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평가라는 것이 늘 객관성에 대해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보다 공신력이 있어야 할 청렴도 평가는 그 방식에서 개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권익위의 향후 추진계획에서도 측정대상기관 확대와 고위공직자에 대한 평가 추진만 있지 평가 방식의 전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다.
외부청렴도는 부패발생 소지가 높은 업무와 관련하여 공공기관과 직접 업무처리 경험이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통해서 금품과 향응 제공, 업무처리절차의 공개성이나 공직윤리 준수 등을 확인하여 계량화한다. 그 중 큰 부분이 차지하는 것이 공직자에게 금품 등을 제공했는지 여부인데, 제대로 응답하는 비율도 높지만 막상 제공하고도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을 뿐 아니라 민원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불만으로 거짓으로 응답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더욱이 청렴도라는 것이 단지 민원인과의 관계에서 금품 향응 수수 여부와 업무처리 과정상 태도 등만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횡령, 행동강령 위반과 같은 다양한 평가 기준을 반영해야 됨에도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표와 현실에 일정 부분 괴리가 생기게 된다. 대표적으로 시장이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고 공무원 62명에 대해 징계 통보된 T시가 외부청렴도 3위를 했다.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직원들에게 인사 청탁을 받아 단체장에서 물러나는 시군구가 평가에서 오히려 높게 나오기도 하고, 10억대가 넘는 저소득층 보조금 및 재산세 횡령 사건이 발생한 기관들과 인사비리에 관련되어 공무원이 자살까지 했던 Y시 역시 외부청렴도 평가에서는 평균보다 높은 ‘우수’로 인정되었다.
이러한 것이 매년 되풀이되다 보니 작년에도 외부청렴도에서 하위 평가로 받은 K군은 최근 3년간 소속 공무원 중 뇌물수수, 향응 등으로 고발되거나 조사된 사실이 없는 반면 군수가 뇌물 혐의로 구속되고 공무원 비리가 적발된 같은 도의 다른 군보다 더 낮게 평가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기도 하였다.
외부청렴도뿐만 아니라 소속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직문화, 부패방지제도, 인사업무, 예산집행, 업무지시의 공정성 등에 대해서 이메일 조사 결과를 반영한 내부청렴도 역시 문제가 있다. 국세청은 외부청렴도에서 ‘보통’ 평가를 받고도 내부청렴도에서 9.82점이라는 엄청난 점수로 받는 덕분에 종합청렴도에서 중앙행정기관 중 3위를 차지하였는데, 전 국세청장과 국장을 중심으로 각종 추악한 폭로전이 연일 터지고 있고 일선 세무서에서도 뇌물비리로 수차례 검찰에 적발되는 상황과도 너무 판이한 결과이다.
2008년에는 광역시도중 1위를 하였던 서울특별시 경우 내부청렴도가 16개 시도 중 11위(8.18점)에서 1위(9.52점)로 올라간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발표 이후 오세훈 시장이 평가 이전 직원들 대상으로 “종합청렴도 3위 안에 들면 공무원 퇴출프로그램인 현장시정 추진단의 비율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한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는 이번에는 내부청렴도에서 7.54점으로 10위로 급락했는데, 같은 시장이 있는 상황에서 내부청렴도가 1년 단위로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한다는 자체가 내부청렴도 평가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겠다.
청렴도 평가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러한 제반 문제를 반영하여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행동강령 위반, 뇌물 및 횡령 건수(소속 공직자 대비)를 포함시키되 특히 기관장을 비롯한 고위직 경우 보다 큰 감점을 하거나 액수를 반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청렴교육 실시, 소속 직원의 외부기관 청렴교육 참여와 같은 교육실적과 민원인 대상 신고 경로의 접근성 제고, 부패행위 신고자 보호 규정 강화 등과 같은 반부패 관련 제도 실시 등을 포함시키는 등 보다 총체적인 평가지표를 개발할 때 그 신뢰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지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정책실장
이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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