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은폐된 권력은 어디에”

김형주 의원 ‘코포크라시’ 해부서 번역 이재환l승인2007.08.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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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What You Need to Know to Save Democracy)이라는 부제에 빠져들고 말았다.”

김형주 민주신당 의원(사진)이 책을 번역했다. 찰스 더버 미 보스턴대 사회학과 교수의 ‘히든 파워’(Hidden Power) 완역이다. 지난해 7월 미 국무성 초청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들른 LA공항 간이서점에서 우연히 보게 된 책이다. 의정 활동 틈틈이 1년여간 준비했다.

법인체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

“출국 전 가방에 담아간 책이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민주주의의 민주화’였다. 당시 몸담았던 열린우리당의 흔들리는 모습에 고민하던 중 87년 이후 민주화세력의 실패를 선언한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 그 때 ‘미국을 실제로 지배하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더버 교수의 문제제기와 분석이 한국의 현실과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상태 기자
김형주 의원

원저자는 집요하게 미국사회의 ‘은폐된 권력’을 찾아 파고든다. 그리고 전 지구적 규모로 성장한 법인체(coporation)들의 네트워크가 그 실체라고 지목한다. 아울러 공화당과 민주당의 포섭된 정객들, 군부, 대중매체, 학교, 교회 등이 이 네트워크의 대변자로 법인체들의 정치적 이해를 실현하는 집행위원회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선거는 민주주의 덫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승리만을 위해 달려가는 선거제도는 대중이 이 지배 헤게모니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수단이 되고 말았다고 책은 꼬집는다. 미 민주당 역시 지배체제에 봉사하는 '선거의 덫'에 걸린 관료적 정치인들의 정당이라는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삼성공화국’을 넘어 ‘삼성제국’ 담론이 확산되는 한국사회를 ‘기업국가’라는 틀에서 진단하려는 국내 학계의 관점과 닮아있다.
“더버의 질문을 한국사회에 그대로 던져보자. 누가 한국을 실제로 지배하는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지도자가 대통령이 되고 민주파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했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여전히 수구세력과 재벌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그들에게 있다.”

더버 교수는 ‘코포크라시’ 지배체제에 대응하는 유력한 세력을 시민사회로 꼽는다. 이에 동의하는 김 의원이 책을 번역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전경련 회장의 ‘경계를 넘는’ 발언만 보더라도 이제 지배권력은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고 전면에 나서려 한다. 그럼에도 평화민주개혁세력은 선거의 덫에서 허우적대고 있고, 시민사회세력은 2000년 총선연대를 정점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풀뿌리 시민운동의 확산과 더불어 정파성을 뛰어넘는 참여를 통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변화 추춧돌”

대학원 시절 ‘동유럽에서의 계급투쟁’ 등 운동권 필독서를 집필하고 한국청년연합회(KYC) 초대회장·아름다운재단 배분위원 등 시민단체 활동가와 호서대 겸임교수 등을 거친 김 의원은 시민운동 경험자, 정치초년생, 번역자로서 특히 시민운동가들에게 일독을 권했다. 국회의원 복지카드를 작은 서점 살리기 차원 겸해서 아예 동네 서점에 맡겨 놓고 책을 들여 놓는다는 여권 현직 의원의 ‘강도 높은’ 정치사회분석 번역서란 점이 주목 포인트다.

기업 정치사회 지배 분석

‘히든카드’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텍사스 레인저스 구단 CEO·하켄에너지 이사, 리처드 체니-에너지 및 방위산업복합기업집단 핼리버턴사 CEO, 도널드 럼스펠트 전 국방장관-제너럴 인스트루먼트 CEO, 폴 오닐 전 재무장관-미국기업인원탁회의 회장, 노먼 미네타 전 교통장관-록히드마틴사 부사장, 엘레인 차오 노동장관-뱅크오브아메리카 부사장.

미 부시 행정부의 전현직 핵심인물들의 과거 및 현재 약력이다. ‘히든카드’의 저자 더버 교수는 근대 이후 미국을 지배하는 ‘법인체 네트워크’를 역사적으로 3차에 걸쳐 분석하며 최근까지 미국 정치사회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또 전 지구적 영향력을 어디서 행사하고 있는지 파헤친다. 새로운 우익이 과거의 우익과 어떻게 유사한지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같은 체제의 변동을 강조하며 시민사회 세력 확산을 위한 대중 참여를 미국 내 시민단체 주소를 명시하면서까지 강조하고 있다.

이재환 기자

이재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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