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더반선언’ 채택할 때”

한일 시민운동가 중심 ‘평화공동체건설’ 캠페인 시작 기대
“2010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일NGOs의 역할과 과제” 주제

지금 한반도와 한반도를 주변국이 요동치고 있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본 정부의 사죄와 보상이 초점이고, 천안함 사태이후 군사적 긴장감이 팽배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일 군사적 동맹마저 맹위를 떨치는 기세로 다가온다. 한일 양국 시민운동가들이 이와 관련 머리를 맞댄다. 오는 26일 서울에서 “2010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일NGOs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4회 한·일 NGOs 평화포럼>이 그것이다. 양국 대표 인사들의 기조연설문을 통해 쟁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해본다.

2010년 동북아평화에는 세 가지 주요변수가 있다. 하나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의 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일 양국 간에 지난 식민주의와 침략행위에 대한 사죄의 수위조절에 양국 시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두 번째는 지난 3월 26일 한반도 서해에 46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은 천안함 사태의 발생이다. 이로 인해 5월 20일 민관합동조사반의 진상발표와 곧 이어 남한의 5.24 대북제재조치가 있었다.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남북한의 모든 교류협력이 단절되어 군사적 긴장이 한반도 주변에 매우 고조되고 있다. UN 안보리는 천안함 사태의 가해자로 지목된 북한에게 UN 제재를 겨냥한 의장 성명서를 채택했다.

셋째는 일본 변수이다. 일본의 개혁정당인 민주당출신 총리에 거는 한국과 일본의 시민차원의 평화세력의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9월에 취임한 일본 하토야마 총리는 초기의 기대와는 달리 한국인에게 많은 실망을 남기고 금년 6월에 퇴진하였다. 그는 총리 취임전에 한일과거사 청산에 대한 전향적 입법활동의 의지를 보였기에 많은 기대를 걸었는데, 말만 앞세우고 어느 하나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9개월만에 물러났다.

한반도 주변 심하게 몸살

동아시아는 지금 주요한 전환점에 서있다. 동아시아가 지향하는 가장 큰 가치를 요약하면 식민주의 청산과 동아시아평화공동체 건설이다.

첫째로 21세기를 10년 넘기고 있는 이 시점에 동아시아는 아직도 과거 식민주의 청산문제로 한-중-일 간에 역사 및 영토문제 갈등을 심하게 앓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일본정부가 과거 식민주의 지배와 식민지전쟁 군사침략의 불법성(illegality)을 인정하지 않고, 그에 상응한 피해자의 보상과 배상에 소극적인데 있다.

둘째로 동아시아 평화문제이다. 60년 이상 지속된 한반도 분단상황을 이용해 중국과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패권쟁탈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커지고 G20에 들어오자 미국의 견제가 강하게 가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천안함 사태는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패권주의를 더욱 자극하고 부채질하고 있다.

지금 한반도 주변 네 곳에서 외국군대의 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군사적 긴장고조로 한반도 주변은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한미일은 북한을 천안함 사태의 제1의 가해자로 지목하고 대북 금융제재 등을 통해 북한 목조르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연일 군사적 위협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출구전략은 있다

식민주의청산에 대해서 우리는 과거에 너무 집착해서도 물론 안 되지만 과거를 정직하게 정산하지 않고는 현재도 미래도 정확하게 보지 못하며, 그 결과 미래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이를 위해서 동아시아적 가치에 기초한 공동체 정의를 바로세우고, 이에 대한 진정성있는 용서와 화해가 선행돼야 한다.

한 예로 독일은 철저하게 과거사를 스스로 정직하게 청산하였기에 평화스러운 유럽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또 최근 이태리의 식민지배로 33년간 고통을 당한 리비아(1911-2943)도 2009년 8월 30일 이태리로부터 식민지배에 대한 공식 사과, 50억불 투자형식의 배상금 지불, 약탈문화재 반환을 받음으로써 고통스러운 과거를 마감하는 ‘우호협력협정’을 재합의했다. 개혁적 일본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더구나 이미 2001년 UN이 주최한 ‘세계인종차별철폐국제회의’는 지난 19세기 식민주의와 노예제도를 전쟁범죄로 규정, 선언하고 구체화 의지를 밝힌 ‘더반선언’(Durban Declaration)을 채택하였다. 이제 동아시아 국가들도 아시아판 ‘더반선언’을 채택하여 이를 행동계획에 옮길 때이다.

일본정부가 정치적 결단을

18세기 말 까지 세계문명의 중심지였던 동아시아가 19세기 말에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주변국으로 밀려나, 마침내 서구 열강에 의해 갈갈이 분열되어 식민지국가 내지 조차지로 전락되는 큰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세계 제2차대전 종전 후에도 동아시아국가들은 식민지열강이 남긴 수많은 상처를 치유하고 마무리 짓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 역사적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이 어두운 역사의 터널을 속히 벗어나는 역사청산작업을 마무리하고, 이제부터 미래의 평화로운 동아시아 공동체건설에 힘을 모아야 한다.

평화로운 동아시아건설은 역사의 경험에 의하면 개별국가의 국가이기주의에만 맡겨둘 수가 없다. 국가주권으로 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시민단체, 지식인, 언론 등 동아시아의 비정부적 실체가 앞장서야 한다. 현재 일본의 개혁적인 새 총리도 보수세력에 포위되어, 개혁의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

한국의 현 정부도 극우 보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천안함 사태이후 대북강경책을 더욱 고수하고, 한미동맹을 최고의 선으로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어 천안함 사태를 빙자해 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PSI)에 2010년 5월에 직접 당사자로 가입하고, 오는 10월 13일 우리 해역에서 합동군사훈련에 들어갈 계획이며, 2012년 환수예정인 전시작전통제권도 3년 7개월이나 연장했다.

중국의 지도층도 사회주의적 중앙통제 관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도 과거처럼 국제사회의 책임에서 무임승차하지 말고 UN의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환경규범 및 국제 인권기준을 준수해야한다. 한중일 3개 국가가 신자유주의에 맞서서 함께 대응하고 스스로 체질개선을 하고 개혁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개혁적 국제적 바람이 세게 일어나야 한다.

누가 이 강한 개혁의 바람을 일으키고 만들 것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풀뿌리, 나아가 이들로 구성된 시민단체와 지식인 그룹 그리고 사회의 공기인 언론이 먼저 시작해야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개혁은 항상 개인, 아니 풀뿌리로부터 시작했다. 한 번도 공공성 있는 국가나 정부 스스로가 체질적으로 개혁을 먼저 시도하지 않았다. 아니 체질적으로 개혁을 먼저 시작할 수가 없다.

식민주의 청산과 평화다

비정부적 실체인 우리 한중일의 시민단체가 ‘식민주의청산과 평화로운 동아시아체 건설을 위한 공동선언’을 하고, 이것을 실천하는 행동계획(Action Plan)을 채택하여 동아시아전체 민중과 지식인에게 지지서명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벌여 나가야 할 것이다.

1928년 인류역사상 전쟁을 최초로 완전 금지한 다자조약(多者條約)인 부전조약(不戰條約)도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운동가들에 의해 출발되었다. 이제 우리 한일 NGOs 운동가가 중심이 되어 ‘평화스러운 동아시아공동체건설’ 캠페인이 먼저 시작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