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운위, 특권층 학내 자치기구?

‘이상한 회비 모금’으로 본 학운위 실태 김태성l승인2010.07.05 12:0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전국 초중고 한해 800억원 추정 불법회비...불투명성 육성회 변질
친환경급식, 안전한 체험학습 등 아이들 행복공간 마련 기구로 거듭나야

1995년 5월 31일. 당시 김영삼 정부는 교육개혁 방안중 하나의 과제로 각 학교마다 교원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인사가 참여하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도입했다. 그리고 그 해 2학기, 355개교에서 시작된 학교 운영위원회는 올해로 15년을 지나왔다. 이로써 과거 ‘촌지와 청탁’이라는 부적절한 관계를 벗어나 교육의 3주체(교사, 학부모, 학생)가 대안 제시와 협의를 통해 새로운 학교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이같은 학교 운영위원회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달리 시행 15년이 지나는 지금,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학교 운영위원회의 이상한 ‘회비’ 모금 논란이다.

학교 운영위원이 되려면 얼마?

학교 운영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전, 학교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단체는 ‘학부모 육성회’(또는 자모회)였다. 학부모 육성회는 각 반에서 부유한 배경을 가진 두어명의 학부모들을 학교측이 음성적, 또는 반 공개적으로 요청하여 만든 모임이었다. 각종 학내행사에 찬조금을 바라는 학교측과 돈으로 호감을 사서 제 자식에게 특혜를 바라는 학부모의 욕심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만들어진 모임으로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학교 운영위원회 설치 근거인 ‘학교 운영위원회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 제6조 4항에서 ‘학부모 위원에게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학교 운영지원비 외에는 일체의 비용을 부담 지워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무상급식과 안전한 체험학습 등 학교 운영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는 학교가 모범적이다. 그만큼 학교 운영위원회가 다루는 사안이 다양하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어린아이가 친환경무상급식 뱃지를 보이고 있다.

2010년 4월.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한 아이를 둔 어머니는 학교측으로부터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막상 수락을 한 후 운영위원회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그는 인터넷 모 교육 관련 사이트에 ‘운영위원회에 대해 알고 있는 분의 조언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십수개의 댓글이 올라왔는데 그 내용은 전혀 생각외의 내용이었다.

운영위원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하 1백만 원에서 2백만 원의 기부금을 내야 한다는 답이 줄을 이었다. 물론 이는 개개 학교의 특성과 학교장 또는 학교 운영위원장 개개인의 의지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진짜 실태는 어떠한가?

2010년 현재, 학교 운영위원회의 학부모나 지역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수십만 원으로 시작하여 일부 지역에서는 수백만 원까지 일시불로 내야하는 불문율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내야하는 사실상의 ‘강제적’ 모금액이 부담스러워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학부모가 있다면 교육당국은 믿을 수 있을까.

음성적으로 ‘방치’하는 운영위 모금

물론 이같은 학교 운영위원회의 비용 모금은 ‘원칙적으로’ 해당 학교당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개 운영위원회가 구성된 후 학부모 및 지역위원이 운영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모여 그 해 운영위원회 비용을 논의하여 걷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위원회의 음성적 비용 갹출을 학교당국이 몰라서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흔히 이야기하기를 학교 운영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는 학교가 모범적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학교 운영위원회가 다루는 사안이 다양하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크게는 학교 예산 및 결산에 관한 사항을 비롯하여 일상적인 학내외 교육 및 체험학습 등에 대한 심의, 그리고 졸업 앨범이나 교복 구입 등도 학교 운영위원회 소관사항이다.

또한 최근 관심이 큰 학교 급식 안전과 학내 폭력 등 교내사고 등에 대한 민원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같은 중요한 업무에 대해 책임지고 역할을 해야 할 운영위원회가 일부 그릇된 운영위원장의 주도로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 잘못된 운영위원회의 행태를 보면 학교측으로부터 제출된 안건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기 보다는 회비 모금을 많이 걷어 각종 식사자리와 접대를 우선적으로 하려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러다보니 사업을 하는 이를 지역위원으로 위촉하여 운영위원장으로 맡기는가 하면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운영위원장을 직업처럼 내내 맡는 기현상을 종종 볼 수도 있다.

한편, 위원장의 경우 일반 위원보다 회비를 더 많이 내는 것이 통념이다. 많게는 수백만 원을 내기도 하고 부위원장은 그보다 좀 덜 낸다. 이같은 상황이기에 수십만 원의 회비 갹출을 요구받는 일반 운영위원이 이를 거부하기가 대단히 난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회비를 알지 못하고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한 보통의 학부모들은 당황하기 일쑤이며 심지어 후회하기도 한다. 참으로 해괴한 피라미드 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학교당 수백만원, 전국적이면?

각 지역 교육청별로 소위 ‘운영위원회 회비 협정가’라는 말이 있다. 경기 북부지역의 모 지역은 40만원이고 경기 남부지역의 모 중학교 경우는 100만원이 협정가격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 경우는 더 심하다고 한다. 2백만원을 요구받은 경우도 있고 일반적인 경우가 100만원이라고 한다.

지난해 회비로 100만원을 요구받아 고심 끝에 낼 수밖에 없었다는 경기남부지역의 학부모 위원(남)은 “어느 정도 회비를 내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꺼번에 100만원을 내라고 해 매우 놀랐다. 하지만 거부할 용기가 없어 낼 수밖에 없었으나 올해는 너무 부담스러워 운영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며 심각한 문제라는 반응이었다. 도대체 아이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참여하려는 이들이 왜 이같은 엉뚱한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고들 말한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교육에 의지가 있는 학부모나 지역위원감이 있어도 운영위원 참여를 선뜻 권유하기 몹시 어렵다. 수십만원의 돈을 회비로 내고 운영위원으로 함께하자는 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 그렇게까지 하면서 굳이 운영위원을 하려는 보통의 학부모는 없다.

지역위원 역시 마찬가지다.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 수십만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모 학교의 지역위원이 고심 끝에 사퇴한 웃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이상한 회비 갹출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변칙적인 형태의 회비 갹출은 모두 얼마나 될까. 경기도 내에 소재한 초, 중, 고교는 모두 2148개교(2010년 현재, 경기도 교육청 통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이 학교의 숫자에 한 학교당 최저로 추산되는 평균 모금액 400만원만 계산해 봐도 85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액수가 음성적인 방법을 통해 해마다 걷히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그 액수는 가히 천문학적 비용에 이른다. 2008년 당시 전국의 초, 중, 고교가 2만여개에 달하는데 이렇게 본다면 한해 800여억원이 불법적인 회비로 조성되어 음성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구태로 비난받던 ‘학부모 육성회’가 ‘학교 운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바뀐 채 더 크게 판을 키워가고 있는 순간이다.

교육당국, 실태 파악에 나서야

그렇다면 이같은 엄청난 비용을 운영위원회가 꼭 걷어야할 큰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상 이유가 없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한 순수 목적으로 비춰보면 사실 돈이 들어갈 이유도, 돈을 걷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고 또 암담했다. 처음 학교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이모 씨는 2000년, 경기도 모 초등학교에서의 일어난 일을 잊지 못한다. 당시 학교에서 체육대회가 열렸다. 이 학교 교감은 운영위원회 공식회의 석상에서 ‘방문하는 주변 학교 교장 선생님과 장학사등을 위해 수박과 떡 등을 준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왜 운영위원이 수박과 떡을 사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학교 예산으로 해야 할 일인데 학교 운영위원이 왜 음식을 사야 하는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처럼 한다면 돈 없는 학부모는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덕분에 그 해, 그는 내내 외로웠다. 물론 운동회 날, 수박과 떡은 손님들을 위한 접대 상에 올라가 있었다.

그렇게 10년을 싸우고 모나게 한 결과 학교는 얼마나 변했을까. 어떤 해는 원칙적으로 잘 되었고 그래서 좋아지나 보다 했다. 그러나 2006년 아이가 진학한 중학교의 운영위원장은 다시 떡과 과일, 맥주를 사서 학교에 돌렸다. 스승의 날을 맞아 꽃바구니를 돌리고 출장 뷔페를 시켜 대접도 하겠다며 말했다. 당연히 반대하는 이씨에게 운영위원장은 ‘당신은 돈내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위원장과 친한 일부 위원은 ‘돈도 내지 않고 공짜로 운영위원을 하려는 파렴치한’으로 모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공식적으로’ 요구할 수도 없는, 그리고 요구해서도 안되는 이런 일들을 ‘경쟁적으로’하려는 것일까. 그럴 돈이 있다면 차라리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급식비 기부를 하는 것이 운영위원으로 보다 당당하고 떳떳한 일이 아닌가? 그저 이것이 모두 학교당국에 잘 보이기 위한 그릇된 운영위원의 문제로만 치부되어도 좋은가 묻고 싶다.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더 이상 방치되어선 안된다. 자발을 가장한, 그리고 자발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교육당국의 방관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학교 운영위원회의 그릇된 행태는 바로 잡혀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이라도 교육당국은 전국의 학교에서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각급 학교 운영위원회의 ‘이상한 회비 모금’ 실태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더 이상 비용 갹출 때문에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싶어도 망설이는 학부모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 개혁이고 왜곡된 학교 운영위원회가 바른길로 가는 첫 걸음이다. 이미 학교 운영위원회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실상 ‘돈 많은 특정 학부모나 할 수 있는 학내 자치기구’로 인식되고 있다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투명성 노력 그나마 다행

누구나 아무런 부담이나 제약없이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고서는 학교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 조례 제6조 2항에 따라 내 아이가 아닌,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만들고 싶어 참여한 학교 운영위원회였다.

그러나 학교 운영위원회는 갈수록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10년전인 2000년, 이씨가 학교 운영위원으로 처음 참여한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커지는 회비 모금 추태는 과연 추방될 수 없는가? 물론 이는 극히 일부 학부모가 돈으로 학교관계자의 호감을 사고 싶은 그릇된 발상으로 빚어진 작은 소동일수 있지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신호를 이 땅의 교육 당국과 교육의 정상화를 바라는 이들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한편, 경기교육청은 2010년 학교 운영위원 선출을 앞두고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위원 선출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의미있는 조치를 취했다. 권역별로 학교 운영위원회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여 사실상 학교 차원의 조정을 통해 협조적인 특정 학부모가 입후보 하도록 하거나 단합 행위로 무투표 당선을 유도시키는 등 부적정 사례가 근절될 수 있도록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매우 의미있는 노력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아이들이 먹을 급식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보다 안전한 체험학습과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하는데 회비를 얼마나 내야 하는지 걱정하지 않고, 또 “회비는 얼마예요?”라고 묻는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새로운 교육을 열망하는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출범하는 교육당국이 명쾌하게 답해주기를 기대한다.


김태성 자유기고가

김태성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태성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