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은 ‘봉’이다

[시민운동 2.0] 이진선l승인2009.12.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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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010년, 또 다시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매년 반복되는 등록금 문제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바로 정부가 내년부터 ‘취업 후 상환제’라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부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도를 발표했으면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은 그대로 침묵할 것으로 보인다. 뭔가 앞뒤가 안 맞아도 한참 안 맞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 학생들은 등록금 문제의 대안 중 하나로 ‘등록금 후불제’를 이야기해 왔다. 쉽게 얘기해 먼저 정부에서 대신 등록금을 내주고, 대학생들이 졸업 후 취직 한 후 일정정도 소득이 생기면 소득에서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천천히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이미 영국, 호주 등에서는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이것을 바탕으로 나온 제도다. 하지만 지난 11월 19일 그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발표한 것을 보고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기존 저소득층 무상장학금, 소득 7분위까지 기존의 학자금 대출제도에서 받았던 이자지원이 모두 폐지가 된다. 또한 상환 개시 기준소득(취업 후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기준이 되는 소득)을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1천592만원으로, 상환률을 20%로 책정해 저소득층의 부담을 더욱 커지게 하는 만들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최저생계비는 정부의 사회보장적 기준을 정하는 정책기준이어서 정부의 재정능력을 감안하여 낮게 책정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최저생계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우리의 최저생계비와 유사하게 빈곤선의 소득을 기준으로 상환기준소득을 정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빈곤선의 소득을 그대로 상환기준소득으로 하지 않고 150%를 가산하여 상환기준소득으로 하고 있다.

취업 후 상환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6% 안팎의 높은 이자율과 상환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복리로 전환하는 문제이다. 다른 정책금리는 2~4%를 적용하면서, 가장 공공적인 영역인 교육관련 금리는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고금리를 받을 수 있을까.

기존 이자지원까지 전격 폐지하면서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는 것은 정부가 학생들을 상대로 사채놀이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학자금대출의 이자율은 무이자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취업후 상환제에 대해 등록금넷을 비롯해 교과위 야당 의원들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교과위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야당과 국민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벌써부터 대학가에서는 내년 등록금이 5~10% 이상씩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등록금만 1천만원 시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폭등한 등록금과 매년 물가인상률의 3~4배 이상 치솟는 등록금에 대한 통제와 개입 없이 취업 후 상환제만 시행하는 것은 결코 등록금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가 대학의 등록금을 규제하지도 않으면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학교육은 우리국가의 미래발전동력인 인적자본을 구축하는 것이므로 무조건 학부모, 학생 개인에게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떠맡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교육공공성의 원리에서 접근해야 한다.

만약 이대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를 강행한다면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은 기만적인 서민정치의 간판을 내려야 한다. 돈이 없어도 공부 걱정 없이 하겠다,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현재 정부와 여당을 보면 그 길은 요원해 보인다. 정말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지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나라, 헌법 31조에서 말하고 있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이젠 정부의 의지로 보장받게 해주도록 해야 한다.


이진선 참여연대 민생팀 간사

이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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