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사태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은 국민이 분노할 수 있는 능력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교과부 의원들의 회의록 공개 요청에 대해 깔끔한 "폐기"로 답한 바 있다. 국회를 이렇게 무시하는 집단이 과연 국민들을 무서워할지 의문이다.

사분위는 교과부 산하의 국가위원회다. 사분위는 상지대를 비롯한 '비리재단 퇴출'이라는 역사적 공통분모를 갖는 사립대학들의 이른바 '정상화' 과정을 제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사분위에서 최근에 보인 행보란 '과거 비리재단'을 복귀시키는 결정들이었다. 조선대와 세종대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학 정상화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상지대가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사분위가 구재단복귀로 문제로 몸살을 앓고있다. 구성원들이 구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상지대에 대해 사분위가 내린 결정을 살펴보자. 2007년 대법원 판결('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결정)을 핑계 삼아 김문기 전 이사장의 이사진 추천권을 인정하고,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들을 학교로 불러오는 일에 단행했다. 지난 8월 9일의 일이다. 사분위의 결정에 대해 현행 사립학교법은 오직 교과부 장관의 '재심청구권'만을 인정하고 있다.

지금은 퇴임한 안병만 전임 교육부 장관은 이취임식 직전에 사분위 결정을 승인하는 처분을 하고 도망치 듯 물러났다. 안병만씨의 행태는 지난 7월 6일 국회의 질의과정에서 김문기 측의 추천권 문제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을 한 장본인이 바로 안병만 자신이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 한다. 안병만씨는 국회의원(당시 민주당 김상희 의원)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다. 문제 있다고 생각한 사람의 이사진 추천권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런 결정을 단행한 사분위를 최종적으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방영된 <추적 60분 : 벼랑 끝에 선 상지대, 과거로 돌아가나>는 사분위가 갖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사분위의 오만한 행태, 특히 회의록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폐쇄적인 밀실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사분위는 여전히 그런 오만한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하다시피한 제도적인 장치인 교과부 장관 역시 자신이 국회에서 한 발언마저 뒤집는 무책임한 행태로 사분위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한 편의 잔인한 희비극이다.

결론을 말하자. 사분위와 교과부의 행태는 17년 동안 차근차근 정상화 과정을 밟아오던 상지대를 '그야말로 분쟁사학'으로 되돌렸다. 반역사적이고, 반교육적이다. 이에 학교구성원은 물론이고, 시민사회, 언론, 더불어 블로그를 비롯한 인터넷의 각성한 시민들은 사분위와 교과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사분위와 교과부는 이 모든 분노와 우려, 비판에 대해 끊임없는 무시로 답하고 있다. 상지대를 둘러싼 사분위와 교과부의 행태는 우리나라 국회의 존재 근거, 언론의 존재 근거, 더 나아가 시민사회의 존재 근거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해 보인다.

항상 기득권의 편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들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그 모든 몰상식하고 비합리적인 권력작용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다시 다른 사건들, 잡다한 일상과 자극적인 가십들에 취해 망각으로 돌아갈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듯 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오만한 행태를 계속해서 보일 수는 없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아니라 사학분쟁'조장'위원회라는 세간의 농담 아닌 농담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이 국가위원회는 '스스로 옳기 때문에 옳다'는 동어반복의 메카니즘, 즉 독재의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중심에는 학교가 있다. 그 학교가 어떤 의미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우리사회에 자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답해야 한다. 사분위와 교과부는 사립학교란 '사립학교 주식회사'에 불과한 것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그 안에 담겨진 교육가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건물을 누가 짓고, 누가 돈을 냈나(법인의 기초재산으로서의 재산출연)를 중요하게 여기며, 그 '돈 낸 사람들'을 어떤 집단이 인적으로 승계하는지에 주목한다. 여기에는 궁극적인 주체이어야 할 학생과 교수들, 그 학교가 일터인 교직원들도 없다.

하지만 자명한 것. 사립학교법인이란 ‘사회에 공적으로 환원된 재산으로 성립된 교육철학의 발현체’다. 어떤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고, 그런 집단들의 배타적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국가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대학민국은 점점 더 '사립학교 주식회사'를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국가기관이 나서서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민주화된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합의인 '비리와 부패'를 다시 불러오고 이를 용인하고 있다.

시민들이 일어서지 않으면, 조금 귀찮더라도 우리들이 나서지 않으면, 이렇게 국민들을 끊임없이 무시하는 오만한 국가권력은 우리들을 더욱 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감히 시민사회의 존재근거를 근원에서 질문하는 중대한 역사적 사건을 통과하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빛바랜 유행어를 다시 부활시킨 고 노무현의 마지막 전언처럼, 민주주의 최후 보루는 각성한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다. 우리가 계속 무시당하고, 그 무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순응적 존재로 전락한다면, 그렇게 이 달콤한 신세계를 어떤 성찰도 없이, 방향성도 설정하지 못한 채로 표류하고 탐닉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건 황무지다.

상지대 사태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이 거대한 사학 카르텔의 폭거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지는 그 다음 문제다. 우리는 적어도 이 사태를 최소한의 상식을 붙잡고 역사의 교훈들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내야 한다. 17년을 싸운 상지대는 지금 당신에게 당장 행동하라고 온 몸으로 절규하고 있다.

민노씨 블로거 ‘상지대지키기긴급행동’ 활동가

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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