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행사 사찰하는 ‘경찰국가’

[사설] 시민사회신문l승인2010.02.0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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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과 KBS가 조계사 측에 압력을 넣어 네티즌 단체와 노조 공동 행사를 하지 말도록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가 조계사에서 개최하려던 ‘사랑의 라면탑 쌓기’ 행사가 국정원이 조계사에 전화를 걸어온 뒤 전격적으로 취소된 것이다. 공공운수연맹과 '진실을 알리는 시민' 등 네티즌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2회 '바보들 사랑을 쌓다'가 국가정보원과 KBS의 압력으로 취소됐다.

시민모임 ‘진실을 알리는 시민’과 공공운수연맹 등 지난달 31부터 2월 7일까지 불우이웃들을 돕기 위해 조계사 앞마당에서 ‘라면 탑’을 쌓는 ‘바보들, 사랑을 쌓다’ 행사를 가질 예정이었다. 이번 행사는 전국에서 기부된 라면 박스 약 1천개로 첨성대 모양의 탑을 쌓는 행사로 지난해 조계사에서 김장 김치 5천포기를 담은 ‘바보들, 사랑을 담그다’ 행사의 후속편이고 행사 후 라면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계획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시민단체는 국정원이 이 기간 중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점을 의식해 국정원이 조계사에 사실상 압력을 넣었다고 보고 있다. 조계사 측도 국정원 전화가 없었다면 장소 제공을 취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정원 직원이 행사 소식을 접하고 조계사에 행사를 취소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하고,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 사실을 안 KBS측도 조계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행사를 취소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니 상식이 있는 사회에서 이뤄질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마디로 국정원이 시민단체의 순수한 불우이웃돕기 민간행사 취소를 종용하고 나선 것이다. 명백한 국정원법 위반이다.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수신료 거부운동마저 국가기관의 사찰대상이라는 사실이 참담하다. 말 그대로 경찰국가, 독재국가로 가고 있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국정원이 시민단체는 물론 일반시민 개개인까지 사찰 감시하며 간섭하고 있다는 것은 군사독재국가에서 나올법한 비민주의 전형이다. 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잘못이 확인 될 경우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

얼마전 경찰이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민주노동당 가입 및 당비납부 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수사기법을 동원한 것도 충격이다. 노조 간부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당원 여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사실여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통상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신원을 가장한 후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빼내는 것을 해킹이다. 이런 해킹을 경찰이 하고 있다. 최근 범죄수사와 관련이 없는 국정원의 감청 비중도 압도적이고, 인터넷회선 전체를 감청하는 패킷 감청이 횡행하고 있다. 더욱이 범민련 사건에서 보듯 수년에 걸친 장기간 감청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다. 사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과 법원이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을 통제하기에 너무나 무력하기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일반 범죄수사의 경우에는 감청에 대한 법원의 허가를 받지만, 정보수사기관의 경우 법원의 영장 없이 국정원 자체 승인하에 감청하는 예외조항이 악용되고 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진보연대 등 국정원 대응모임 활동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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