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에 사죄와 보상 촉구… 8월 22일까지 결실 전력
“2010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일NGOs의 역할과 과제” 주제

이번 기조연설에게 3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한국강제병합 100주년’ 문제다. 이는 일제가 지금으로부터 1세기 전에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하고, 이후 36년간에 걸친 식민지 지배를 통해, 훗날 ‘카이로 선언’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이 조선 민족(Korean People)을 ‘노예 상태’로 전락시켜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굴욕과 희생을 강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거’에 대한 충분한 사죄와 보상이 오늘날까지 이뤄지고 있지 않는 현실에 대한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은 1910년 8월 22일에 일본정부가 대한제국에 강요한 한일병합조약이 인도주의와 국제법에 반하는 불법적이며 정당치 못한 조약이었음을 현 일본정부가 인정하고 사죄하는 일이다. 이 원고를 작성한 2010년 7월 26일 현재까지도 일본정부는 아직 이러한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우리와 같은 일본의 시민운동단체들은 지금도 일본정부에 이를 촉구하여 8월 22일까지 결실을 맺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정부 사죄와 보상해야

한일병합조약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의 기반이 된 조약이기 때문에, 이 조약이 불법적이며 정당치 못한 조약이었음을 인정받고 사죄를 촉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36년간의 식민지 지배 동안 일본정부는 막대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한국강제병합 100주년’을 계기로 해서 당시 저지른 죄과를 빠짐없이 조사하고, 이에 대한 사죄?보상도 이뤄져야 한다. 나는 지금 ‘한국강제병합 100주년 공동행동 한일실행위원회’의 일본측 대표 중 한 명으로서 한국측 실행위원장과 함께 일본정부가 청산해야 할 각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면서 ‘공동선언’의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현재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한미일 3개국의 예사롭지 못한 ‘군사적 일체화’ 상태다. 최근 한미 양국 정부는 3월 26일 당시 서해에서 실시 중이었던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에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과 관련해, 침몰 원인이 북한군 잠수함의 어뢰공격임을 주장했다. 또한 이에 대한 ‘대항조치’로 미국은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 동안,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와 핵잠수함을 비롯하여 스텔스 전투기, 대잠초계기 등 200여대의 항공기를 한국에 파견했다.

여기에 한국 정부 역시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을 포함한 함선 20척을 동원해 한미 양군을 통틀어 총 8천여 명의 병력이 참가한 대규모 합동훈련이 실시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본의 자위대 소속 장교 4명이 조지 워싱턴호에 탑승해 훈련에 참가하는 등, 한미일간 ‘3국 동맹’을 과시하기도 했다.

‘군사적 일체화’ 경계

더군다나 한미+일본의 해상합동훈련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8월 16일~26일에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훈련’이 실시되고, 9월 중순에는 서해에서 한미합동훈련이 실시되는 등 중국의 연이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말까지 한 달에 한 번꼴로 군사훈련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이와 같은 행위는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제2차 한국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참으로 예사롭지 못한 사태다.

2000년 6월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6월 15일에 남북공동선언이 이뤄진 이래로 8년 동안은 남북관계의 진전과 함께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상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작년에 한국에서 정권 교체가 된 이후부터는 남북관계가 기존의 우호관계에서 대립관계로 일변하게 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제2차 한국전쟁을 경계해야 할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태를 통해 우리는 한 나라의 정권이 갖는 성격이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우리는 그 어떤 전쟁일지라도 찬성할 수 없다. 특히나 한미일간의 군사적 일체화를 배경으로 매월 실시하고 있는 군사훈련은 전쟁으로 나아가는 지름길과 같다. 따라서 우리는 동해와 서해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서의 모든 군사훈련을 반대한다. 동시에 우리, 즉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모든 군사동맹을 반대하고, 모든 나라가 군사동맹을 해체하고 평화우호조약을 통한 상호 네트워크를 구성할 것을 원한다.

‘제국주의’ 전형적 모습 비통

세 번째로, 일본에서는 지난해 8월말 열린 총선거에서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이 대패,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새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는 이번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일본, 새로운 동북아를 만들 수 있기를 기원했다. 올해 4월에 하토야마 내각이 총사퇴할 때까지 8개월 동안은 아직 ‘변혁’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마니페스토’에서 ‘대등하면서도 긴밀한 일미관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하고,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오키나와로는 이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하토야마 수상에게 미국의 국무성?국방성의 관료들은 과거 자민당 정권이 약속한대로 오키나와 헤노코 연안에 거대한 미군기지를 건설하라고 강력하게 압박을 가했다. 참으로 ‘제국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변혁(Change)’을 슬로건으로 삼고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가 힐러리 국무장관과 이구동성으로 이를 요구한 사실에는 경악과 실망을 감출 수 없다.

결국 하토야마 수상은 미군의 압력에 굴복하여 헤노코 연안에 미군기지를 건설하기로 마지못해 약속하고는 취임 9개월 만에 사임하고 말았다. 그런데 하토야마의 뒤를 이어 수상에 취임한 칸 나오토는 자민당에 버금갈 정도의 ‘대미 종속주의 정책’을 취하고, 한국의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 해군합동훈련에 일본의 자위대 장교를 사상 최초로 파견하여 한미일간의 군사적 일체화를 과시했다.

동북아 평화창조를 위하여

2010년 현재 일본에서는 ‘한일병합 100주년’과 ‘미일 안전보장조약 개정 50주년’이라는 두 가지 숫자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여기서 ‘한일병합 100주년’을 ‘식민지 지배 역사를 청산하는 해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는 건 시민운동단체 뿐이다. ‘미일 안전보장조약 개정 50주년’과 관련해 칸 나오토 수상을 비롯한 정계, 재계, 관료 및 미디어 업계의 주류에서는 ‘미일동맹의 심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미일 안전보장조약과 미일동맹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건 역시 시민운동단체 뿐이다.

하지만 동북아의 평화구축을 위해 나아가려면, 이와 같은 역학구조를 역전시켜야만 한다. 이를 위한 핵심내용이 ‘제2차 한국전쟁 절대반대’와 ‘군사동맹 반대’ 그리고 일본헌법 제 9조, 즉 ‘동북아 모든 지역의 비무장정책 확산’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동북아 지역의 평화창조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가도록 하자.

이토 나리히코(伊藤 成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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