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를 한다고?

이명박 정부는 법치주의를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이명박 정부의 법집행은 단호하다. 환경운동가들이 4대강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며 낙동강 함안보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과 남한강 이포보 상판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정부는 이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한다. 태풍 때문에 스스로 농성을 푼 함안보 환경운동가들이 병원으로 간 지 한 시간 만에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 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위와 목마름을 버텨가며 고공에서 농성을 벌였으니 그들의 몸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을 것이다. 어차피 도주할 생각도 없고 증거도 인멸할 까닭이 없을 터, 이들을 꼭 구속시켜야만 할까.

국민을 향해서는 이처럼 추상같이 법을 집행하면서 정부 자신은 불법, 위법, 편법을 예사로 한다. 환경운동가들로 하여금 아찔한 공중으로 올라가게 만든 4대강사업은 처음부터 위법 투성이이다. 4대강사업은 국회에서 예산이 처리되기도 전에 시작했다. 명백한 불법이다. 문화재, 환경, 치수 등의 사전조사를 무시하는 것도 위법이다. 4대강 예산의 30%가 넘는 8조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긴 것도 불법이다. 국가채무와 재정건전성 문제가 제기되자 부린 꼼수이다. 수자원공사는 물 확보, 수질개선, 홍수예방, 일자리 창출 등이 그 목적이다. 따라서 수자원공사의 4대강사업 참여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4대강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회피한 것도 편법이다. 단군 이래 최대라 떠들면서 대형국책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강행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은 물론 헌법까지 어긴 것이다. 정부가 ‘시간낭비’라고 깎아내린 예비타당성조사는 국가재정법 제38조 제1항을 근거로 이뤄진다. 총사업비가 500억 원이 넘는 국가사업이나 국가예산이 300억 원 이상 필요한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도록 한 것이다. 대형신규사업의 신중한 착수와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기 위해서이다. 1999년부터 시행된 예비타당성조사는 국가재정의 효율적 운영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까지 대형국책사업 335개의 예비타당성조사가 이뤄졌는데, 44%인 147개 사업이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폐기되었다. 예산낭비를 막은 것이다.

4대강사업을 하면서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500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사업은 두 개 이상의 개별사업인 것처럼 쪼갰다. 신청할 때에는 500억 원 이하로 줄여 허위로 신청했다가 나중에 총액을 늘리는 편법도 동원됐다. 이런 편법과 불법은 국가재정법 제22조에 따라 즉각 예비타당성 조사를 재실시해야 한다.

4대강 사업만이 아니다. 국민에게 들이대는 법의 잣대는 엄하다. 세수를 하지 않거나 머리를 감지 않은 택시운전수에게 1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 행동 하나하나부터 심지어는 생각까지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법치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에서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헌법으로 보장된 의사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법질서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과도한 공권력투입도 법치주의로 정당화되어 왔다.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도 무리한 경찰력동원에 희생된 사람들에게 책임이 씌워졌다.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법을 들이대 범죄자로 만들려는 시도도 많았다. MBC ‘피디수첩’의 농수산부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죄, 전교조 교사 시국선언, 인터넷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허위사실유포죄 등 국민에게 들이댔던 법치주의의 칼날은 다행히 법원의 판결로 치워졌다.

법치주의의 취지는 말을 듣지 않는 국민을 엄벌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법치주의는 ‘사람의 지배’ 대신 ‘법의 지배’를 하자는 것으로 권력자가 자기 멋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법치주의는 국민을 겁주고 벌주기 위해 들이대는 칼이 아니라, 권력자 스스로가 자신의 통치가 법에 어긋나지 않나 비춰보는 거울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준법정신’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국민에게 준법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이명박 정부 고위직 인사는 위법과 부도덕성으로 얼룩졌음이 인사청문회 때마다 드러났다. 흔히 위장전입으로 불리는 ‘주민등록법 위반’은 고위직의 공통필수라고 불릴 정도로, 위장전입 전력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 되었다.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거짓계약서 작성 등 위법 사실이 드러나도 이들은 거의 대부분 고위직에 임명되었다. 정부가 정말로 법치주의를 하려면 4대강 사업부터 재검토하고, 새 내각 지명자들의 위법전력과 도덕성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