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사회를 뒤흔든 사건에는 투기자본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삼성재벌 등 건설자본과 일부 지주들의 투기적 수익을 위해 용산구청, 서울시청, 용산경찰서와 용역깡패들이 저지른 ‘용산참사’이다. 다른 하나는 투기자본 상하이차의 ‘먹튀’로 불러진 ‘쌍용차 사태’이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는 투기자본이 저지른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이 추악한 것은 투기자본, 그 자체보다도 그들의 먹튀를 위해 공모하는 국가권력, 전문가 집단 때문이다.
우선매각협상자의 면면
최근 대우건설 매각문제가 주요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앞서 말한 투기자본의 폐해를 겪은 우리사회로서는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먼저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을 보면, 대우건설의 우선 매각 협상자로 두 곳이 선정되었다고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지난 달 23일 발표했다. 중동 국부펀드와 함께 인수에 참여하는 ‘자베즈파트너스’, 그리고 미국계 전략적 투자자인 ‘티알아메리카’ 컨소시엄이다.
자베즈파트너스는 국내 자본과 아부다비 투자공사가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한다. 아부다비 투자공사는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중 하나이다. 아랍에미리트의 국부펀드가 참여한 것 때문에 ‘전략적 투자자’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부펀드 그 자체가 투기자본으로서 저지른 사실을 망각하거나 왜곡하는 것에 불과하다. 과거 싱가포르 정부가 투자한 ‘테마섹’이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를 저지른 바 있다. 그리고 인도에서 이동통신사에 대해 먹튀를 하려다가 실패한 사례 또한 이미 알려져 있다. 국부펀드가 반드시 ‘사회적 책임투자’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기 위해 투기자본의 행태를 보인 사례도 많다.
또한 자베즈파트너스 스스로 재무적 투자자이며 사모펀드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금호와 산업은행, 일부 언론이 국부펀드 운운하는 것은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왜냐면 사모펀드야말로 대표적인 투기자본의 형태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거짓말은 또 있다. 중동계 자본이므로 대우건설의 중동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해외 투기자본에게 기업을 매각할 때마다 그런 주장은 늘 있어 왔다. 대표적으로 쌍용차의 경우, 매각이유로 중국 수출이 늘어 날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중국 내의 공장설립을 담보한 특별약정까지 있었지만 모든 것은 거짓말일 뿐이었다.
더욱이 매각의 당사자인 대우건설노조가 반발하고 있는데, 아부다비 투자공사와는 무관하며 자본조성 실체조차 불분명하므로 결국 금호자본의 경영권 재장악 음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금호자본의 탐욕을 잘 아는, 매우 설득력 있는 내부 증언으로 보여 진다. 더욱이 자베즈파트너스의 대표는 과거 제일은행에서 뉴브릿지캐피탈과 스탠다드챠타드를 대리하여 정리해고를 주도한 자이기에 더 할 말이 없다.
한편 미국계 자본인 티알아메리카 컨소시엄은 미국계 건설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티시맨 건설과 아메리카 뱅크노트, 씨티은행 등의 금융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투자은행’인지 밝혀야 한다. 투자은행이라면, 그 역시 사모펀드와 마찬가지로 투기자본일 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주범들은 바로 미국의 투자은행이다. 금융위기는 이들이 저지른 투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에 우선 매각 협상자 중 하나로 선정된 미국계 건설회사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쌍용차 사태나 비오이하이디스 사례에서 보듯이 ‘기술 유출’의 위험성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보유한 해외 프랜트 시공능력이나 원자력 발전소와 조력 발전소 시공능력은 타 경쟁사들에게는 매력인 기술인 것이다.
대우건설이 투기자본에게 매각돼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우선 매각 협상자들의 실체와 그들의 전략적 목표를 밝혀야 한다. 또한 매각 과정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매각 책임은 어디에?
이번 매각의 책임은 금호아시아그룹에게 있다. 대우건설의 잘못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금호아시아나는 항공운수회사이다. 항공운수업을 잘해서 기업이 성장하는 게 상식인 것이다. 처음부터 대우건설이란 건설회사를 인수한 것 자체가 그릇된 경영이었던 것이다.
그 후 채권은행과의 약정도 무시하고 대우건설을 담보로 무리한 ‘레버리지’를 활용,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 뛰어 들었다. M·A로 기업의 성장을 도모한 결과, 그룹경영 전체가 위기에 빠진 것이다. 즉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비윤리적 경영과 투기적 경영이 위기를 불러왔고, 위기탈출의 희생양으로 우량 기업인 대우건설을 투기자본에게 팔려고 하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인 것이다. 더욱이 자신들의 풋백옵션 만기일을 위해 12월 15일까지 졸속매각을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흔히들 ‘승자의 저주’라고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투기적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이른바 ‘기업 금융화’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머니게임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사회적으로 해야 할 역할 중에 중요한 것이 고용과 생산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사회에서 10여년 동안 모든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반복적, 습관적으로 해왔다. 기업경영의 목표는 시장에서 주식가치를 올리는 것이고, 주식가치를 올려야 M·A시장에서 고가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주주자본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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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신문DB> |
| 지난 2007년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앞에서 론스타와 관련한 국회 특검실시와 압수수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장면. |
산업설비를 팔고 노동자를 해고하고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쌓아두는 이런 회사는 상식적으로 보면 망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주가가 계속 상승해 간다. 기업이 생산과 고용창출보다 M·A를 통해 투기적인 형태를 보이는 것 자체가 사회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한편 이를 두둔하고 같은 목표로 사회운동을 추구하는 시민운동, 노동운동, 진보정당운동의 일부 흐름도 있어서 매우 걱정이다.
특히 모든 기업이 대규모의 정리해고를 주기적으로, 매우 집요하게 하고 있다. 마치 조선시대 도망노비 추쇄꾼처럼 집요하게 말이다. 이는 사무직이거나 정규직의 노동자 한명을 해고할 때마다 주식시장에 수 만 달러에서 수 십 만 달러의 주가상승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결코 경제위기이거나 인건비 절감 때문이 아니라 수익 때문에 정리해고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와 자본에 이런 거짓말에 부화뇌동하며 ‘합리적 대안’, ‘고통분담’ 운운하는 사회운동 세력은 모두 가짜일 뿐이다.
더욱이 재벌이다. 재벌의 투기 행태가 단죄되지 않아 한국 경제를 위기로 내몰았던 사례를 우리 사회는 여러 차례 목도해왔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비윤리적 경영과 투기적 경영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자베즈파트너스에 투자한 ‘국내 자본’이 위장된 금호 자본이고, 금호가 여전히 2대 주주로 남아 경영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그들의 ‘탐욕’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국가가 문제 키운다
문제는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매각 주간사의 위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매각 주간사와 주채권 은행의 지위를 동시에 누리고 있어 ‘졸속 매각’과 ‘묻지마 매각’의 오류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투기자본감시센터와 대우건설노조 등이 비판해온 문제에 대해 산업은행이 스스로 이를 인정하였다고 본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인수자금에 대한 지원을 밝히는 등 여전히 잘못된 매각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그간 많은 사회적 폐해를 불러온 투기자본이 초기에 국내 기업과 은행 등을 인수할 때, 그 인수 자금을 대개의 경우 국내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로는 산업은행 등의 정책금융 지원으로 자금을 조성하기도 한다. 최근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던 쌍용차 사태에서 보듯 상하이차의 ‘먹튀’도 처음부터 산업은행 등의 정책금융 지원 덕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금융 지원은 그대로 회사 빚이 되어 계속기업의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마디로 국가가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투기자본의 먹튀를 위한 초기‘도박 자금’을 지원한 셈이다. 그럼에도 늘 ‘외자 유치’라고 국민을 오도해 왔다.
같은 오류가 대우건설 매각에서도 반복되려 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원 의사를 밝힌 자베즈파트너스와 미국계 TR아메리카는 먹튀 를 목적으로 조성된 사모펀드, 재무적 투자자, 투기자본이라는 강한 의혹이 있다. 또 그들의 인수자금 조성도 의문이다. 벌써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국내에서 자금을 조성하고 있고, 이미 밝힌 풋백옵션 만기일인 12월 15일까지 조성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매각성사 자체가 불가능 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실사를 통해 기업정보는 이미 넘어 갔지만 말이다. 다급한 금호자본은 풋백옵션 만기일 조정에 나오고 있는데 이 또한 불확실하다.
여하튼 심각한 것은 산업은행의 인수자금 지원이다. 이번 매각이 과연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 정리의 문제인가. 그런데 현재의 대우건설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이 아니다. 또 대우건설 인수 의향서를 낸 사모펀드들에 대해 정책 금융을 지원해줄 가치가 있는 사안인가. 아니, 최소한 이들 사모펀드의 투자자들에 대한 실체라도 파악을 했는가.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도대체 왜 투기자본에게 국민 혈세를 바치는가.
결국 대우건설 인수대금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 계획은 오로지 투기자본을 위한 것이다. 이는 정책 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할 행동이 아니다. 산업은행은 이번 대우건설 매각의 발단인 금호 그룹의 문제를 먼저 묻고, 탐욕스러운 재벌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끝으로 국책은행의 잘못된 처신에서 우리는 오늘 날의 신자유주의 국가의 실체를 본다. 흔히 국가와 시장 또는 시장의 지배자인 자본과 대립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근대 자본주의의 허상이거나 사민주의자들 또는 케인즈주의자들, 아니면 하이에크류의 신자유주의들이 만든 가공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현실의 국가는 신자유주의에 포섭돼 주주자본주의식 사고를 하고 있다. 재벌 산하 경제연구소에서 만든 보고서가 기획재정부 국장 책상에 놓인 정책입안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김앤장 법률사무소 같은 민간의 전문가집단을 사이에 두고 국가와 자본 간에는 ‘회전문인사’를 하며 국가 관료와 민간의 엘리트를 공유하고 있다.
국가는 신자유주의와 그들 시대의 주인공, 투기자본을 위한 입법과 정책집행, 행정 서비스, 사법적 보호, 이를 위한 국민교육을 한다. 본래부터 자본은 끊임없이 탐욕을 추구하는 야수이다. 다른 피조물을 사냥하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야수를 울타리 안에 가둬놓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역할일 것이다. 그걸 기대하고 시민들은 세금내고 무장력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는 이 야수를 시장에 풀어놓고 마음 놓고 사냥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규제완화’니, ‘시장질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CEO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 등의 근사한 말을 붙이면서 말이다. 더욱 고약한 것은 그 야수의 사냥질에 아직 죽지 못하고 상처 입고 피 흘리며 쓰러진 다른 시장 참여자들-노동자, 소비자, 지역주민, 제3세계 등에게는 그냥 시장에서 나가 죽으라고 한다.
이를 위해 경찰을 또 다른 야수로 동원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자본을 제외한 다른 시장참여자의 단결과 자력구제만이 생존의 해답일 것이다. 나는 이것을 시민운동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대우건설 매각문제의 해법도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
홍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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