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여성정치세력

[시론] 오유석l승인2010.02.1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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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2002년까지 겨우 3%대에 머물던 지방정치 여성참여가 기초의회의 비례의원을 포함하여 2006년에 13.7%(2002년 지방선거와 동급비교 할 경우 5.8%)라는 성과를 거둔 만큼 이를 기반으로 치러지는 2010 지방선거는 지방정치에의 여성참여 확대가 보다 진일보한 수준으로 성장하느냐 하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제한적인 사례보고이기는 하나 논란이 되었던 여성 비례대표의 경우도 남성 비례대표는 물론 지역구 남성의원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생활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여성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통해 바꾸어 놓은 풍성하고 튼실한 지역정치사례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선출직에서 여성의원들의 수적 증대도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유권자들 입장에서 뽑아주고 싶어도 뽑아 줄 ‘여성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다시 말해서 현해 남성중심의 정당공천제 선거제도하에서는 각 정당에서 여성을 후보로 세우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여성’을 뽑고 싶어도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늘 정당들은 말한다. 적합한, 준비된 여성후보가 없다고. 대체 정당이 말하는 ‘적합’, ‘준비’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란 말인가? 풀뿌리 운동을 통해 생활자치를 수십 년간 묵묵히 실천해 오고 있는 여성들, 그래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위해 생활정치를 잘할 수 있는 여성들, 지난 4년 의정활동을 통해 검증 받은 여성들, 그녀들이야말로 가장 적합하고 준비된 후보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이번에도 여성계는 양적인 확대뿐 아니라 2010 지방선거가 여성 정치 참여의 질적 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공유하고, 2010 지방선거 대응과 관련한 각 단체의 입장과 운동방향, 제도개선방안과 쟁점 등에 관한 논의를 통해 진보와 보수를 넘어 여성들이 하나 되는 ‘2010 지방선거 남녀동수 범여성연대’를 구성, 지난해 11월 공식 발족하였다.

물론 여성계는 2010 지방선거 남녀동수 범여성연대 출범 이전 단계에서부터 각 참여단체 연명으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2010 지방선거 여성참여확대를 위한 여성계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발족과 함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우선 ‘공직선거법상 선출직 30% 여성할당규정과 그 실효성 담보를 위한 강제장치의 마련, 그리고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인 비례대표 의석비율을 50%까지 확대’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고, 위원장 면담과 성명발표 및 방청 등 압력활동을 통해 공직선거법 등 지방선거관련 제도개선논의에 여성들의 의사가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계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지난해 12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2010 지방선거에 적용될 제도개선과 관련하여 “지역구시도의원선거 또는 지역구자치구 시 군의원 선거 중 어느 하나의 선거에 국회의원지역구(군지역은 제외하며, 하나의 지역구가 2 이상 자치구 시 군으로 된 경우에는 자치구 또는 시를 말함) 마다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에 겨우 합의했다.

이는 여성계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선출직 여성공천 확대의 최소 수준일 뿐이었다. 그나마 첫 선출직 여성 강제할당이라는 점 정도에 의의를 부여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법사위에서 몇몇 남성 의원 들의 반대에 부딪쳐해당 개정안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된 제52조 2항의 이행담보조치가 삭제된 채 본회의에서 의결되고 말았다.

이에 2010 지방선거 남녀동수 범여성연대는 국회와 정치권이 여성계의 요구를 외면한 점에 대해 심대한 유감을 표하는 한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및 법제사법위원회, 각 정당 지도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대응활동을 전개하고 ‘정당-여성계 연석회의’를 제안하여 정당 내 여성정치인과 여성운동이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추진 중에 있다.

그 뿐 아니라 연대활동에서 실무위원회 간사단체를 맡고 있는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를 비롯하여 여성의 실질적인 정치세력화를 지향 하는 일부 여성단체들은 수적인 확대에 그치지 않고 여성정치인이 펼치는 여성주의정치를 위하여 각 정당의 여성후보 공천확대를 위한 세부방안 및 후보공천기준을 제안하는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여성유권자들에게도 여성참여확대를 통한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하는 다양한 유권자 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투표권 행사를 통해 여성의 동등한 정치참여에 역행하는 정치권을 심판하는 ‘여성주의’ 투표운동도 전개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큰 새로운 변화는 우리 여성계가 이제 더 이상 소수자로서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한 일정비율을 요구(할당제)하지 않고 당당히 ‘남녀동수’ 원칙을 천명하고 앞으로 10년 후를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는 것이다. 현실 정치에서 맞닥뜨리는 장벽이 여전히 높고 견고하지만 당장의 성패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10년, 또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계속 ‘남녀동수’ 실현을 힘써 해내고자 한다.


오유석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오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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