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명의 장병들이 희생됐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진실이다. 그들도 왜 죽었는지를 알아야 원혼이 구천에서 떠돌지 않고 안식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확한 진실에 접근해야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의 되풀이를 막을 수 있는 대비가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은 빠른 결론이 아니라 정확한 결론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합리적 논의를 용인하지 않는 천안함 광풍이 불고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무엇일까? 북한 어뢰, 기뢰, 좌초! 정답은 ‘아직 모른다.’ 이다. 합동조사단까지 구성하여 정부가 내린 결론인 북한 어뢰 피격설은 그 ‘결정적 증거(?)’가 의심 받고 있다. 용융점이 더 높은 페인트는 녹았는데 같은 공간의 유성매직으로 쓴 ‘1번’은 멀쩡하고, 수 Km 멀리 떨어진 곳의 초병이 보았다는 물기둥을 가장 가까이 있는 천안함의 견시병은 못 보았고, 폭발의 잔여물이라는 흰색 가루의 성분 분석결과는 두 번이나 과학적 실험에 의해 부정당했다.

TOD 동영상 존재, 침몰 시각, 천안함보고서 등등 많은 것들에 대해 정부는 존재 자체부터 부정했다가 뒤늦게 인정하는 말 바꿈을 계속하고 있다. 혹이나 아직 입증되지 않은 ‘북한 어뢰 피격’이 진실이라 해도, 이런 정도의 조사 결과면 우리는 결론을 향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는 정부 결론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풀어주려 하기보다는 이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정부가 내린 결론이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조사에 의거 안보리 결의를 요구하는 정부가 정부의 입증에 허점이 있음을 주장하는 참여연대의 보고서 제출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태도다. 왜? 북한과 관련된 문제니까!

만에 하나 정부의 주장이 틀렸다는 결론이 나면 누가 국가의 품격을 세우고 누가 깎아 먹은 것일까? 어설픈 논리로 성급한 결론을 내려 우스운 꼴이 되고 마는 정부보다, 많은 불리함을 감수하고도 합리적 의심을 앞세워 신중해야 함을 주장하는 NGO 단체가 있다는 사실이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비정부기구의 의견을 받아 고려하는 기구가 UN이다. 단지 우리 정부와 극우단체만 모를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참여연대를 이적행위 했다고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하겠다하고 이에 자극받은 극우 세력들은 참여연대를 없애라고 가스통 시위를 하고 있다.

사실 이런 논란이 발생한 원인 중의 하나는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아무런 실증적 근거 없이 단 한 사람의 전문가(?) 추측만 있으면 그에 의존해 어뢰피격설, 피로절단설, 좌초설, 기뢰설, 심지어 인간어뢰설 등을 하루가 다르게 바꾸어가며 기사를 내보내던 언론의 보도태도는 복잡한 검증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조사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부 보수언론은 정부 조사 결과가 북한어뢰에 의한 피격설로 결론나자 더 이상의 의문제기보다는 어떻게 북한을 응징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시킬 뿐이었다. 그 배경에는 사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이해가 깔려 있었으리라. 게다가 이제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사회 제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상실한 언론이 과연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자유론을 쓴 J. S. Mill은 모든 의견은 가치가 있다고 했다. 100% 틀린 의견도 진리가 이에 대응하여 자신의 옮음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고 혹이나 아무런 반대 의견이 없을 때 교조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물며 민주주의가 유지되기 위한 합리적 의심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 없다.

참여연대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한 것이고, 언론이 마땅히 했어야 할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는 지금 누구를 지켜야 할까? 국익을 지키겠다는 보수 언론? 아니면 진실을 추구하겠다는 참여연대?

마지막으로 대다수의 국민은 알지만 아직도 모르는 일부 극우단체들을 향해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것은, 지금 참여연대의 주장은 북한의 관련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했다는 정부의 입증 방법과 결과에 정확성을 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을 생각해서라도.

김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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