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해의 다짐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12.3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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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경인(庚寅)년 호랑이해이다. 그 중에서도 하얀 호랑이, 즉 백호(白虎)의 해이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의 민화나 민담, 속담 속에 자주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백수의 왕’ 한국 호랑이는 아시아 최고의 맹수로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 가장 크다. 남한에서 호랑이에 대한 기록은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수컷 1마리와 1924년 전남에서 4마리, 강원도에서 2마리가 잡힌 것이 마지막이다. 이제 남한에서는 호랑이가 완전히 멸종된 것으로 짐작된다.

새해를 맞으며 호랑이의 기상이 온누리에 뻗쳐 우리 민족이 융성하고 번영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3년차를 맞으며 낙관적인 기원이나 전망 보다는 우울함이 앞서는 것은 웬일일까. 지난 2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국정운영 때문에 피폐해진 삶 때문일까.

국제사회에서도 비난받는 인권침해, ‘부자천국, 서민지옥’으로 불리는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오로지 토건족의 배만 불리기 위한 삽질 경제, 정적을 죽이기 위한 무지막지식 표적 수사, 마구잡이로 시위자들을 연행해가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인권침해, 합법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붙여 강제로 해산시키고 노동법을 개악하는 노동탄압, 언론악법 강행을 통해 'MB어천가‘를 꿈꾸는 언론장악 등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정책들이 새해에도 달라질 조짐이 적기 때문이다.

MB 임기 하반기 돌입

대통령의 5년 임기 중 절반이 지나 꺾어지는 해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방에서나마 전국적으로 선거가 치러진다. 지방선거일은 노무현 대통령의 1주기와 맞물려 있다. 또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년이 된다. 특히 지방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 국민이 역사를 새로 창조할 잠재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역술인들은 2010년 경인년에는 각계각층에서 실력행사나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천간에 '경금(庚金)'이 들어 있는 해에는 집단 간의 대립과 반목이 심각해져 극심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경인년의 경(庚)은 금(金), 인(寅)은 목(木)을 의미한다. 따라서 2010년은 금과 목이 공존한다. 목은 금에게 극(剋)을 받으므로 나무가 도끼에게 상처를 입게 되는 형국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이나 4월혁명, 광주민중항쟁 등이 일어난 해는 모두 천간에 경금이 들어 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경금이 들어 있는 해에는 국운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많았다. 가장 비근한 예가 60년 전 경인년인 1950년에는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월혁명이 일어난 해는 1960년 경자(庚子)년이다. 5·18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 해도 1980년 경신(庚申)년이다. 두 해 모두 천간에 ‘경금(庚金)’이 포함돼 있다.

우리 민족의 씻을 수 없는 아픔인 일제 강점도 1910년 경술(庚戌)년에 이뤄졌다. 2010년은 ‘경술국치(庚戌國恥)’ 100년째가 된다. 또한 민족통일의 이정표를 세운 6·15공동선언은 경진(庚辰)년인 2000년에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는 이중에서 한국전쟁만을 이슈의 중심에 세우려 할 것이다. 한국 민주화의 중요한 계기가 된 4월혁명과 광주민중항쟁은 제쳐놓고 한국전쟁 60주년을 계기로 반공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려 할 것이 뻔하다. 아무튼 2010년은 우리 민족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되새겨 민주화 유산을 계승시켜 나갈 좋은 기회이다.

1910년의 경술국치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겪었던 민족의 비애를 잊지 말고 부강한 나라를 일궈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물론 일제 치하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다 순국한 선열의 얼을 기려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일제 잔재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식민지 근성을 뿌리뽑는 작업도 매우 중요하다. 100년이 되어도 우리 삶에 해독을 끼치고 있는 식민성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한국전쟁은 식민지 지배를 청산하지 못한 채 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된 데서 비롯된 참화였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된다. 동족상잔을 겪은 뒤 분단체제가 굳어지면서 아직도 한반도에서는 우리 민족이 총부리를 겨누며 적대시하고 있지 않은가. 분단체제의 폐해는 독재로 이어졌고 독재는 우리의 삶을 왜곡시켰다.

4월혁명과 광주민중항쟁은 독재체제를 끝장내고 민주화를 염원하는 우리 민족의 정기를 보여준 위대한 사건이었다. 4월혁명은 비록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지만, 젊은 학생들이 주축이 된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다.

광주민중항쟁은 군사쿠데타 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진압됐다. 광주민중항쟁은 한국현대사에서 유례없는 유혈참사였지만 죽어간 민주열사들의 혼은 아직도 우리 가슴에 남아 있다. 그들의 혼은 1987년 6·10시민항쟁의 원동력이 되었다. 독재에 항거하다 죽어간 열사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의식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6·15공동선언은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민족의 염원이 담긴 쾌거였다.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이라는 꿈을 향한 대한민국 역사의 이정표이기도 했다. 남북정상간의 합의는 현대사의 어떤 사건 보다도 획기적인 분수령이었다. 그러나 ‘6·15정신’은 이명박 정부 들어 부정되고 남과 북이 적대시하던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 분단체제에 안주하려는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 유산 계승과 청산의 한해를

에는 이러한 현대사의 유산을 이어가거나 극복해 나가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왜 독재체제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이 왜 나오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30년 전으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온 지도 오래되었다. 민주절차와 인권을 무시하는 민주주의 위기.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서민복지를 후퇴시킨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화해를 파탄시킨 남북관계의 위기가 빚어지고 있다. 이른바 ‘3대 위기론’이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뜻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 독주를 지속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선진화’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독재시대로 회귀하는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통치의 대상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법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법치의 대상은 통치대상인 국민에게만 국한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은 아예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노조탄압과 인권침해를 성토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는 그저 소음으로 넘기면 그만이다. 언론자유 후퇴와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 이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좌파’로 몰아 매도하면 그만이다.

시민사회는 2010년을 중요한 해로 여기고 있다. 앞서 밝힌 역사적 사건의 유산을 청산하거나 계승하는 사업을 벌이는 것은 물론,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촛불집회를 빌미로 한 이명박 정부의 끈질긴 탄압으로 움츠러 들었던 시민사회단체들이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지방정부에 민주세력을 포진시키기 위해 새로운 정치운동에 나섰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희망과 대안’, 진보세력을 망라한 ‘2010연대’, 과거 재야세력이 중심인 ‘민주통합 시민행동’ 등이 출범했다. 2009년 출범한 이들 단체는 야당과 함께 민주세력의 단합을 내세우며 새로운 형태의 ‘생활정치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세력이 승리해 이명박 정부의 ‘독재회귀’를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들도 동조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는 아마도 역대 어떤 선거보다도 여야가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의 운동과 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 최근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법정 다툼,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을 맞아 벌어질 서거정국 등 선거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이슈가 예정돼 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정치적 꼼수를 준비해 놓았을 것이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은 이에 대한 전주곡일 수도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은 5월 23일로 지방선거일 6월 2일과 맞물려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 추모행사는 대중의 관심사가 되고 촛불집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김 전 대통령의 서거일은 8월 18일로 선거일과 관련이 크지 않지만,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거침없이 발언한 동영상이 활용될 경우 선거전에 미칠 파급력은 누구도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지방선거를 주목한다

명박 정부의 3년차가 의미하는 바는 임기중반을 넘어 ‘꺾어지는 해’라는 점이다.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명운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방선거가 패배로 나타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치달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예상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세력이 대동단결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지속적이고 결집된 ‘생활정치운동’이 활력소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2010년 경인년에는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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