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의 역사

[색깔있는 역사스케치] 정창수l승인2010.02.1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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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傭兵)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프랑스의 외인부대다. 1831년 창설된 이래 140개국 출신 60여만 명이 이 부대를 거쳐 갔다. 그리고 그중 18만 명이 죽었다. 현재도 프랑스 육군 중장의 지휘 하에 8천500명 정도의 부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근무기간 5년이 끝나면 프랑스 시민권을 받는다.

이 부대는 프랑스에 충성하지 않는다. 외인부대에만 충성하기 때문에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핵심적인 부분에는 투입되지 않는다. 그들은 프랑스인이 아닌 외인들이기 때문이다. 입대할 때 과거를 묻지 않기 때문에 범죄자나 망명자 등 특이한 전력자가 많아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면서 세인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용병의 본래 개념은 보수를 받는 군인이다. 부족한 병력의 보충을 위해 그리스 폴리스 시대부터 용병을 고용했다. 하지만 용병은 충성심이 부족하고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항상 배신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어제 모시던 주인을 오늘은 공격하는 모습도 많았다. 전제왕정이었던 동양과는 달리 서양은 18세기 상비군 체제가 확고해지기 전까지는 용병이 전쟁의 중심이었다.

로마는 초기에 철저한 국민 개병제였다. 그래서 한니발의 카리스마에도 불구하고 용병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던 카르타고 군에게 결국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차츰 사회 시스템이 파괴되면서 게르만 용병, 중국 송나라의 용병, 이탈리아 도시 용병들이 유입되었다.

용병은 언제나 잠재적 불안 요소였다. 주로 외국인이어서 합동작전도 어려웠고, 전염병 등의 문제도 항상 따라 다녔다. ‘티푸스’라는 병이 유럽에 등장한 것도 스페인이 아프리카 무어인을 공격하기 위해 키프러스 출신의 용병을 수입했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돌아서 2만 명의 병사 중에 1만7천 명이 전염병으로 죽었다.

스위스 용병도 유명하다. 엄한 규율과 약속 이행의 철저함을 보여준바 있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이들은 튈르리 궁에 있던 루이16세를 지키기 위해 700여 명 전원이 전사했다. 사실 스위스는 본국이 공화정이어서 혁명의 무리들과 대결할 이유가 없었다. 충돌을 원치 않는 혁명군이 이들에게 물러날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왕과의 계약은 중요하다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멸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바티칸 교황청은 스위스 용병만을 고용한다.

동양에서 유명한 용병은 네팔의 구르카 용병이다. 네팔의 산악지역의 구루카 부족출신인 이들은 영국의 식민지 쟁탈전과 인도 등에 수만 명이 참가하여 한때 네팔 총생산의 10%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충돌할 때 선봉에 서서 전 세계에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선봉에 서기 때문에 어느 부대보다도 사상자가 많다. 이들은 영국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명나라에서도 용병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 선조실록을 보면 임진왜란에 참여한 명군 중에 파랑국(포루트갈) 출신의 흑인 잠수병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선조가 이를 신기하게 여겼다고 하는데 이외에도 중국에는 각종 인종의 군대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후기에 5군영을 설치하면서 용병이 생겼다. 북벌을 계획하면서 해마다 교대하는 의무병으로는 고도의 전투능력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직업군인이라는 개념일 뿐 외국인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용병과는 다르다.

10여년전 보스니아 내전 때 한국인 용병이 이슬람 편에서 싸워 용맹을 떨쳤다고 한다. 만화로도 출간되었다. 외인부대에도 한국인이 거의 없었는데 IMF 이후에는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슬람 성전에 참여하려 했던 한국 출신의 용병이 FBI에 검거되었던 일도 있다.

최근 미국은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미군병사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미군에는 3만 명 이상의 비시민권자, 즉 사실상의 용병이 근무하고 있으며 항공모함 ‘키티호트 호’에는 용병이 전체 근무자의 30%나 된다고 한다. 이제 미군에는 상류층 출신이 거의 없다. 군대의 70%가 흑인일 정도이다. 그래서 이럴 바에는 차제에 용병체계로 군을 개편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빈민층이나 극우세력이 군대를 장악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요즘 가장 큰 문제는 이제 국가에 고용된 용병이 아니라 전문 전쟁기업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블랙워터’소속의 용병들이 CIA에서 무인폭격까지 관여하고, 민간인을 학살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정치는 물론이고 전쟁까지 기업이 직접 관여하는 시대가 온 것인가. 가공할만한 자본과 기업중심의 시대이다.



정창수 편집위원

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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