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은 필수품인가

색깔있는 역사스케치 정창수l승인2010.07.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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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단맛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설탕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각종 당분이 함유된 엿이나 감주 같은 맥아당 성분의 감미료와 관련한 음료가 이미 발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기록에 튀긴 곡류와 엿을 이용하여 만든 과자류가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훨씬 이전부터 엿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제례와 관련이 깊다. <삼국유사>‘가락국기’에는 “수로왕묘제수(祭需)에 과가 쓰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제수로 쓰인 과는 본래 과일이다. 그런데 과일이 없는 계절에는 과일을 대체해서 곡식가루로 과일의 형태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것이 과자의 시작이다. 학자들은 이런 과자중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엿을 들고 있다. 따라서 엿은 제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모든 단것은 종교와 관련이 있었다.

엿과 함께 단맛을 지켜온 것은 꿀이다. 이미 로마시대부터도 꿀이 있었던 것처럼 꽃과 벌이 있는 곳이라면 동서양은 물론 우리역사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다만 생산량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값이 비싸서 대중들은 약으로나마 아부 드물게 접할 수 있었을 뿐이다.

따라서 일반 서민들은 곡물과 엿기름을 이용하여 식혜에서 조청까지 손쉽게 그리고 값싸게 단맛을 만들어 낼 줄 알았던 것이다. 넓게 보아 조청은 엿의 일종이다. 따라서 설탕이전의 대표적인 감미료는 꿀이 아니라 조청이었다. 또한 엿과 꿀은 독립된 전통식품으로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결국 설탕으로 인해서 우리가 단맛을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단맛을 내는 감미료에 설탕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당은 어디에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탕의 등장과 대중화

설탕이 우리나라 역사속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려 명종때 이인로의 ‘파안집’에서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고려 명종이전에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당시의 설탕은 상류층에서 양용 및 기호식품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다 일제시대가 되면서 설탕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사탕무의 생산이 1920년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 강점기인 1920년 평양에 사탕무를 원료로 하는 제당공장이 처음 만들어졌다. 하지만 생산능력의 한계로 인해, 대부분은 일본에서 생산가공한 것을 소비하게 된다.

1925년 동아일보에는 설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 당시 기사의 내용을 보면 “설탕소비량으로 선진화 수준을 측정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설탕은 소금과 달리 필수 조미료가 아니다. 만성적으로 설탕을 먹으면 독이 된다. 설탕대신 꿀이 좋다.” 마치 요즘 환경운동하는 사람의 말처럼 들린다. 이미 그때에도 음식과 건강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해방직후인 1946년에 물가 조사한 것을 보면 같은 쇠고기 보다 2배가 비쌀 정도였다. 현재는 10분의1 가격이다.

설탕소비가 본격화된 것은 1950년대 중반 이후다. 최초의 설탕생산은 1953년 11월의 이병철 회장의 제일제당이다. 당시 설탕의 국내 가격은 국제 가격의 3배였다. 제일제당(현 CJ)의 설립으로 53년 남한의 설탕 수입 의존도는 100%였으나 56년에는 불과 7%로 뚝 떨어졌다. 해외 원조물자 중 하나이던 원당을 가공해 설탕을 만들었다. 하루 생산능력은 25t 정도로 “아침에 설탕 한 트럭을 싣고 나가면 오후에 한 트럭의 돈이 들어올 정도”라고 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1960대부터는 음식에 설탕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물론 짠맛이나 기타 양념맛도 동시에 강해지는 하지만 설탕의 소비증가는 두드러진다. 1960년대 ‘뽑기’와 ‘달고나’에 열광했던 것은 요즘보다 설탕이 귀했기 때문이다.

신세계 상업사박물관에 따르면 1960년대까지 인기 있는 명절 선물은 설탕·밀가루와 쌀·계란·돼지고기·참기름 등 농수산물이었다. 설탕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손님이 찾아오면 설탕물을 대접하는 경우도 흔했다. 설탕소비가 가장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1998년 전후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설탕은 국민소득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2005년 1인당 설탕소비량을 보면 스와질랜드(97.4kg, 이하 생략), 싱가포르(73.4), 브라질(59.2), 태국(35.0), 미국(31.3), 한국(26.0), 일본(18.8) 등이다. 한국의 2009년 설탕소비량은 대략 26kg이다. 하지만 쌀 소비량은 74kg이다. 한마디로 밥 세숫가락에 설탕 한숫가락을 먹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설탕은 우리 단맛의 전부가 아니다. 지금 우리의 설탕소비는 생각보다 많다. 문제는 인공감미료는 그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이 세상에 단맛은 많다.


정창수 좋은 예산센터 부소장, 본지 편집위원

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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