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마름’ 자처 정권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12.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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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현장에서 노동부 장관이 3명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책집행을 하고 최근엔 이명박 대통령이 노동부 장관을 대행하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에서 한 발언 중 일부이다. 명목상의 임태희 노동부 장관까지 포함하면 노동부 장관은 3명이 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노동부 장관’이란 말을 틀렸다. ‘노동 탄압부’ 또는 ‘기업부’ 장관이 옳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관련부처 장관들이 합법적인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 부치고 검찰까지 나서 철도노조 집행부를 수사하면서 나온 말이다. 철도노조는 파업 8일 만에 모두 복귀하고 검찰이 노조 간부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한다고 하니 대통령 말 한마디가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을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노조탄압의 선봉에 선 꼴이다.

이명박 정부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한 헌법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할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친 재벌’로 불리는 데 대해 “오해”라고 말했으나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을 꼼꼼히 살펴보면 기업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취임 초 내세웠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마름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8.8%가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이 ‘기업이익을 대변한다’고 지적했으며 ‘노동자 이익을 대변한다’는 응답은 15.6%에 그쳤다. 쌍용차 파업 당시 경찰을 동원한 무자비한 탄압이나 합법적인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이라며 검찰이 앞장서서 밀어 붙이는 행태를 보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응답이 이만큼이라도 나온 것은 여론조사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의아심이 든다.

이명박 정부는 또한 통합공무원노조의 설립을 막으려 한다. 이명박 정부는 노조 간부 82명을 파면 또는 해임하거나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 더구나 공무원 노조 출범식에 조합원의 참여를 차단하도록 지시하고 옛 전국공무원 노조 사무실 95곳을 모두 강제 폐쇄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지적대로 “공무원 노동자에게 보장된 헌법적 기본권을 위협하고”, “공무원을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더 나아가 노동법 자체를 아예 바꾸려 한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부가 야합하여 복수노조 2년 6개월 유예 및 교섭창구 단일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6개월 이후 시행 및 임금지급 사용자 형사처벌, ‘타임 오프제’(근로시간 면제) 도입 등을 합의했다. 한나라당은 3자 합의내용을 노동법에 반영하여 국회에서 개정안을 밀어붙일 태세이다.

이번 ‘3자 야합’은 민주노총과 야당들을 배제한 채 이뤄진 반쪽 합의에 불과하다. 일부 재벌 등 사용자 측의 이해와 한국노총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이해가 담합해 이뤄진 ‘반 노동’ 합의인 셈이다. 게다가 이들의 합의 내용은 국제노동기준을 무시한 처사일 뿐더러 현행 노동법 보다 노동기본권을 크게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복수노조 유예는 국제노동기준을 무시한 처사이다. 단결권을 얻지 못한 노동자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 노동자적 결정일 뿐이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하겠다는 발상도 말이 안 된다. 단체교섭권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노동 3권’ 중 하나이다.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한 경우에만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시행령을 통해 소수 노조에는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것은 위헌이다.

교섭단위를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은 산별체제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산별교섭을 우선으로 한다. 단체교섭에서 산별노조를 제외하면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들은 산별교섭에 응하지 않고 산별교섭의 가능성을 없애버리므로 위헌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복수노조 설립의 제한은 삼성그룹처럼 회사에서 유령노조를 만들어 놓으면 실제 노조를 결성하지 못하게 하는 전근대적인 독소 조항이다. 2년 6개월 뒤에 복수노조가 허용되리라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타임 오프제’는 회사가 인정하는 시간에만 노조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는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은 사용자의 의사결정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여부는 노사교섭으로 이뤄질 합의 사항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나라를 30년 전으로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이번 노동법 파동도 이러한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사회적 강자인 자본가를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서는 모습은 안쓰럽기 짝이 없다. 그래야만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국민의 대다수는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라는 사실을 이명박 대통령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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