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설성묘 떠나는 가족들

금정굴 학살 유족들 유해 임시보관 서울대 병원으로 이재환l승인2010.02.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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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이후 60년, 유해 발굴 15년 지나도록 방치…”

가족이 모여 한해의 시작을 축복하는 설 명절에 병원으로 성묘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국전쟁 때 학살당한 경기 고양 금정굴 사건 유족들이다. 그들이 병원으로 성묘를 가야하는 이유는 집단 학살된 유해가 무려 15년째 서울대 의대 연구실 창고에 임시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고양시 일산 금정굴 현장에서 유족들이 자체발굴한 유해는 관계당국이 외면한 가운데 당시 서울대 의대 이윤성 교수의 호의로 서울대 병원에 임시보관됐다. 이윤성 교수는 1차 감정을 통해 희생자 수는 최소 153명이며 이중 약 10%가 여성이고, 10대 유골도 발굴됐다고 밝혔다.

현재 연구실 창고에는 두개골 등 유해 외에도 머리칼, 신발, 비녀, 단추, 학살에 쓰인 총탄, 호송에 쓰인 ‘삐삐선’ 등이 정리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돼 있다.

지난 2005년 발족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는 2007년 6월 금정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금정굴 사건은 당시 고양경찰서장 책임하에 불법 집단 살해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 최종 책임은 국가에 귀속된다고 분명히 하고, 국가가 유해봉안 등 후속조치를 신속히 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에 유족들이 자체 발굴한 유해가 매우 중요한 증거자료로 쓰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고양금정굴학살희생자유족회와 고양시민회는 지난 5일 “국가는 진실규명 이후 3년이 넘도록 유해안치 등의 후속조치는 나몰라라 하고 있어 유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며 “금정굴 유족들의 첫 번째 소망은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우리도 남들처럼 양지바른 곳에 유해를 안치하고 떳떳하게 성묘라도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체는 유족들의 애타는 요구를 묵살한 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학살 이후 60년, 유해 발굴 후 15년도 모자라 유족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떠안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이 이뤄진 지금, 이는 국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지역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고양금정굴 유족 설성묘는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8일 서울의대 법의학연구실 창고에서 진행됐다.
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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