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나만의 10대 뉴스는?

원효대사의 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時時移移(시시이이)하야 速經日夜(속경일야)하며
日日移移(일일이이)하면 速經月晦(속경월회)하며
月月移移(월월이이)하야 忽來年至(홀래년지)하며
年年移移(연연이이)하야 暫到死門(잠도사문)하니.

정말 이 말처럼 새해 첫날이라고 해서 올 한해의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시간이 흐르고 또 날이 바뀌고 달이 지나가더니 365일 기축년도우리 가슴속에 몇 가지 기억들만을 남기고 떠나갑니다.

한해를 떠나보내는 이맘때쯤이 되면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언론매체의 국내 10대 뉴스와 국제 10대 뉴스일 것입니다. 올해만 해도 국내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서거, 세종시 논란, 4대강 유역 개발 사업,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 등 굵직한 뉴스가 끊이지 않았고, 국제적으로 미국 첫 흑인 대통령 취임, 지구촌을 휩쓴 신종 플루, 일본 민주당 정권 교체, 중국 신장위구르 대규모 시위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제가 참여하는 단체에서도 최근 내부고발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하였는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10대 뉴스를 검색해보면 스포츠, 연예, 인권,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증시, 보험, 부동산, 의료계, 바둑계, 게임업계, 약업계, 화장품업계, 자동차산업, 경마, 노인사회 등 셀 수 없는 10대 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정 과정에 시민들이나 그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들, 그리고 각 분야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올 한해 국내 및 국제를 포함하여 각종 10대 뉴스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세계의 중심이고, 우리를 경악케 하는 사건이 주는 놀라움이나 슬픔도 물론 커지만 속담처럼 '내 손톱 밑에 박힌 가시 하나가 더 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에 비추어봤을 때도 올 한해 나만의 10대 뉴스를 선정하면서 지난 1년 삶을 돌이켜보는 것도 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복잡하고 바쁜 세상살이에서 매일 매일 일기를 적는 것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매년 나만의 10대 뉴스를 따로 정리해둔다면, 그리고 20대, 30대 끝자락에서 또 10년간의 10대 뉴스를 정해본다면 이것이 하나하나 쌓여 노년에 작은 책 한 권으로 내 인생사를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령 내가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오히려 이런 사람들의 회고록보다 내 부족한 인생사 한 권을 후손들에게 더 가치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대개 그 뉴스들이라는 것이 큰 범주에서 희로애락 네 가지 감정 안에 들어있을 것이기 때문에 10대 뉴스를 선정하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좀 더 한 단계 성숙해지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선정해볼 수 있는 우리 가족의 10대 뉴스가 있을 것입니다. 배우자와 마주 앉아,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올해 우리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한 것, 여름 휴가 때 가족이 같이 제주도 여행간 것” 등과 같은내용을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가족 10대 뉴스를 선정한다면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며의미있는 저녁이 될 듯 싶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오늘 집에 돌아가셔서 한번 나만의 10대 뉴스를 만들어 보시기를, 그리고 가족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우리 가족의 10대 뉴스를 선정해보기를 권합니다. 저도 오늘 저녁 올 한 해를 돌아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