민 혈세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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