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기록이 역사

문화우리, 'ct, 도시를 기록하다' 전시회 전상희l승인2007.08.2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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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도 모으면 태산이 된다고 옛 성현들은 말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태산을 원한다. 티끌을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아니 티끌 자체를 원치 않는다. 최근 불고 있는 뉴타운 택지개발 등의 재개발 논리 열풍도 이와 같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지역을 거쳐 간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역사를 만들어놓았지만 이를 부정한다. 원래 있던 것을 부수고 그 자리에 아예 새롭고 커다란 무언가를 만들길 원한다.

문화우리
ct, 도시를 기록하다
하지만 여기에 태산보다 티끌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티끌의 가치와 의미도 태산 못지않다고 말한다. 태산이 안 될지라도 티끌을 모아 기록해서 보존하겠다며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 기록들을 모아 전시회도 연다.

‘부수지 않고 만드는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문화우리가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ct, 도시를 기록하다 #2’ 전시회를 개최한다. 지난 5월부터 75일간 전문가와 시민들이 서울 교남, 신월지구와 경기도 광명을 두 발로 누비며 남긴 삶의 현장들이 사진과 인터뷰 영상 등으로 기록돼 시민들과 만난다.



발로 뛴 현장기록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김인수 건축가를 중심으로 아현동 재개발 일대를 기록했던 ‘ct, 도시를 기록하다 #1’ 이후 문화우리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9월부터 현장전시회도 열리는데 이와 동시에 세 번째 프로젝트인 세운상가 기록 작업이 시작된다.

기록으로 남겨질 대상은 뉴타운지구나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대단위 이주를 준비하게 된 동네나 도심재개발 대상으로 철거가 검토되고 있는 근현대건조물 등이다. 아현동 재개발 일대는 이미 이주 명령이 내려졌다. 문화우리는 “아현동은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곳이라 애착이 많아 가기 때문에 너무 빨리 철거를 뜻하는 이주명령이 내려져 아쉽다”며 “프로젝트와는 별도로 3년 정도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아현동이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_2007

김아영 대안공간연구개발팀장은 “지역의 있는 그대로를 경관으로 담아내고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이번 프로젝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시민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하지만 작가들의 지나친 낭만적 해석은 일상성의 역사를 흐릴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골목길’과 ‘우리 동네’가 불러일으키는 아릿한 감정이 그 지역 주민들의 일상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 볼런티어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종호 씨는 일명 ‘방구차’인 소독차를 뒤따라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소독차 특유의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른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소독차는 아득한 옛일 혹은 그리움이겠지만 여전히 소독차는 동네를 돌고 있고 아이들은 소독차를 따라가고 있다.

정희진
골목_2007
역시 시민 볼런티어인 정희진 씨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 전깃줄로 하늘이 가려진 좁은 골목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학교를 가기 위해, 출근을 하기 위해, 시장을 가기 위해 지역주민들은 늘 이 골목을 지나다녔을 것이다.

이 외에도 만화가 임바다 씨와 만화창작집단 ‘백수’는 지난해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은 아현동 그림지도와 같이 이번에도 그림지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북아티스트 홍승희 씨도 ‘책 속의 우리 동네’라는 북아트 작업을 통해 신선한 시각 디자인 작업을 선보여 전시에 재미를 더할 것이다.

행정자치부의 민간단체지원 공익사업과 경기도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서울문화재단과 인사아트센터의 후원으로 추진됐다. 지역주민운동의 차원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기대했으나 재개발 지역의 주민들은 주로 입주자들로 재정착률이 낮고 떠날 확률이 높아 적극적인 참여가 어렵다.


김 팀장은 “한두 번 추진해서 성과를 논의할 만한 작업이 아니다”며 “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중장기적인 사업이 돼서 선순환이 시작되길 기대하며 우리가 먼저 시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도시화 성찰 의미를

급속한 도시화 과정으로 형성된 근현대도시경관을 탐구하고 고찰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김 팀장은 말했다. 또한 “연속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자본의 논리로 개발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지역을 연구하면서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고 의미를 찾게 되는 장소에 대해선 공원 등으로 만들어 보존할 것을 제안하는 운동으로까지 확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우리는 성곽을 중심으로 도시를 얘기해보자는 취지로 서울성곽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공공미술비평세미나를 열어 처음으로 공공미술의 미시적 가치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도 했다.
전상희 기자

전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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