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은 언제나 상식이 아니다

[책 권하는 사회] 최윤도l승인2010.02.0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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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철학의 스위치를 켜면
개그콘서트보다 웃긴 세상을 볼지도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고 있는 편견은 우리의 생각 자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심지어는 사회를 위험에 빠트리거나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한다.

"한 점에서 다른 점을 잇는 최단거리는 직선인가?", "굶주림은 식량문제인가?", "양심을 택해야 하는가 조국을 택해야 하는가?" 등 아무 의심없이 상식으로 알고 있던 문제들, 그리고 상식으로 쉬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 하지만 선뜻 답하지 못하는 여러 문제들. 세상을 살다 보면 수많은 편견들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편견이라고 느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세상의 편견을 마치 상식인 양, 자기 생각인 양 착각할 뿐이다.

<14살 철학소년>(북멘토) 를 읽다 보면 세상뿐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편견에 물들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편견이 실은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생각의 스위치를 켜는 순간, 우리는 그 편견을 벗어던지고 난 후의 자유로운 자아를 경험하게 된다. 또 아름다운 세상, 살맛나는 세상이란 그런 편견으로부터 해방된 사회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편견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만의 자유로운 그러나 논리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그 것은 곧 철학이다. 철학은 질문으로 시작하는 학문이다. 철학은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이 했던 말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생각했던 것이나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나 사실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철학자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주문한다. 질문하라고, 그리고 의심하라고. 그럼으로써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하라고, 그리하면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때 비로소 인간은 자유로워질 수 있노라고….

철학의 시작은 의심

철학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며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철학의 시작은 질문이며, 의심이다.

이 책 역시 '나'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할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아이의 모습을 벗고 어른의 모습을 갖출 때인 청소년 시기는 새로운 방식, 새로운 관점에서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그러나 요즘의 청소년들은 오히려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나 사회적 편견을 고스란히 지니는 경향이 있다. 정보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이런 상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제 어른으로서 새 출발을 하는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자유로운 생각의 스위치, 합리적인 생각의 스위치를 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편견에 빠져 살고 있는가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이 책의 차례를 읽어 보는 것이다. 80여 개의 질문만 읽어 보아도 금방 느낄 수 있다.

“자연은 깨끗한 곳일까?”, “무지개는 과연 일곱 가지 색깔일까?”, “둔하다는 것은 나쁜 것일까?”, “정직은 최선의 정책일까?”, “기생충은 박멸되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고 있었던 ‘생각’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얼마나 편견에 가득찬 생각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이러한 80여 개의 편견에 대한 질문을 총 5개의 주제로 나누어 책을 읽어나가면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1부 ‘과학, 그리고 우리 삶의 터전’에서는 과학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과학이 만능이라는, 과학이 미래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줄 것이라는, 과학의 편리성과 효율성이 인간에게 항상 도움이 되는 쪽으로만 작용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과학적 예측은 항상 옳다는 믿음, 미생물이 쓸모없는 생물이라는 생각, 동물이 야만적이라는 생각, 비만은 나쁘다는 생각, 자연은 깨끗한 곳이라는 생각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부 ‘생각을 생각하자’에서는 인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인식)이 관찰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지개가 일곱 가지 색깔이라는 상식, 힘센 사람이 더 크게 보인다는 인정하기 어려운 사실, 잡초는 뽑아내야 하는 쓸모없는 풀이라는 인식, 둔하다는 것에 대한 편견, 날마다 접하는 신문에서의 통계는 믿을 만하다는 생각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3부 ‘나, 생각의 출발점’에서는 존재, 자유의지 등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다. 자유의지, 정직, 약속, 행복, 시기심, 공부, 죽음 등 나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직해야 한다,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시기심은 나쁜 것이다, 많이 가지면 행복하다, 나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은 나쁜 것이다, 죽음은 끝이다 등의 우리가 도덕률라고 생각하는 가치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4부 ‘다양한 생각, 다양한 세계’에서는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세계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엉뚱한 생각은 보잘것없다는 생각, 반대로 평범한 생각 역시 보잘것없다는 생각,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 진다는 생각, 아침형 인간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 빠르고 편리한 것이 좋다는 생각 등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상식(?)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폭로하고 있다.

5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자’에서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평등의 문제, 인종 문제, 정상과 비정상, 민족의 우월성, 남성 우월주의, 정보의 불균형, 연예인과 사생활, 식량 문제 등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문제들의 기저에 깔려 있는 우리의 상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말하고 있다.

삽보다 단단한 생각


‘내가 어릴 때 이 책이 나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번쯤 엉뚱한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적절한 이유를 모른 채 숙제니 시험이니 하는 것들에 밀려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좀처럼 사회문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갖고 있는 친구가 없다. 나 역시 뱉어내는 말은 그저 경향성 맞는 신문기사 두어줄이 전부다.

그나마 사는 일에 조금 여유가 있는 친구들이 그렇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하루하루 벌어먹기 바쁜 친구들은 '늘 있는 이야기'로 들을 뿐이다.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입시가 아니다. 무엇이든 자유로이 고민해야 하고 철학적 사색에 깊이 젖을 필요가 있다. 바르고 논리적이며 세상을 뒤집는 유쾌한 생각들은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철학은 하루아침에 삽으로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다져온 사색의 토대 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관제다큐를 만들어 여론을 호도하고, 세종시를 백지화할 속셈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일들을 청소년들이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기다 말할 때 철학은, 우리 사회는 삽보다 단단해 질 것이다.

최윤도 두리미디어 기획과장

최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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