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항생제 처방

[시민운동 2.0] 정원일l승인2010.02.0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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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판 10만부가 제작되었던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가 일반 시민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4쇄 40만부 인쇄를 코앞에 두고 있다. 대체 ‘아깝다 학원비!’의 내용이 무엇이기에 판매용 책자도 아닌 소책자가 이토록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세대를 불문하는 공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사교육을 권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사교육 프리 선언은 말처럼 만만한 도전이 결코 아니다. 연말 회식자리, 일 이야기가 아이들 이야기로 번져나갈 때 ‘○부장님 아이 족집게 과외로 이번에 특목고 합격했대요!’라는 직장동료의 한 마디,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들은 옆집 엄마의 ‘자기는 너무 속 편하게 애 키우는 거야!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속편하게 키우다가 나중에 원망 들으면 어쩌려고?’라는 이야기는 자신의 교육적 소신을 굳건히 지키려는 부모들의 속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겨울방학 기간 우편함에 차곡차곡 쌓이는 학원 홍보 전단지 그리고 신문 간지로 안방까지 배달되는 학원들의 각종 특강 프로그램들을 곰곰이 살펴보고 있자면 여느 부모들도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시켜야겠는데’라는 없던 불안감도 자연스레 생겨나기 일쑤이다.

사교육 없는 학교다 특성화된 학교다 공교육을 개선시키겠다는 정부의 구호와는 별개로 학생, 학부모들의 다양한 욕구와 기대를 여전히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공교육 그리고 등수 하나, 점수 일점을 놓고 하루하루 살 떨리는 생존경쟁을 펼쳐야하는 입시경쟁의 구조 속에서 어쩌면 사교육은 합리적인 학부모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대안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사교육 불패신화나 특정학교 입학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사교육(학원) 로드맵 따라잡기 광풍은 과연 사교육과 관계된 모든 진실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일까?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 제작은 이런 사교육의 진실을 둘러싼 치열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때 학원가에서 ‘일타’ 강사로 불렸던 한 교육평론가는 오늘 대한민국의 사교육 광풍을 ‘사교육 쓰나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과연 우리 국민들이 놓치고 있는 사교육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교육 고통으로 온 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정상적인 상황일까?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해 무려 스물아홉 차례에 걸친 사교육 관련 토론회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통해 사교육 전문가, 교수, 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지혜를 모은 것이 바로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이다.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는 사교육과 관련하여 우리들이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12가지 오해들을 관련 전문가의 증언 및 연구보고서, 각종 통계, 언론 보도 등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여 바로 잡는다. ‘학원에 보내야 성적이 오른다’는 통설에 대해 소책자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고등학교 2학년 상위권 학생들의 수학 성적 비교 결과를 제시한다. 이 연구에 의하면 선행학습 등 학원 사교육을 통해 수학 실력을 유지해 오던 학생들의 성적 하락폭이 학원에 의존하지 않던 학생들에 비해 더 크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준다.

또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해야 학교 진도에 더 효과가 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스터디코드 학습법 연구소의 학원 수강 이유에 관한 통계 조사로 반박한다. 통계 조사 결과는 일반 고등학생들이 ‘남들이 가니까 불안해서’라는 불안감 때문에 학원을 이용하는 반면 명문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경우 ‘학교 공부 중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학원을 선별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는 이른바 ‘묻지마 사교육’이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효과를 사실상 거두고 있지 못함을 증명한다.

민간 교육부를 자처하는 교육시민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 제작에 참여한 22인의 사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은 ‘우리는 의식있는 부모니까 절대 사교육을 시켜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10년, 아니 20년 후 내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관점에서 과연 지금 내가 시키고 있는 사교육이 아이들의 인생에 진짜 이익이 되는 일인지 꼼꼼하게 그리고 제대로 되짚어보자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소책자 100만부 배포를 위해 개인뿐만 아니라 전국 초중고교, 기업, 지자체 등과 적극적인 협력을 맺는 사업을 새롭게 추진중이고 소책자 50만부 배포시점을 기준으로 소책자의 내용에 공감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깝다 학원비’ 10만 국민 약속 서명운동도 시작한다.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소책자 보급에서 시작된 이 작은 물결이 교육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시민들의 외침으로 확대되어 우리 교육 문제를 풀어가는 중요한 열쇠가 되길 희망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누리집(www.noworry.kr)에서는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의 내용 전문을 e-book으로 확인할 수 있고 소책자 신청 및 서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정원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간사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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