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미군전용클럽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곳에서 많은 한국인 여성들이 미군을 상대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해 가족 생계를 부양했다. 우리는 그녀들을 ‘양공주’라 부르며 부도덕한 사회규범 이탈자로 취급했다. 정부는 정기적인 성병 검사를 진행하고 보건증을 소지하도록 관리함으로써 미군을 상대로 한 성매매를 방조했다. 시대가 변해가면서 성산업계의 3D업종인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에서 일하려는 한국인 여성의 수가 급감했다.
필리핀 및 구 소련 연방 출신의 외국인 여성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예술흥행비자’로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 여성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자 외국인 여성을 모집하는 기획사의 수도 함께 급증했다. 정부는 보건증 대신 예술흥행비자로 입국하려는 외국인 여성에게 HIV 감염 테스트 음성확인서 제출을 요구한다.
출입국관립법에 따르면 예술흥행비자(E-6)란 ‘음악, 미술, 문학, 연예, 연주, 연극, 운동경기, 광고, 패션모델 등’의 활동을 하려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사증 종류다. 왜 정부는 가수, 무희 명목의 예술흥행비자 발급 신청 서류에 HIV감염테스트 결과를 요구하는 것일까. 두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 번째, 정부는 실제 초청 사유가 성 접객원 고용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성매매를 묵인 방조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가능성은 정부가 E-6 비자 운용 실체를 모르면서 그런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문제는 있다. 무분별하게 HIV감염테스트결과를 제출하게 함으로써 정부는 직업자유의 제한, 사생활 침해 등 헌법상 기본권과 국제인권규범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제공자가 한국인 여성에서 외국인 여성으로 대체되었고, 서비스 이용자가 미군에서 한국인 남성과 이주노동자 남성으로 확대되었으나 여성의 성을 착취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공간이라는 속성은 변치 않았다. 여기에 ‘외국인’ 여성이라는 취약한 지위가 더해졌다.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두려움으로 부당한 성착취, 노동착취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성매매 강요, 임금체불 등 인권침해를 겪는 외국인 여성들은 계약대로 일할 수 있는 업소로 이동하기를, 공장에 취직하여 정상적인 일을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일단 업소를 이탈하면 기획사와 고용주의 ‘사업장 무단이탈 신고’만으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한다. 현행 출입국 행정상 사업장 이탈 사유나 경위를 묻거나 따지지 않는다. 외국인여성은 항변할 수 없다.
서두에 언급한 기사에서 단속된 외국인 여성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 강제퇴거 되는 것으로 결말났다. 원래 비자 발급 목적 외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불법’ 체류자로 취급되어 강제퇴거 대상으로 전락되는 것이다. 이주여성이 성매매강요 알선 피해를 말한다는 것은 본인들이 허가받지 않은 체류자격외 활동을 했다고, 한국에서 ‘불법’인 성매매를 행하였다고 자수하는 것이다. 자수 이후에는? 강제퇴거가 기다린다. 이런 법제도는 예술흥행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 여성들에게 정부가 나서서 성매매를 알선, 강요하는 꼴이다. 미 국무부가 발행하는 인신매매보고서에서 1등급을 받았다고 좋아하며 자랑하는 모습이 광대놀음같이 우스꽝스럽고 씁쓸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라미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소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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