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파고 골프장 급증, 그린벨트는 사라지고…

국내 환경단체들이 뽑은 2009년 10대 환경뉴스로 ‘환경파괴, 혈세낭비 4대강 사업’ 등이 선정됐다.
전국 41개 환경단체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연말 뉴스의 상징성, 환경정책에 미친 영향, 사회적 파장과 중요성, 향후 환경문제의 발전과제를 안고 있는 사안들을 중심으로 환경뉴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환경파괴, 혈세낭비 4대강 사업=정부는 4대강에 22개의 보를 설치하고 준설작업을 벌이며 수천 년 동안 흘러온 강의 흐름을 바꾸는 사업을 지난해 추진했다. 불과 몇 개월의 작업 끝에 나온 마스터플랜에 의해서다. 국가재정법,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보호법, 하천법 등 현행법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이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1만 여명의 국민이 참여해 ‘4대강 사업 위헌 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 현재 구성된 상태다.

◇녹색성장기본법 추진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무력화=지난해 2월 입법 예고되어 국회 계류 중인 녹색성장기본법과 녹색성장위원회는 환경, 사회, 경제부문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온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무력화시켰다는 평가다. 이 법과 위원회는 사회약자를 보호하기보다 기업입장을 대변하는 측면이 강했다는 평가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그린벨트 해제=지난 1970년대 농경지, 임야, 대지, 자연취락을 포함해 도시의 무분별 확산,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취지로 그린벨트가 지정된 지 37년 만에 최대 규모의 그린벨트가 해제된 한해이기도 했다. 정부는 ‘개발제한구역 조정 및 관리계획’을 심의, 의결하면서 2020년까지 기존 해제 가능한 물량의 최대 30%까지 그린벨트 추가 해제를 결정했다. 또 지난해 3월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수도권 보금자리 주택용으로 그린벨트를 80㎢ 해제하기로 했다.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겨졌다.

◇환경부, 국립공원 케이블카 규제완화 시도=지난해 5월 환경부가 ‘자연공원법개정안’을 제출하면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가 다시 쟁점으로 올랐다. 환경부는 작년 말, 친환경 로프웨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국립공원 안에 케이블카 설치 규정 완화에 불을 지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도는 ‘과연 환경부의 존립근거가 무엇인지’ 되묻는 상징적인 환경현안이었다.

◇석면 공포 현실화=지난 2008년 석면에 의한 폐질환, 아토피, 천식 등 환경성 질환의 심각성을 인식해 ‘환경보건법’이 제정되었고 올해 3월부터 본격 시행되어 환경보건위원회구성과 시행규칙이 제정됐지만 홍익어린이집 석면노출, 여성화장품과 베이비파우더의 석면 검출, 각종 공사현장에서의 석면발생 등이 잇따라 일어났다. 석면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노동부가 새로운 석면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석면 공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주요 염전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강타=신종 인플루엔자가 지난해 5월 멕시코에서 처음 발생한 뒤 208개국에서 총 9천596명의 사망자(11월 기준, WHO 보고)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정상적인 단체생활은 위협받았고, 한국사회는 전염성 질환에 얼마나 취약한 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집단 사육되는 가축으로부터 발생하는 신종 전염병이 계속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축산업과 육식문화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과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레길, 둘레길, 서울성곽길 등 걷기문화 확산=걷기열풍은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서울성곽길 등 걷는 길은 전국민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걸으면서 건강을 살피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체험하는 생태관광 역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착한여행, 생태관광, 책임여행으로 불리는 대안여행은 여행을 통해 해당지역의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기 때문에 대규모 관광으로 인한 환경훼손, 공동체 파괴를 지양하고 있다.

◇편법과 탈법의 온상, 골프장 사업=골프장 문제가 지난해 연말까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동희 안성시장 등이 현재 골프장 사업으로 인해 재판을 받고 있다. 인허가를 둘러싼 문제였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재임기간 3년 동안 경기도 관내 골프장 건설 인허가 건수와 면적 또한 새로운 이슈로 제기됐다. 무려 32개(468홀) 골프장, 면적은 2천392만㎡으로 여의도면적(290만㎡)의 8.3배를 골프장으로 허가했다. 김 지사는 ‘골프 지사’로 불렸다. 인허가를 둘러싸고 불법행위가 공공연하고,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는 편법이 동원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골프장 사업이 각종 편법과 탈법의 온상이 된 것이다. 현재 280여개의 골프장이 전국에서 운영되고, 추가로 122개소가 건설예정이다.

◇지리산댐 재추진=지난 2001년 여론의 반대로 백지화됐던 지리산댐이 지난해 6월 낙동강유역종합치수계획에 포함되어 재추진됐다. 4대강 사업 중 낙동강 사업의 일환으로 진주 남강댐 수위를 높여 부산경남 식수원으로 하겠다는 계획이 지역주민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치자 국토부가 지리산댐을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지리산댐 건설시 천혜의 원시림인 칠선계곡 하부가 수몰됨으로서 인근지역의 생태계 교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역주민의 의견을 묻는 공론화의 장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지리산댐 건설계획이 지리산 주민의 삶터 수몰로 인한 공동체 파괴, 농사피해, 유형무형의 인문, 자연자원 수몰 등, 지리산의 생명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OP15 합의안 도출 실패,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의지 미흡=지난 12월부터 2주간 진행된 15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5)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정치적 선언문 수준인 ‘코펜하겐 합의문’에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이내 유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숲의 보전 △선진국의 기후변화대응 지원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코펜하겐 합의문으로는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제어할 수 없다는 평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4% 감축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한국이 지구온도 상승에 미친 역사적 책임량이나 감축능력을 고려할 때 너무나 미미하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특히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방안이 원자력에너지 확대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12기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겨울철 전력소비가 최고조 절정기에 오르고 있어 공급 중심에서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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