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조직수용도 높여라"

국제표준제정에 따른 기업의 대응방안 정리=설동본l승인2010.06.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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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ISO 26000’이란 이름의 사회책임(SR) 국제표준 개발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지난해 9월 14일 ISO 국제표준 개발 6단계의 4단계를 마무리하는 국제규격초안(DIS)을 발표했다. 2010년 10월 발표를 목표로 한 ISO 26000 개발작업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실련이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과 함께 앞으로 발표될 ISO 26000이 우리나라 사회와 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에 대해 CSR포럼을 가졌다.

<시민사회신문>은 노한균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의 발제와 각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한다.

“통일된 국제표준 필요”
ISO 26000의 한계

발제/노한균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ISO 26000에 따른 기업의 대응방안을 검토하기 이전에 ISO 26000이 가지는 한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제도나 완벽할 수는 없는데, 불완전한 제도를 무조건 따라 하는 경우, 오히려 제도가 추구하는 목적 달성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과정의 문제= ISO 26000 개발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따르기로 했던 ISO 표준개발과정을 충실히 따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표준개발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표준의 기술문제만 검토해야 하는 단계에서 다시 표준의 내용문제를 바꾸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표준의 내용문제에 대한 의견이 있으나, 표준개발과정을 존중해서 기술문제에만 한정된 의견을 제출한 참여회원에게는 사실상 의견진술의 기회를 일부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오히려 표준개발과정을 무시하고 내용문제를 거론한 참여회원의 입장이 반영되는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를 가지게 되었다.

이와 함께 표준개발과정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에 대한 검토가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그동안 사회책임에 관한 수만 건의 의견이 제시되었고, 사회책임 작업반이 이를 다루기는 했으나, 참여회원이 낸 의견들이 결과적으로 표준에 어떻게 반영되었으며, 반영되지 않은 경우 그 이유는 무엇인지가 명확하게 소통되지 않았다. 따라서 의견을 제출하고도 그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참여회원의 경우 의견 수렴 과정의 의미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사회책임 실질내용의 문제= ISO 26000은 사회책임의 실질내용을 거버넌스,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운영관행, 소비자,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의 7개 핵심 주제로 구분하고 정리한 점에서 그간의 사회책임 논의에 가치를 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있었던 논의들을 종합정리한 수준이나 일관성의 측면에서 많은 미흡한 점을 볼 수 있다. 수많은 항목들이 단순히 추가되어 있을 뿐 이들 간에 논리적 연결을 찾기 힘든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사회책임을 정의하는 부분에서 이해관계자 존중, 법치주의 존중과 같은 사회책임의 원칙은 정의에 명확히 반영된 반면, 설명책임과 같은 원칙은 반영되지 않아, 정의와 원칙 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게 설정되었다. 같은 이유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기여가 사회책임의 핵심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사회책임 개념도에는 지속가능발전 개념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일관성이 결여된 논리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개별 사회책임 핵심주제와 이슈의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에 관한 7개 이슈들은 기여 방법과 기여 내용으로 구분하면 보다 명확할 수 있음에도 순서 없이 열거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어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조직의 체계적 이해를 저해하고 혼란을 불러일으킬 위험을 가지고 있다.

△사회책임 실천과정의 문제= ISO 26000은 사회책임의 내용뿐 아니라 실천과정에 대한 내용도 함께 포함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천과정의 결과를 조직 내외부와 의사소통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ISO 26000 초기 개발단계에서 “제3자 인증을 의도하지는 않는다”고 한 선언은 개발과정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확대 해석되었다. ISO/IEC 17000에 따르면 “적합성 평가”는 “어떤 제품, 과정, 시스템, 개인 또는 기구와 관련된 ‘구체화된 요건’가 충족되었음을 보이는 것”이며, 여기서 “구체화된 요건”이라는 것은 “기술된 필요나 기대”라고 정의했다.

이 규격에 따르면 적합성 평가는 선정, 결정, 검토와 증명, 감시의 4가지 기능으로 구성되며 인증은 그 중 한 기능인 “검토와 증명”과 관계가 있다. 다시 말해서 설령 ISO 26000이 제3자 인증용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것을 적합성 평가용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라고 할 수 있다.적합성 평가와 관련하여 더욱 중요한 사실은 사회책임 논의가 일어나고 ISO 26000이 개발되게 된 배경과 관련이 있다. 즉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이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조직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갖고 요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조직은 이를 어떤 형태로든 대응할 필요를 느끼고 이런 기준들이 국제적으로 많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에 관한 보다 통일된 국제표준이 필요하다.

△확인절차 한계의 보완방향= 이 방향은 크게 표준의 추가개발에 의한 보완과 확인절차 개발에 의한 보완으로 나뉠 수 있다. 표준의 추가개발을 통해 ISO 26000이 갖는 확인절차 불명확성을 보완하는 방법은 국가표준은 인증용으로 개발하는 방식과 분야별 세부규격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나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ISO 26000을 한국표준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인증이나 기타 확인절차를 보다 명확히 설정한 표준으로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과정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는 거의 실현가능성이 없으나, 일부 남미국가는 이런 접근방식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각국의 사회책임 표준 개발과 맞물려 계속 주시해야 할 접근방식이다.

분야별 세부규격은 산업별 특성이 반영되어 포괄적인 국가표준보다는 현실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산업표준화법 제27조와 동법 시행규칙 제23조에 따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한 중소기업협동조합이나 소비자보호 또는 공산품의 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은 국가표준이 담당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단체표준을 제정할 수 있다.

확인절차 개발의 경우는 보다 부분적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반면 타 분야와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가지게 된다. 확인절차 개발은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ISO 26000의 독자활용에서부터 표준개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공동작업이 필요한 공동라벨링과 이들 작업에 제3자 검증이 결합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효과적 확인절차 채택을”
기업의 대응방안

기업의 대표적인 대응방안으로는 ISO 26000으로 인해 새로 도입되는 사회책임 요소의 검토, 사회책임 판단기준의 마련과 유지, 조직 전반의 수용도 제고, 효과적 확인절차 채택을 들 수 있다.

△ISO 26000의 새 요소 검토= ISO 26000 개발에 즈음하여 기업이 가장 빠르고 단기적으로 해야 할 일은 기업이 그동안 수행해 오던 사회책임에 ISO 26000이 새롭게 제시하는 사항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수용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ISO 26000은 사회공헌과 관련해서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많이 하고 있던 기부행위보다는 직접 지역사회 발전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또한 사회투자를 실행함에 있어 기업이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기존의 방식을 지역사회의 다양한 관련 단체들과 함께 결정해 가는 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ISO 26000의 제안 내용이 이미 실시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어떻게 수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그동안 우리 기업이 사회책임으로 그다지 인식하지 않던 내용을 찾아 이런 새로운 사회책임 요소들을 기업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검토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지만 제일 먼저 해야 할 작업으로 보인다.

△사회책임 판단기준 마련과 유지= 첫째 대응방안은 단기적이며 사회책임에 관한 시야의 폭을 좁힐 수 있다. 단지 외부에서 어떤 요구가 생기면 그에 대응한다는 식의 수동적인 사회책임활동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책임은 시시각각 새로운 요구로 변형되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외부의 다양한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서는 비용만 많이 들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얻기도 쉽지 않다.

실로 사회책임은 기업의 사업영역 정당성에 관한 문제, 선정된 사업영역에서의 사업수행방식에 관한 문제, 기업의 협력업체나 최종소비자에 이르는 넓은 가치사슬 속에서의 사업수행방식 또는 소비방식에 대한 해당 기업의 책임 확대, 기업의 사업영역이나 사업수행방식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회문제에 대한 기업의 기여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이런 다양한 요구 속에서 기업이 취해야 할 기본입장과 수많은 사회책임의 요구를 다뤄 갈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초점 없고 효과도 없는 사회책임활동에 자원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기업 나름의 기준을 수립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회책임 이슈의 등장과 함께 지속가능발전과 같은 보다 보편적인 기준을 기초로 나름의 판단기준을 수립하고 계속 점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책임 요구를 수용해 나아갈 때에만 진정으로 기업이 자신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사회책임을 다할 수 있으며, 또한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는 물론, 사회 전반에 대한 기여를 할 수 있게 된다.

△조직 전반의 수용도 제고= 기업의 어떠한 의사결정은 조직 구성원에게 충분히 숙지되지 않고는 실현되기 어렵다.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경영전략도 조직 구성원을 통해 조직 전반에 수용되지 못하고 도상훈련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위 과정을 거쳐 사회책임에 관한 나름의 이해를 기업이 가지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사회책임 업무 담당자 일부와 소수의 임원에게만 한정된다면, 기업의 사회책임은 전반적으로 피상적 활동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무 담당자뿐 아니라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조직 구성원에게 조직을 둘러싼 사회책임에 대한 요구 증가에 따른 외적 필요성과 사회책임과 관련된 국제표준의 수용이 소속 조직을 보다 총체적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구성원 목적과 조직 목적을 보다 일치시켜 업무성과, 직무만족도, 사기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주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효과적 확인절차 채택= 아직까지 우리 기업의 사회책임 수행에 관한 의사소통의 대표적 방식은 사회책임 보고서의 발행과 검증이었다. 그러나 ISO 26000의 도입은 과거 제3자 인증과 같은 다양한 형식의 확인절차의 가능성을 열어놓게 되었으며, 오히려 ISO 26000이 이에 대해 명확한 내용을 담지 않은 이상, 다양한 확인절차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보다 통일된 사회책임 수행 확인절차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이런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사회책임에 관한 기업 나름의 가장 효과적인 확인절차를 채택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핵심 영역 과감한 실천 필요”
CSR 포럼 토론

△김동욱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ISO 26000 발간을 앞두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책임 의제에 관한 수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뚜렷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이해관계자의 의견 차가 뚜렷한 것도 이유지만 ‘사회적 책임’ 의제 자체가 합의를 통해 일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이해당사자의 의사를 파악하고 사회적 책임 활동의 확산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촉진하는 데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 중소기업의 CSR 경영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CSR을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위에서 나아가, 경영전략의 하나로 인식하여 적극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코자 하는 중소기업의 자구적 노력과 참여가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통해 CSR 경영이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정부의 자금 지원 등의 정책적인 지원 및 국제 변화의 대응이 뒷받침되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문승욱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과장= ISO 26000을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촉매제로 활용, 국가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ISO 26000의 국내 확산을 위해서는, 표준이 기업만의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되며 각 경제주체가 상호 협력하여 윈-윈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강제가 아닌 자발적 규범인 만큼 국내 현실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경제원칙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이와 함께 국제적 상호 주의적 측면을 고려하여 중국?일본 등 경쟁국들의 대응 동향을 면밀히 관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익철 (주)지인에스 대표이사= ISO26000의 핵심과제에 포함되어 있는 ‘환경’ 이슈는 ‘지속가능한 발전' 혹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큰 화두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환경 이슈에 있어서 기업이 ISO26000이라는 새로운 국제표준체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ISO14000시리즈에서 활용되는 환경경영의 툴, 즉 환경성과평가, 온실가스배출량측정, 환경보고서, 전과정평가, 환경디자인, 환경라벨링 등을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기업사회책임의 새 패러다임의 실천을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정부와 시민사회, 일반 시민까지 사회책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협력해야 지속가능한 사회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

△강충호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책임을 포괄하는 진정한 의미의 CSR에 대한 이행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존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다. 불필요한 비용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출해야 할 ‘투자’라는 인식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CSR의 실천에 있어서도 윤리경영 선포나 자선기금 납부와 같이 기업홍보 차원의 생색내기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우리 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지배구조문제, 불공정한 원하청관계, 비정규직문제를 비롯한 고용관행, 결사의 자유를 비롯한 노동기본권 보장, 기후변화 대처 등 핵심적인 영역에서 과감한 개선과 실천이 요구된다.

△김성천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소비자는 ISO 26000과 관련하여 조직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이자, 참여자로서 독자적인 책임이 있다. 소비자기본법에도 소비자의 8대 기본적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다른 의미의 사회적 책임도 부담시키고 있다. 즉 소비자는 사업자 등과 더불어 자유시장경제를 구성하는 주체임을 인식하여 물품 등을 올바르게 선택하고,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여야 한다(동법 제5조 제1항). 따라서 소비자도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ISO 26000에 관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리=설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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