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지난 9일 8556명의 장례위원들이 참여한‘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지난해 1월 20일 참극이 빚어진지 어언 1년여 만에 다섯 명의 희생자들은 안식을 찾았다. 그 간 유가족들이 겪어야 했을 엄청난 고초는 그 무엇에 비춰도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이다. 처음 남편의 비보를 전해 듣고 병원으로 뛰어온 유가족들은 공권력의 빗장으로 시신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하루 만에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도 이뤄졌다. 정부도 서울시도 어떤 특별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용산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리려는 유가족과 시민사회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만 돌아왔다.

다행히도 지난해 말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와 용산4구역재개발사업조합이 보상에 합의했다. 장례비용과 유가족에 대한 위로금, 세입자 보상금 등은 재개발조합측에서 부담하고, 서로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 뼈대다. 또 합의사항의 실질적 이행 담보를 위해 종교계 지도자를 포함한 7명의 ‘합의사항 이행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용산참사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지시책임자는 누구였던가. 또 추운 겨울에 철거를 강행했는가. 용산4구역 철거세입자들의 거센 저항을 서울시나 용산구청은 알고 있었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삼성, 포스코, 대림 컨소시엄은 용산4구역에서 지난해 2월 착공을 목표로 했다. 당연히 동절기 철거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재벌기업 특혜주기에 다름 아니다. 기업을 위해 서민을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았다. 게다가 경비용역업체 폭력의 배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비용역업체가 용산4구역에서 활개치고 있을 때 경찰은 수수방관했다.

이런 의문이 끝내 풀리지 않고 용산참사의 진실이 묻히고 있다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정부도 예방책을 내놓기도 했다. ‘용산 화재사고 후속 제도개선 방안’(용산5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장마다 갈등과 분쟁은 여전하다. 정부의 용산5법이 해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산5법이 진정 재개발 사업의 해법이 되려면 세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영세상인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재개발기간과 개발사업 종료 후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영업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제도화하고 재개발 사업시 임대주택 의무건설 요건과 같이 공공이 임차상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임대인이 되어 입점 권리를 보유한 임차인에게 공급하는 방안이어야 한다. 순환개발방식 추진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개발사업 과정에서의 이주대책의 핵심은 주거이전비와 같은 현금성 보상보다 일차적으로 대체 거주가 가능한 주거의 제공이라는 점에서 세입자 당사자와 민간영역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내용이다.

아울러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제2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주거권 법제화, 공공성 강화, 투명성 확보 등 관련 법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하다. 여기에 소통의 중요성도 가미된다. 진정한 소통이 갈등을 풀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가슴에 안아야 한다. 문제의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합리적 의사소통을 통해 인간은 구원에 이른다고 소통의 대명사 위르겐 하버마스는 말했다. 그의 말대로 자본과 권력이 일상을 ‘식민화’하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또 다른 비극의 예방은 소통할 수 있는 산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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