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낄 석(惜)자와 한자의 원리

강상헌의 한자이야기20 강상헌l승인2010.07.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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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성(歷史性)과 시적(詩的) 상상력의 언어

우리 2010년 월드컵 축구팀이 16강전에서 남미의 강호(强豪) 우루과이팀과 맞서 2대 1의 스코어로 졌습니다.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들은 일제히 ‘석패’라는 단어로 이 상황을 설명했지요. ‘아쉬운 패배’ ‘애석(哀惜)한 패배(敗北)’였다는 것입니다.

헤어지는 것이 서운하다는 단어 ‘석별(惜別)’로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 석(惜)자는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이해하기에 적절한 단어로 주목(注目)할만 합니다.

한자 원리 이해 적절한 글자

한자는 사물(事物)을 그린 기호(記號)에서 비롯된 글자지요. 즉 일[事]이나 물건[物]의 동작 상태 모양 따위를 그림으로 나타내고, 이 뜻을 여러 사람이 함께 아는 공유(共有)의 과정을 거쳐 글자로 자리 잡은 것이 한자랍니다. 이를 상형(象形)문자라고 하는 뜻이지요.

심장(心臟)의 해부학적 형태(모양)를 기반으로 그려진 고대 글자 심(心). 금문(金文)은 토대로 진태하 교수가 쓴 글자다.
앞부분 부수자(심방변)는 마음 심(心)자가 다른 글자의 부속품으로 쓰일 때 모양을 바꾼 글자입니다. ‘마음 심 부수(部首)자’라고 읽으면 되고요. 기쁨 성남 슬픔 즐거움 따위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여러 정서를 표현하는 한자 단어에 약방(藥房)의 감초 격(格)으로 들어가는 글자지요. 심(心)자는 우리 몸 심장(心臟)을 그린 그림에서 생긴 글자입니다.

오른쪽 석(昔)자는 ‘옛’ ‘어제’ ‘접때’ 따위의 뜻을 지닌 단어지요. 원래 글자에 모양이 변했답니다. 쓰기 쉽도록 개량된 것으로 볼 수 있겠군요. 꺽쇠 4개를 붙인 것 같은 윗부분(‘우’라고 읽었답니다)은 말린 고기 모양 글자였고, 아래는 날 일(日)자네요.

말린 고기 즉 육포(肉脯)의 많은 주름을 강조한 글자 ‘우’와 일(日)을 합쳐 ‘지난 여러 날들’ 뜻의 글자를 만든 것입니다. 문자 연구가들은 ‘오래 되다’는 뜻에서 ‘옛날’이란 뜻을 끌어온 것으로 봅니다.

‘모양을 본뜬’ 것과 ‘일을 가리키는’ 것

물론 다른 견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자학자인 진태하 박사는 이 ‘우’자를 찰랑거리는 물결의 비늘 모양으로 봅니다. 흐르는 강물의 지나간 물결로 본 것이지요. ‘지나간 많은 날들’로 석을 읽은 것입니다.

이 부속품 글자 3개(심방변, 꺽쇠 4개 모양 글자, 日)가 상형문자인 한자 중에서도 본디 글자라고 할 수 있는 상형자(象形字)임을 이제 알겠습니다.

이에 비해 그림으로 그리기 쉽지 않은 추상적(抽象的)인 개념(槪念)을 역시 추상적인 생각으로 기호로 만든 글자를 지사자(指事字)라고 합니다. 위와 아래를 뜻하는 상(上)과 하(下)자가 대표적인 글자지요. 상형자가 ‘모양을 본뜬’ 것임에 비해 지사자는 ‘일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약간의 차이가 있군요.

상형자나 지사자를 합쳐서 많은 새로운 뜻의 글자를 만듭니다. 이렇게 합쳐 만든 글자에 또 다른 글자를 합치기도 하지요. 레고나 루빅스큐브 놀이를 생각하면 쉽겠습니다.

합쳐서 글자를 만드는 방법에는 회의(會意)와 형성(形聲)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회의는 뜻[意]을 모은다[會]는 것입니다. 형성은 뜻 즉 형태를 나타내는 의미[形]글자와 발음하는 소리를 나타내는 소리[聲]글자를 합친다는 것입니다.

육포의 주름 또는 물결의 비늘을 그렸다는 ‘우’자와 날 ‘일(日)’자를 합쳐서 이 두 글자와는 뜻도 소리도 다른 ‘옛’ ‘어제’ ‘접때’의 석(昔)자가 만들어졌는데 이런 방식이 회의이고, 이 글자가 회의자가 되는 것입니다.
집(건물)을 뜻하는 부수자 집 면(갓머리변)자와 돼지 시(豕)를 합쳐 만들어진 집(가정) 가(家)자, 불 화(火)와 사람 인(人)을 합친 빛 광(光)자가 회의자의 보기랍니다.

‘6書’에 한자 생성원리가 담겼다

마음 심(心)자의 변형인 마음 심 부수자(심방변)를 의미글자로, ‘어제’ ‘접때’의 석(昔)자를 소리글자로 하여 합체(合體)한 석(惜)자가 형성자입니다. 또 이런 방식이 형성이지요. 한자 글자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이 형성자입니다. 이때 소리글자도 대개 일정한 뜻을 만듭니다. ‘지나간 것[昔]’은 ‘서운한 것’이라는 뜻을 새 글자에서 보듬어 내는군요. 아름다운 시(詩)나 그림을 대하는 느낌이 나지 않습니까?

‘동’이라는 소리[聲]를 가진 나무[形]를 뜻하는 오동나무 동(桐)자, 구구구[九] 소리 내는 새[鳥] 비둘기 구(鳩)자 등이 형성자의 본보기가 되겠습니다.

상형 지사 회의 형성 밖에도 전주(轉注)와 가차(假借)라는 한자 만드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 여섯 가지 형태의 한자 생성(生成) 원리를 6서(書)라고 합니다.

한자는 갑골문으로부터 시작되어 3천년 가량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의 중심 문명을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1446년 성군(聖君) 세종대왕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져 우리 글자가 된 과학적인 한글과는 그 구조나 생성원리가 이렇게 다르지요.

토막해설-아낄 석(惜)

부수자 (마음심변, 3획)
총11획, 형성(形聲)문자

소중(所重)히 여긴다는 뜻에서 아쉽다, 인색(吝嗇)하게 굴다, 두려워한다는 뜻까지 그 의미가 늘어났다. 이런 의미의 연장을 문자학에서는 ‘인신(引伸)’이라고 한다.

민중서림 한한대자전
석(惜)의 바탕 글자인 석(昔)의 고대문자 변천 과정. 왼쪽부터 갑골문 금문 전문.

석(昔)은 소리를 결정하는 요소로 이 글자의 생성에 기여(寄與)한다. 나머지 부분 즉 심(心)자는 이 석(惜)자에 ‘어떤 마음’이라는 의미를 준다. ‘어떤 마음’이라는 뜻을 가진, ‘석’으로 읽는 이 글자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는 소리 요소 글자인 석(昔)이다.

석자가 소리글자이기는 하지만 지난날들[昔]을 아쉬워하는 뜻을 또한 석(惜)자에 제공하는 것이다. 한자의 이해에는 이처럼 피카소의 추상화를 보는 것 마냥 역사성(歷史性)과 시적(詩的)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형성문자의 소리글자가 이 석(惜)자에서처럼 반드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소리를 결정하는 역할만을 하는 경우도 많다.


강상헌 논설주간/시민교육원 예지서원 원장

강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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